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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Sep 27. 2021

스물아홉에도 내가 여전히 방황하는 이유

모르니까 쓰는 것이다


오늘 점심에는 회사 동기와 답이 없어 어려운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나눴다. 요즘 서로 살기 바빠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지가 좀 오래됐는데, 알고 보니 그 언저리에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잔뜩 자리하고 있었다. 단지 서른을 앞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고민이 많아진 건 아니다. (동기는 나와 동갑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한 지 수년이 지나니 좀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었다. 얕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도 알게 모르게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심은 나는데, 괜히 다 잘해보려다가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하루 일과 중 무엇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을지, 많은 생각들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동기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하루에도 마음이 몇 번은 바뀐단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생각이 바뀌고 저녁에 잘 때 또 바뀌고, 갈팡질팡하며 퀭하게 지낸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하지만 안타까움은 순간적인 감정이었을 뿐, 사실은 나도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 이 나이에 공부해서 결과로 노력이 증명되는 무언가를 더 하지 않아도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글은 언제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책도 언제든 읽을 수 있는 거잖아. 


방황을 해야 방향을 찾는다
vs 방황만 하다가 방황으로 끝난다


당신은 어느 쪽을 믿고 싶은가? 방황이 그저 방황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방황을 해야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방황으로 인해 조금은 불편하고 고달픈 시간들이 생기겠지만 충분히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시작할 때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써가며 알게 된다. 알아서 쓰는 게 아니다. 모르니까 쓰는 것이다.

-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p.17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모르니까 쓰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엄청난 위로와 격려로 다가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는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그 행위의 견고한 역사를 쌓아간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와 극명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무엇이든 일찍 할수록 좋고, 꾸준히 할수록 빛을 발하는 법이니 말이다.


어쩌면 내 생각의 끝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자아실현과 풍족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적 자유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일. 적어도 오늘 밤까지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것들이다. 지금 내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 나다운 '글'을 써서 실력을 키워가는 일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일을 알 수 없기에, 오늘의 내가 한 줌의 희망과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괴테


수업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시험문제를 하나라도 더 맞으려고 노력했다. PPT 발표를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비염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좋은 친구들을 사귀려고 노력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연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쓸데없는 돈은 아끼려고 노력한다. 좋은 딸이 되려고 노력한다. 든든한 언니, 누나가 되려고 노력한다. 현명한 여자친구가 되려고 노력한다. 반려견에게 따뜻한 가족이 되려고 노력한다.


나다워지려고 노력한다.


모든 노력이 성공을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노력의 가치가 성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에 목표했던 성공 외에 다른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방황하는 내 모습에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한 방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방황을 통해 내 인생의 유쾌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오늘부로 방황을 격하게 환영하는 대범함을 조금씩 길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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