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지 5년 정도 되어갑니다. 이제는 취미의 영역을 넘어 제 삶의 일부가 되었고, 커피를 알아가고 내리고 마시는 것, 더 나아가 커피 관련된 분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파워 J인 제게 뭔가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옵니다. 그래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올해 스페셜티 커피를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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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시는 커피, 그 한잔의 소중함]
커피 소비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강해지면서 커피 포지션도 변화하고 있는데요. 주변을 보면 불면 등의 이유로 커피 전혀 안 마시는 분, 하루 한잔 오전에만 드시는 분, 디카페인 커피 드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페셜티커피 소비자 입장에서, 카페인 충전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드물고, 수면에 영향 있고 위에도 부담이 가서 하루 한잔 의식처럼 마시다 보니 매일 커피 한잔이 참 소중합니다. 그래서 가격이 좀 있어도 퀄리티 있고 맛있는 원두에 관심이 갑니다. 스페셜티커피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홈카페 중심의 고가원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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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커피구독 플랫폼]
이런 이유로 보통 집이나 직장에서 커피를 내려마시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원두 구매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여러 로스터리의 커피를 마셔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선택한 로스터리, 커피가 괜찮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좋은 로스터리와 커피를 추천해 주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떻게 내려 마시면 되는지 설명해 주면 좋겠습니다.
플랫폼에서는 이런 욕구들을 충족시켜 주는데 언스페셜티나 홈바리스타클럽 등이 대표적입니다. 검증된 로스터리의 커피를 소개하고 브랜드와 커피, 레시피 등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고 궁금한 정보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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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 대안은?]
내년 3월부터 원두 기준 잔류 카페인 함량 0.1% 이하만 디카페인 커피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로스터리들의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함량이 제각각인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잠 못 이룬 기억은 없어질 것 같아 좋습니다.
다만 디카페인 커피는 프로세싱을 통해 후공정으로 카페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커피 향미의 손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스페셜티커피에서는 카페인 함량이 적은 커피 품종 개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저도 요즘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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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정보의 투명성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일부 커피의 경우 확실한 정보를 추적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농장에서는 섹터/고도, 품질 등에 따라 여러 등급의 커피를 마이크로 랏으로 생산하는데 대표 농장의 정보만 있어서 구매한 커피가 어느 정도 등급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아서 생산자, 수출업체, 수입업체, 로스터리가 모두 세심하게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스페셜티 커피 소비자들의 경우 커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식을 바탕으로 커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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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방향성]
저의 소비패턴을 보면 데일리로 커피만 즐길 때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고, 주말이나 특별한 날 카페에서는 가족, 지인들과 커피와 함께 여러 곁들임 음식을 즐깁니다.
카페로 사람들을 유입시키려면 공간이 주는 매력에 커피의 퀄리티는 기본이고, 베이커리나 디저트, 식사 등 객단가를 높여 매출을 올리면서 소비자의 필요도 충족시키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 모모스커피와 프릳츠커피컴퍼니의 F&B 확장이 주목할만합니다.
커피만 한다면 세심하게 준비된 바리스타가 전문성과 호스피탈리티를 바탕으로 즐거움을 주는 장소가 되거나, B2B 납품을 중심으로 쇼룸을 운영하며 소비자를 만나는 형태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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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위연령이 40대 중반이 되었고 통계에 따르면 커피 주요 소비층이 2-30대에서 4-50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연령대는 아직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입니다. 그렇지만 구매력이 충분하고 지속소비가 가능한 충성 고객층이기도 합니다. 굳어진 입맛을 어떻게 돌릴지에 대한 전략만 있다면 좋은 마케팅 대상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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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를 두서없이 적어 봤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커피업계에 있다면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 많이 하게 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늘 끝없는 고민과 시도로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모든 커피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쉽지 않은 시기 다양한 전략과 접근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내년에도 커피로 함께 즐겁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