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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쫄보 Oct 19. 2022

내리고 싶다면 노란줄을 당겨보세요

캐나다 워홀 살아남기

밴쿠버 대중교통 적응하기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수많은 적응이 필요했지만 가장 쉽고도 빠른 적응이 필요했던 것이 바로 '신호등'이었다. 이곳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선 버튼을 누르고 불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건너는 사람이 없으면, 누르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대기선에 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 밴쿠버에 오래 살아온 친구와 길을 건널 때 학습하듯 머릿속으로 익힌 이 신호등 체계는 아주 간단했지만 몸에 익힐 때까진 몇 번의 신호등을 건너야 했다.


밴쿠버에 입성하고 3일이 채 되지 않은 날, 에어팟을 끼고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신호 바뀌길 기다리는데 뒤에서 자전거가 쌩하니 날 지나치며 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평생 그렇게 서 있어라!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는 아득한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서 잘 안 들렸지만 차라리 안 들은 게 나은 말일 수도 있다생각했다. '아, 나 신호등 안 눌렀구나.'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렇게 답답하면 지가 누르고 가지 그랬나. 속으론 덤덤했지만 아차 싶었다. 그 일이 있은 후이미 눌러져 빨간 불이 들어왔어도 혹시 몰라 한 번 더 눌러보는 요즘이다.



참고로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은 따로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바뀐다. 특히 다운타운에서는 워낙 북적이는 곳이기 때문에 따로 신경 쓸 필요 없다. 길 건너는 것조차 적응해야 하는 아직은 초짜 워홀러.



노란줄을 당겨보세요


밴쿠버 대중교통은 아주 편리하게 잘 되어 있다. 다운타운에서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스카이트레인(지하철)만 잘 타면 30분 이내로 이동 가능하다. 우리가 버스나 지하철 탈 때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여기서도 교통카드 '컴패스 카드'를 구매하면 된다.


컴패스 카드는 오갈 때마다 스카이트레인역에서 충전식으로 사용해도 되지만 밴쿠버의 대중교통 요금을 이해한다면 거의 매주 충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밴쿠버는 특이하게 zone이 구분되어 있어 zone을 넘어갈 때마다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밴쿠버 1 ZONE ~ 3 ZONE 구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월초마다 '먼슬리 패스'를 구매한다. 말 그대로 월초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카드를 사면 따로 충전하지 않고 그 금액 안에서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본인이 자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이것이 더 절약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zone을 넘어갈 때 추가 요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10월 4일에 카드를 구매했다고 11월 4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10월 마지막 날까지가 그 카드의 기한이다. 이 때문인지 매월 1일 스카이트레인역에는 충전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터넷으로도 구입, 충전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나도 9월 중순쯤 밴쿠버에 입성해서 10월이 되기 전까지는 컴패스 카드에 짬짬이 충전해서 쓰다가 10월이 되자마자 변경한 케이스다.


컴패스 카드로 스카이트레인, 버스 모두 이용 가능하다. 스카이트레인은 쉽게 적응할 수 있었으나 '버스 이용하기'는 좀 더 굳은 다짐이 필요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탈 때에는 카드를 찍고 탑승하지만 내릴 때는 따로 찍지 않아도 되니 카드는 가방에 넣어도 된다. 초반에는 내릴 때가 되자 계속 카드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일단 카드는 넣어두고 내릴 정류장을 잘 확인해보자. 버스 앞쪽에 정류장 이름이 뜨는데 뜨자마자 내린다는 사인을 보내거나 좀 더 일찍 누르는 것을 추천한다. STOP 버튼도 있지만 드물게 있어서 창가 쪽에 있는 노란줄을 당기면 STOP 사인이 뜬다.

마지막으로 뒷문으로 내릴 때 가끔 문 안 열어주시는 기사님도 있다. 그럴 때는 문쪽에 초록불이 들어온 후에 손잡이를 살짝 밀면 열린다. 내리고 나면 어찌나 후련하던지. 초반에는 차라리 걸어 다니는 게 제일 심적으로는 편했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이 아무것도 아닌 길 건너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조차 처음은 누구나 다 두렵고떨린다. 그러니 어쩌고 저쩌고 이상한 소리를 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모른 척 몇 번 하다 보면 어느새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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