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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작은 쉼터 02화

책임

두 글자의 강한 무게

by 오케야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결말은 어린 왕자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왕자는 자신이 사랑했고, 또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장미를 다시 만나러 가기 위해서 뱀에게 자신을 물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왕자는 자신의 고향이자 장미가 있는 별로 돌아간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왕자가 사막에서 만난 여우의 조언 덕이었다. “넌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


‘책임’. 고작 두 글자지만, 그 어떤 단어보다도 무겁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책임을 등에 업고 살아간다. 책임의 형태는 다양하고, 이름 또한 국한되어 있지 않다. 어떨 때는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쓰일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가족’이라는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렇듯, 책임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책임과 동반하여 여정에 마침표를 찍지만,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쓰러지는 사람도 존재한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다면 다행이지만, 계속 주저앉아 있는 이는 결국 여정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다.


주저앉은 사람에게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SNS에서 보이는 자극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에도 좌절한다. 물론 남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심각한 일이다. 나 역시 남이 보기엔 사소한 일 때문에 그대로 여정을 끝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노래의 가사를 통해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 그런 내가 부끄럽지만 쓰러져 앉아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 그만두고 싶은, 쓰러지고 싶은 일과 마주한다면, 포기해도 괜찮다. 당연히 극복할 수 없는 것에 노력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단 그만두는 것이 낫다. 다만, 포기한 자리에서 멈추지 말고, 고개를 들어라. 당신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비록 천천히라도,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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