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비춘 길
모든 것이 가라앉은 새벽. 홀로 거리로 나왔다. 아침에는 차도 사람도 많은 동네 뒷길이지만, 지금 이 시간에는 그 흔한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도보블록의 선을 따라 걷던 와중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와 그런 나뭇가지를 비춰주는 가로등의 빛, 그리고 저 멀리서 길을 밝혀주고 있는 자그마한 별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별을 본 것이 언제였을까? 고등학생 시절, 어른이 된다는 설렘 속에서였을까? 아니면 초등학생 때, 학교와 친구들을 떠나야 했던 졸업식? 혹은 더 먼 과거, 이미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언젠가였을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늘보다는 바닥을 보고 사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늘의 별 대신 콘크리트와 형광등 아래에서 살아가며, 나도 언젠가는 ‘스타’가 되고 싶었다.
TV 속 연예인들처럼, 천문학적인 수입을 자랑하는 유명 운동선수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가들처럼 빛나는 ‘스타’. 나도 그런 별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느새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접은 채,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보고 살아갔다.
지금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저 이름 모를 별을 동경하고 있다. 저 하늘에는 시리우스나 북극성, 직녀성처럼 유명한 별뿐만 아니라 조스마, 알자나, 아크라브와 같이 이름조차 낯선 별들도 있다. 혹은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별도 있을 수 있다. 수많은 별들은 은하를 이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가끔 ’ 내가 더 빨리 고개를 들었다면, 지금의 삶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를 지만, 이상하게도 후회되지는 않는다. 내가 바닥을 보고 있는 동안, 내 발밑을 비춰주던 별빛 덕분에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으니까.
나침판이 없던 시절, 항해사들은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고 한다. 당신도 길을 잃었거나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길 바란다. 저 하늘의 이름 모를 별들이 당신의 길을 비추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