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블루밍 Sep 18. 2021

행복에 대한 타협

나는 정말 안녕한가


"하늘 진짜 예쁘다. 바람도 좋고. 이런 게 행복이지."

"이거 진짜 맛있다. 아, 너무 행복해."

"이 옷 완전 내 스타일이야. 사진이랑 다를까 봐 걱정했는데 실물이 더 예뻐. 진짜 좋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내 인생도 나쁘지 않아. 내가 행복한 걸 자주 하면 그게 잘 사는 거지. 인생 뭐 별거 있나.' 하지만 이렇게 소확행으로 둘러싸인 일상을 지내다가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정해진 행복이 지루할 때가 있다. 루틴한 하루를 야멸차게 깨버릴 새로운 행복이 필요한 것이다. 의식주가 충족되는 기본적인 행복을 넘어서, 그 외의 무얼 할 때 내가 행복한지 탐구하려는 욕망이 생긴다. 마치 연애 초반에 연인이 상대를 궁금해하고,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지금 정말로 행복한가. 행복하다고 생각해서 행복한 것은 아닐까. 행복하다고 생각해서 행복한 것은 진짜 행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그 행복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그 행복은 언제까지 유지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건, 몇 달 전 아래의 글을 읽은 덕분이었다.


니나의 계속되는 질문들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내가 적합한 대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동안 나는 결혼하고 나서 최초의 몇 년을 빼고는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물론 나는 이것이 행복일까, 하고 자문했다. 그러나 나는 불행하지 않았고, 삶에 대해 지나친 요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나 자신과 타협할 수 있었다.

-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그저 불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니나의 언니처럼 나도 내 삶에,  행복에 대해 수동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행복하다고 여겼던 순간이 거짓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정도의 행복에 정말로 만족하느냐, 이에 대해선 긍정의 답을 할 수 없었다. 내 상황을 기준점으로 두었을 때, 비교적 쉬운 행복에 나도 모르게 타협을 해왔던 것이다.


마침내 행복에 대한 타협을 마치고, 이제는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나서보려 한다.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의 끝에는 찐한 미소를 짓는 또 다른 내가 있을 것이다.


#yesterday, #sky, #calm


조용한 방 안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을 때. 둥둥 떠다니기만 했던 생각들을 글로 정착시킬 때. 좋아하는 책을 소리 내어 속삭이듯 읽을 때. 나는 행복하다.


또 어떤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내일이 기대된다.



이전 01화 나는 오늘 시한부 글짓기를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