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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Aug 21. 2021

눈만 보이는 세상

고독은 독(毒)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앞당겨진 건 비대면 기술의 발전만이 아니었다. 스마트한 세상의 이면에는 '고독'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절규가 가득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아니 사실은 항상 존재했지만 갑작스럽다고 느껴지는 고독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가 장기전으로 치달으면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었고, 기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사람을 대체해 나갔다.


코로나의 고약한 의도대로 사람 간의 접촉은 현저히 줄었다. 예의상 보였던 웃는 얼굴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서 눈만 보이니, 코 아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나밖에 모를 일이다. 진심이 담긴 웃음이면 눈까지 휘어지도록 웃게 된다고 하는데, 눈만 보이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거짓 웃음은 금세 들통나고 말았다. 눈에 담기지 않는 가짜 감정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마스크 속에서 이 사람이 어떤 입모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괜한 추측으로 서로를 오해하기도 쉬워졌다. 


시작은 분명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였지만, 명분이 사라져도 거리감은 그대로것만 같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갑도록 먼 거리두기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렸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에게 메신저를 보내려다가도 이내 '아, 어차피 코로나도 있고 서로 만나기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만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꼭 봐야겠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코로나를 핑계로 만남을 미루고 싶은 관계도 있다.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관계가 바로 위에서 설명한 사이다. 안부가 궁금해 연락하려다가 멈칫하게 되는 그런 관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조금은 미지근한, 그래서 때로는 아쉽기도 한 그런 관계가 있다. 




 


변하는 기술에 대한 교육은 형식적으로라도 이루어지고 있다. 회사에선 매번 공람이 내려오고 교육란에 기계처럼 서명한다. 하지만 거리두기로 급격히,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혼자가 된 사람들에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바삐 살면서 애써 외면해왔던 쓸쓸함과 외로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데 사람들은 무방비 상태로 있다. 코로나가 그들의 방둑을 처참하게 무너뜨려 버렸다.


코로나 블루가 서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코로나 블루: Covid-19와 '우울증'을 뜻하는 'blue'의 합성어. 코로나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이나 불안감 또는 우울증을 뜻한다. (출처: 네이버 한경 경제용어사전)


코로나 블루의 서식을 막기 위해선 '고독'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방어 태세 하나 없이 맞게 된 고독이지만, 모든 이의 인생에는 반드시 고독의 자리가 필요하다. 코로나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혼자'인 시간이 많아졌다. 집순이인 나조차도 이를 느끼는데 외향적인 사람들은 오죽하랴. 거리두기로 내 삶의 반경 안에 들어오는 사람이 현저히 었다. 넷이 만나서 하던 걸 둘이 만나서 하고, 둘이 만나서 하던 걸 홀로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지낼 때 괜찮은 점도 꽤 많다.


혼자여서 느낄 수 있는 '깊이'가 있고, 혼자이기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나는 이를 일찍이 느낀 덕분에 코로나 전부터,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자면 스물대여섯 쯤부터 고독을 즐겨왔다. 나는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몰랐으면 모를까 나의 이런 성향을 알고도 그 시간을 방해하는 관계는 칼 같이 끊어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까지도 없다.  

 

인생은 스스로 꾸려가는 여정이다. 그 인생에서 나는 쭉 혼자였고, 혼자이며, 혼자일 것이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관계라는 것도 내가 '먼저' 존재해야 건강하게 형성된다. 내 인생에 내가 없고 다른 사람들로만 가득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각자 저마다의 인생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서로 만나는 것뿐이지, 언제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하나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그렇다. 때문에 우리는 홀로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고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고독을 인정하고 배워나갈 필요가 있다.   


#Gyeongju, #Solitude, #Youth


낭만적인 고독



고독의 수식어가 더이상 부정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고독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를 나 혼자 외쳐서는 택도 없다는 걸 안다. 계속해서 글로 쓰고 함께 읽고 생각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은 낯선 고독에 짓눌려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이 글자들이 따스히 닿길 바라며, 고독에 대한 이야기는 to-be-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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