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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Aug 20. 2021

나는 오늘 시한부 글짓기를 시작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행복하게


시한부(時限附): 어떤 일에 일정한 시간의 한계를 둠.


시간은 참 얄궂다.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흘러가기 일쑤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안 잡힌다. 아니 못 잡는다. 시간을 잡으려면 이 순간이 멈춰야 하는데,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건 아직까지 픽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점점 빨라지는 세월에 올라타다 보니, 정작 '나'를 두고 간 적이 많았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빴다. (에너지가 비교적 적은 자의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수많은 주인공이 열연하는 무자비한 현실에서 진짜 '나'로 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기 다르고, 다름에도 내 의견을 주장하는 데에는 용기와 확신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휩쓸리기 쉬운, 모든 게 차고 넘치는 그런 세상이니까. 


그래서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야 했고, 내가 가장 '나'를 존중해야 했다.      


이 생각은 여전하지만 항상 이 생각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권태로울 만큼 반복적임에도 새로운 고민이 계속해서 생겨났. 그런 일상 속에서 어느새 다른 생각들로 꽉 차 버린 머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잊게끔 만들었다. 문득 떠올랐다가도 흔적 없이 사라지곤 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시한부 글짓기'였다.


매일 나답게,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간절함이 지속되어야 했다.


시한부는 절실하다. 그리고 간절하다. 끝이 정해져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끝이 가까워져서 그렇다. 온 마음을 다해 나에게 집중하고 그런 내 모습을 글로 남기기 위해 '시한부 글짓기'를 시작했다. 이 나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열아홉이든 스물아홉이든 서른아홉이든, 인생에서 내가 그 나이로 살 수 있는 날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리하여 '시한부'라는 세 글자를 글에 담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왠지 진이 빠지도록 오늘의 나에 대해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시한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말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시한부 글짓기'는 내가 나에게 거는 주문이자 명령이다.


배냇저고리 입던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부모님 집에서 캥거루로 살고 있다. 다행히 반 오십에 밥벌이는 시작했지만, 슬프게도 가정에 눈에 띄게 도움 될 정도의 월급은 아니다. 더불어 결혼과 첫 독립은 10개월 남짓 남았다. 시원섭섭하다. 대학 입학과 취업, 이직, 결혼까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순간들이지만 나에게는 내 20대가 가장 다사다난하고 특별하다.


#Danyang, #Greenery, #Youth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당신의 지난날이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따뜻한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부끄러운 기억도 있고 민망하리만큼 후회되는 순간도 있겠지만 당신의 20대는 세상에서 제일 특별했으리라 믿는다.


30대와 결혼을 동시에 앞두고 있어서인지 올해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생각이 든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그것들을 해소할 수단이 필요했고, 내향적인 집순이에게 '책'과 '글쓰기'는 완벽한 해결책이었다. 그 두 가지는 고요한 '고독'을 전제로 한다. 자, 내가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를 방금 전부 언급했다.


'책, 글쓰기, 고독'이 바로 내 인생의 벗들이다. 


내가 먼저 그들을 발견해 거침없이 다가갔다.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지만, 나는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스스럼없이 호감을 드러내는 성격이다. 다만, 깊고 좁은 인간관계를 추구해서 그 대상이 많지는 않다. 소수정예인 셈이다. 아무튼 내가 손수 택한 벗들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친구들이다.  


이 세상에 발 디딘 지 30년이 되는 날, 나에 대한 글이 적어도 책 한 권의 분량쯤은 있었으면 한다.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나'를 기록해주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내가 유일하니 직접 써보려 한다. 올해, 스물아홉의 첫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서른, 서른하나, 서른둘 쭉 이어질 것이다. 상황에 따라 일상이 어떻게 바뀌든 시한부 글짓기만큼은 변치 않도록, 그 간절함을 마음에 깊숙이 아로새겨 본다. 환갑 그리고 칠순 때에도 여전히 시한부 글짓기를 하고 있을 테니 당장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체력과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는 노년은 행복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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