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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Aug 31. 2021

흘러가야 할까 머물러야 할까

뻔할 것 같은 인생도 정해진 결말은 없다


매년 휴가철이 되면 사람들은 보통 ''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푸른 망망대해를 찾고, 세월을 낚는 강을 찾고, 투명한 계곡을 찾는다. 시원해서만 아닐 거다. 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놓고 수박 한 통 먹는 게 제일 시원하니까.


사람들은 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걸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흐르는 물을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마음이 편안해진다이다. 바다라면 바다내음에 취하고, 계곡이라면 물 흐르는 소리에 빠져들면서 세상 모든 게 평화로워 보인다.


우리가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은 사실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편리함을 위해 인간이 개발한 인공적인 것들이 많다.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에어컨, 안전한 요리가 가능한 인덕션, 재미있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 등등. 이들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고장이 나면 굉장히 불편한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 옆에 존재하는 게 자연스러워져 버렸다. 


하지만 이게 말 자연스러운 건지 갸우뚱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상쾌하고 시원한 자연바람이 불어올 때, 숯향이 나는 숯불 요리를 먹을 때, 영상 없이도 사람들과 웃고 떠들 때' 그렇다. 자연(Nature)스러운 건 사실 이런 거니까.


익숙함에 덧대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인위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진-짜 자연스러운 것들을 구경하위해 우리는 휴가를 떠나는  아닐까.  


#Silmido, #Vacation, #Ocean


인생도 물처럼 흘러가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결혼도 결말이 아니고, 죽음도 겉보기만 그렇지 결말이 아니고. 생은 계속 흘러가는 거야. 모든 것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고 아무 논리도 없으며, 모든 것은 즉흥적으로 생성되고 있어.

-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나'를 찾기 위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휘황찬란한 인생을 살아온 니나가 말했다. (니나는 소설 <삶의 한가운데>의 주인공이다.) 생에 정해진 결말은 없다고. 앞서 열심히 설명한 물처럼, 인생도 계속 흘러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딴에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인간이라는 종이 '삶의 정석'을 만들었고, 이를 정답으로 생각하고 향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무언가를 함부로 정답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속단하지 말라.


뻔할 것 같은 인생도 정해진 결말은 없으니까. 



흐름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떠다니는 것,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금세 사라져 버리는 것이야말로 오직 깊은 사색적 주의 앞에서만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긴 것, 느린 것에 대한 접근 역시 오랫동안 머무를 줄 아는 사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한병철, <피로사회>


생이 물 흐르듯 흘러가게 하되, 순간순간에 몰입해 머무를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사색의 여유'다. <피로사회>에서 '사색적 삶이란 오히려 몰려오는, 또는 마구 밀고 들어오는 자극에 대한 저항을 수행하며, 시선을 외부의 자극에 내맡기기보다 주체적으로 조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항을 수행하다는 점에서 사색적 삶은 굉장히 활동적이라는 것이다.


사색에도 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다. 


흐름(Flow)과 머무름(Stay), 둘의 밸런스가 찰떡 같이 맞는 언젠가를 상상하며 오늘의 현실에 천천히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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