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이었다.
“킥보드 잘 타네.”
놀이터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 친구 엄마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원래 저 유튜버 하려고 했었잖아요.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하니까. 운동하고 사람 만나고 술 마시고 그런 일상 브이로그로.”
“오 그럼 지금 촬영 작업도 하고 있어요?”
“아뇨 친정 언니한테 일이 생겨서 못했죠. 집안 분위기가 좀 그래서...”
“무슨 일 있었어요?”
“언니가 아직 젊은데 유방암에 걸려서”
“아...그러셨구나.”
보험을 들어놓았는데도 독특한 종류의 암이라 전액 지원되는 것은 아니고 치료에 들어가는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아이들도 아직 어려서 치료에 전념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하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주변에 마음을 나눌만한 환우는 없는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만한 부분은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싶은 마음에 과거의 기억들을 들춰보다 나도 그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벌써 10년 전 일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것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다가도 문득 문득 생각나는 엄마.
내가 지금의 내 아이만큼 어렸을 때 탁구 코치였던 엄마는 나를 탁구장에 데리고 다녔다. 엄마는 종일 회원들에게 탁구를 가르치고도 오르막길 꼭대기에 위치한 집까지 나를 업고 올라갔다. 가끔 엄마가 길을 오르던 중 장난처럼 나를 내려놓으려 할 때가 있어서 나는 항상 엄마 목을 꼭 붙잡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업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나의 존재가 엄마에게 어떤 무게감이었을지.
우스갯소리를 좋아하는, 누구보다 밝고 건강했던 엄마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한 때 유튜버가 되고 싶었던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고통은 기쁨만큼이나 늘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작스레 다가온다. 10년도 더 된 그날, 엄마에게도 그런 날이 찾아왔다. 그렇게 엄마도, 나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