7️⃣ 좋은 사람 레이더

<도모다찌 이야기 2> -일본 오쓰(Otus)

by 쓰는사람 명진
간혹 무언가에 감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 커다란 것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안다.

-요시모토 바나나 <주주> 중에서-


좋은 사람 레이더는 여행 때 가장 분주해진다.
말이 묶이고 풍경이 낯설어지면

우린 모두 10살 아이가 된다.

'내가 이토록 바보는 아닌데...' 싶은 순간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바보력’이 여행의 묘미가 된다.


최선을 다해 말이 아닌 눈을 바라본다.

그러면 보인다.

선한 이들은, 묘하게 빛이 나니까.


언어보다 빠른 배려가 있는 이들이 있다.

코토노는 그런 사람이었다.

만화 속 주인공처럼 큰 눈에 맑은 눈빛을 가진 이였다.

어제는 일하는 틈틈이 나의 여행 계획을 세워주었고

오늘은 번역기로 사람들과의 대화를 도와줬다.


어둠이 깊어지자 숙소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걸어가기엔 어둡고, 긴 골목인데 …

"있다가 택시 잡는 걸 도와줄 수 있나요?"
그녀에게 번역기를 내밀었다.
톡톡톡 번역기를 두드렸다
‘제가 일 마치고 데려다줄 수 있어요!’

사슴처럼 맑은 눈으로 선하게 웃는 모습에

마음이 자꾸만 슬픔을 잊고 따뜻해진다.


11시 이제 식당 문을 닫는 시간이다.

가게의 식구들과 함께 불을 끄고 나왔다.

도서관에서 마지막으로 나올 때면

헬스장에서 마지막으로 나올 때면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집이 아닌 2차를 가는 중이다.

청일점 셰프를 뺀 여자 멤버들 셋과 한국 노래를 불러주던 서글서글한 요시다상 까지


‘에므제이~ 야키니쿠 먹어봤나요?’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니 새로운 일정이 급추가됐다

숯불 구이를 먹으러 가는 차 안은 여전히 활기에 넘친다.

언어는 도구일 뿐 결국 사람은 마음의 동물인가 보다. 도구를 못써도 마음이 통하는 이들의 곁에서

삶은 자꾸만 행복감을 피워낸다.


마마짱은 고기가 익자 내 접시에 고기를 한점, 또 한점 채운다. 쉬지 않고 먹기만 하는데도 바닥이 보이질 않는다. ‘어쩌지.. 나는 아리가또 밖에 아는 말이 없는데 그 이상의 고마움은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식당의 주인에게 나를 소개해주고

막걸리가 보이자 한국 꺼라고 주문한다.

충전해야 할 인류애가 정해져 있다면

오늘자로 한도 초과이리라.


오늘이 지나면 나는 다시 한국에 가 있겠지.

주말에도 울리지 않는 아빠의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검은 방 안에 앉아 있을 테지.

그런 나를 위해서였을까.

친구들은 오늘의 마지막 1분까지 가득 채워 나와 함께 해줬다


어두운 밤을 헤매며 숙소 앞까지 태워주고서야 안심하는 이들.

그러고도 아쉬움에 하염없이 손을 흔들어주는 그들을 나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

분명, 아무것도 몰랐을텐데

나에 대해, 나의 아버지에 대해.

그들은 왜 다 알고 있는 것 같을까.

고생했다고, 힘들었겠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왜 이토록 생생히 들리는 것 같을까.


다이조부

오늘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괜찮아? 너 괜찮아요?

5살 아이처럼 나를 챙기던 마마짱이 가장 많이 했던 말


다이조부 데스요.

그리고 이건 내가 배운 첫 번째 일본어 문장이다.


아빠,
오늘은 아빠 말대로 눈빛이 선량한 사람들 곁으로 갔어.
내가 너무 많이 우니까
아빠가 보내준 거야?
그냥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오려고 했는데
너무 많은 온기를 받아서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 해
내가 뭐라고
이렇게 다정한 걸까
아빠의 마지막조차 지키지 못한
내가 뭐라고
쓰레기 같은 밥을 먹고
불면의 밤을 지새웠는데
따뜻한 밥을 내어주고
길 잃을까 걱정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꼭 잡아줬어.
나는 내가 너무 싫었는데
이런 환대를 받아 되는 걸까.
아빠가 보내준 사람들이라면
나 여기에서는 조금만 웃어도 될까?
보고싶어, 아빠
고마워, 나의 친구들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 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시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


제1화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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