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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친해진 아저씨의 선물

15그램 단백질 음료

by 아메바

일본에서 헬스장에 다니면서 친해진 아저씨가 있다. 친해져서 그런 건지 아저씨께서 매번 나를 보면 음료수를 하나씩 사서 건네주셨다. 가격은 무려 260엔. 한국 돈으로 2000원 정도이다. 학생으로서는 도저히 사 먹을 만한 가격의 음료수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정말 감사했다.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삶을 잘 살고 있구나 싶더라.

두 번 째에도 감사했다. 근데 정말 감사라기보다는... 어... 내가 받아도 되나? 라며 조금 느꼈지만 그래도 감사했다.

세 번째가 되니 조금 마음이 이상해졌다. 이게 받는 게 좋기는 한데 좋은데 좋음에 익숙해지고 있는 내가 있었다.

네 번째가 되니 이대로 받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제가 살게요 라는 말을 꺼내었다.


받는 건 좋은 일이다. 음료수를 받고, 친절을 받고, 사랑을 받고 등 말이다.

근데 받기에 너무 익숙해지니 나 스스로 이걸 진정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다음에는 제가 살게요!라고 했다. 사주신 아저씨에게 감사함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내가 무언가를 받을 때 더 감사하게 느끼기 위함이 더 컸다.


너무 많은 것에 익숙해지기 전에 좀 더 나누고 싶다. 사랑도 친절도 감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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