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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섯 Nov 01. 2016

몸은 알고 있다

의무감에 쓰는 글

0. 언젠가부터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손에 땀이 난다. 땀이 나는 정도가 꽤 심하고 지속 시간도 길어서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 '손에 땀을 쥐게 한다~'라는 표현을 보고, 아,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인 건가. 생각해본 적도 있다.


2. 다들 잘 지내는데, 나만 이런 건가 싶어서 원망스럽기도 하고.. 나 자신이 약하게만 느껴질 때도 많다. 스트레스를 왜 이리 받을까. 아니 나는 스트레스 안 받는 것 같은데 손에 땀이 왜 차는 걸까. 땀 때문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니, 이 역시 우스운 일이다.


3. 땀이 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회사를 벗어나면 손에 땀이 나지 않는다. 퇴근/주말/휴가, 회사 밖이라면 그 언제고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 신기하다. 몸은 정직한 것일까.


4. 그렇다고 크게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인지도 잘 모르겠다. 출근 퇴근, 아니 휴가 사용 역시 자유롭고 수평적인 구조에서 동료들에게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알고 있나?


5. 물론, 직업 전선 전반에서 항상 손에 땀을 쥐고 임하는 것은 아니다. 요 근래 한 1년 동안은 이런 적이 없었는데.


6. 손에서 땀이 나다가, 조금 더 심화되기도 하는데, 오른쪽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 병원도 가봤지만 장이 스트레스에 민감한 장기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소심한 나는 대장 내시경까지 했는데.. 휴)


7. 기다릴 뿐이다. 이 모든 것이 지나가기를. 그리고 이 시간 또한 미래에 거름이 되기를. 상처로 남지는 않기를.


8.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 어떤 작가처럼 회사를 박차고 나갈 용기도, 내 성격이나 사고 구조를 송두리째 바꿀 자신도 없다. 견디고, 기다려야지.


9. 어쩌면, 오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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