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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섯 Nov 08. 2016

겨울이 오면

갖고 싶은게 많을 나이

0. 날씨가 참으로 오묘하다. 가을 옷을 더 사도 괜찮겠지 싶다가도, 어떤 날 바람 한탕 불어오면 앞으로 들이닥칠 겨울놈 생각에 패딩을 하나 더 사야 할 것도 같고. 니트를 꺼내기엔 조금 이른듯싶다가도, 패딩조끼라도 하나 장만하는 게 현대판 월동 준비 아닐까 하며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1. 휴. 결국 또 무언가 고르고 있구나. 하지만 이건 순전히 찬바람 때문이다

2. 겨울은 여지가 참 많다. 일단 사지를 겹겹이 둘러싸야 하고, 툭 나온 손마디엔 장갑이라던지, 허멀건 목둘레엔 머플러라던지, 가깝게만 느껴지는 내 발치엔 부츠든 털신이든 자꾸 싸메고 싶다. 그리고 그 방법과 종류, 소재에는 끝은커녕 새로운 분야로의 입문만이 무수히 기다리니 겨울맞이 하려다. 봄과 함께 파산이 오는건 당연한 일 아닌가.

3. 꼭 필요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겨울인데 뭐라도 하나 있어야지. 작년에 좀 아쉬웠던, 아니 올해 좀 더 땡기던 것

4. 스티어링에 열선이 없으니, 고동색 스웨이드 장갑이 있으면 좋으련만

5. 추운 나라에서 만드는 돈 많아 보이는 패딩도 하나 갖고만 싶어라

6. 이름 모를 방직법으로 백 년은 넘게 만들어온 풀오버도 한 두벌쯤 있다면 좋을 텐데

7. 찬바람이 불어오니 맘에도 자꾸만 선선한 기운이 돈다. 자꾸만 헛헛해서 무언가 사고 싶고, 찬바람 탓을 하며 오늘도 이불 속으로 들어야지

8. 눈이나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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