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귀향길 : 일본, 오쓰로 가는 길
“내일 6시에 와요, 가게 쉬는 날이니까.”
마마짱이 말했다.
사실, 이번 여행기간과 마마짱 가게의 휴무가 겹쳐 그날을 못 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말이지? 번역기가 잘못되었나?
마마짱은 내일 휴무이니까 가게로 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오후의 붐비는 교토를 벗어나
오쓰로 향하는 전철 안
작년엔 귀가하는 사람을 보면서도
눈물이 찔끔 났는데
오늘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들뜬다.
‘돌아간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비행기를 타고, 언어가 다른 나라로 건너와서
돌아간다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니.
이상한 일이지만, 좋았다.
"우린 히에이잔 사카모토 역 앞에 기다리고 있어요"
마마짱에게 온 메시지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
역 앞에 마중 나온 건 마마짱뿐만이 아니었다
미요코언니와 어제 만난 그의 중학생 아들
귀여운 코토노까지 네 명이 반갑게 차 안에서 손을 흔들며
역 앞에 내린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아빠는 평생 운전을 안 했다.
젊을 때 겪은 아찔한 사고 경험으로
운전대를 잡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를 마중 나온 적이 없지만
노년의 꿈은 딸들이 빌딩을 사면 본인은 발렛파킹을 하겠다고 해서 핀잔을 받았다.
'아니, 운전도 못하면서 무슨....'
'오라이~~~ 이리로~~~~! 하면 되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돈이나 많이 벌으셔'
아빠는 그렇게나 멋진 사람이었다.
우리의 목적지 식당 [나카쥬]에 도착했다.
어제 마마짱의 가게에서 만난 사장님 내외가 이번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익숙한 구석에 짐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 자리는 바뀌어 있었다.
가장 구석에서, 가장 가운데로.
마치 양쪽에서 나를 보호해 주려는 듯이
마치 상석을 나에게 주려는 듯이
"에므제이, 오야꼬동 먹어봤어요?"
갸웃거리는 내 얼굴을 보고 마마짱은 주인을 향해 추가 주문을 넣었다.
이미 상엔 음식이 가득 찼는데도 말이다.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일식이 뭐냐 묻는다면
앞으론 오야꼬동이라고 해야지. 참 따뜻한 음식이라고
다섯 명으로 시작한 오늘의 저녁식사는
마마짱의 단골 두 명이 합세해 일곱이 되었고
마지막엔 서글서글한 눈을 가진 사장님 내외와 합류해 아홉이 되었다.
학교에선 1 더하기 1은 2라고 배웠는데
이곳에선 1 더하기 1이 9가 되는 이상한 마을, 이곳은 오쓰이다.
일본어에서 이름 뒤에 '~짱'을 붙여 귀엽게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상'이라 부르는 것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장난스레 서로를 짱이라 불렀다.
[나캬쥬]의 사모님과 눈이 마주치면 "게짱~"이라 불렀다.
그러면 소녀 같은 얼굴이 되어 환히 웃으며 "엠짱"이라 화답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전부였지만
그때 배웠다.
언어적 시그널보다 비언어가 더 힘이 세다는 것을
서로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는 게 전부였지만 그게 좋았다.
선한 이의 바이러스는 주변을 핑크색으로 전염시키니까.
저 멀리, 오픈 키친에서 하트 미소를 날려주던 게짱이 우리 테이블로 다가온건
손수 만든 귀여운 주머니를 가득 들고 서였다
"프레젠또.."
주머니와 나를 번갈아 손으로 가리키며 게짱은 또다시 소녀처럼 웃었다.
아빠는 받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선물로 줄 것이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는 일본어가 없는데,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꼭 안아 드리며 말했다
"게짱......아리가또...게짱..."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던데
방황하는 이방인을 지키려는 듯 온 마을이 다정했다.
'아빠..
당신을 많이 닮은 덕에,
내가 만든 세상에도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
아빠 그리고 말이야,
언젠가 작은 빌딩을 짓게 된다면,
명진 빌딩이라 이름 붙일게,
발렛파킹 하다가 쉴 수 있게 조그만 공간도 마련해 놓을게'
아빠 딸로 낳아줘서
고마워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 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시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