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따면 달라질까?’ 자격증과의 전쟁

계획은 많은데 정작 지키는 건 별로 없어

by 노엘리에

우리는 강한 면만을 보이도록 길들여졌다. 행복할 때, 건강할 때, 생산적일 때만 자신을 드러낸다. 사회에서 보는 나는 한심하고, 무능력한 존재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회에서는 쓸모 있는 인간임을 끊임없이 증명하라고 하니깐 말이다. 그런 이유로 나도 늘 증명하려고 했다. 내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그 증명은 자격증이었고, 자격증 하나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이렇다 할 자격증이 하나도 없다. 남들과 같은 수순을 밟기 싫어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은 물론이고 그 흔하디 흔한 토익 점수도 없다. 4학년 졸업반이 되었을 때 동기들이 국가고시를 준비를 하기에 나도 따라서 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국가고시 + 자격증 + 독서모임까지 하루에 4시간 자며 살았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 어느 하나를 놓치기 일쑤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은 자격증과 국가고시 합격하고, 따내고 있을 때 난 제자리였다. 그때마다 나는 당연한 수순을 밟지 않는 겉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실패를 말할 용기도 없었다. 쪽팔림도 쪽팔림이지만, 말하는 순간 나 자신이 더 초라해질 것 같았다.


우리는 슬픔, 두려움, 의욕부진, 절망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외면하거나 숨기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은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감정들을 감추기 바빴다.


졸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알바만 전전했고, 카페 알바하면서 운전면허증을 땄다. 내가 가진 스펙이라곤 고작 운전면허증 2종이었다.


2022년 11월에 퇴사하고 프리랜서 신분으로 살아가던 중, 프리터족으로 살아가는 게 만족할 수 있으려면 나를 그만큼 알려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선택의 폭은 넓을테니까. 프리터족으로 살아가면서 시간은 자유롭지만, 언제 잘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사람들이 당연하게 하는 운동도 여행도 저축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내키지 않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을 공부했는데 하루에 4시간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외에 학점 은행제와 다른 자격증 강의까지 듣고 있었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고, 무리하다 보니 잠이 부족해졌다. 어느새 지쳐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내가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볼 때면 내 자신에게 혹독하게 비난한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거야? 부모님께 미안하지도 않아?' '넌 정말 쓸모없어. 그렇게 무능력한데 누가 너를 써주겠어?'라고 말이다. 이 악순환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번씩 '회사에 들어가면 적어도 정기적으로 돈은 나오니 돈 걱정은 안되지 않나? 아니야, 회사에 소속되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스트레스야. 프리랜서로 사는 삶이 좋긴해. 하지만, 들쑥날쑥한 수입 때문에 너무 힘들어. 뭐가 맞는걸까?'라는 고민을 한다.


아직도 나는 매일 고민 중이다. 꿈만 꾸기엔 현실이 너무나 쓰리고 아프기 때문에. 어쩌면 이 고민은 당분간 계속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의 내면에서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고 무시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조금씩 나를 받아들이면서, 오늘 하루도 버텨본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고생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프리터, 내 직업은 물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