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을 사서 하는 쫄보들에게
20대 후반에 워킹홀리데이 거의 막차를 타기로 결정하고 생각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그중에는 응원보다는 걱정과 내 선택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캐나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한 두 명씩 알아갈 때 난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워킹홀리데이 오기 전에 주변 반응이 어땠어?"
아직 몇 주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정말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다. 퇴사 후 번아웃이 온 C, 영주권 따려는 목적으로 대학교에서 공부 중인 K, 어학연수로 4개월 계획하고 온 H, 대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서 워홀을 온 S, 영어를 완벽하게 공부하고 싶어 온 Y, 관광비자로 여행 왔다가 캐나다에 반해 워홀 신청 예정인 J, 전문적인 일을 하다가 워홀로 들어와 현재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M.
이 중에 하나라도 비슷한 이유로 고민중이라면 당신도 충분히 워홀러가 될 수 있다.
정말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이 중에 몇몇 친구들은 캐나다에 오기 전에 주변인들의 "왜 사서 고생을 하는가", "한국에서 커리어 쌓다가 캐나다로 가면 공백기는 어쩌냐", "너무 맨땅에 헤딩하는것 아니냐", "워킹홀리데이 가서 뭐하냐" 등과 같은 걱정 아닌 걱정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망설이곤 했었다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진지하게 그들의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리고 대답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가되고 나니 결정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그 후에는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중 "왜 사서 고생을 하냐. 고생은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나도 그렇게 이야기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그래, 나도 굳이 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고생밖에 없을까? 하루하루 인생을 들여다봤을 때 고생뿐인 나날들이 펼쳐질 것이 뻔한 건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단정지을 순 없다. 그것도 타인의 인생을 말이다.
아마 선택의 기로에 서있던 나는 고생이라는 역경보다 '경험'을 더 중요시 여겼던 것 같다. 고생했던 경험까지도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라 여겼고 그 경험은 사서 해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정말 본인이 고심해서 내린 결정에 확신이 있다면 그 어떠한 걱정을 가장한 공격도 막아내길 바란다. 한편으론 그런 분들로 인해 나 같은 쫄보가 무서워서, 때로는 걱정이 나를 덮쳐서 포기할 뻔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10시간을 날아 캐나다까지 올 수 있었다. 여러 걱정 속에서도 이렇게 캐나다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용기와 응원을 보내 준 사람이 더많았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들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힘을 실어준 모두에게 매일 밤 감사함을 느낀다.
캐나다 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고생을 하게 되겠지만 그만큼 경험도 늘어나겠지. 여기에 있으면서 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야기가 쌓이면 다시 글을 써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