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중년여성에 대한 객관적 사실
50에 결혼한 내 주위에는 자연 싱글로 사는 여성들이 많은 편이다. 사실 대다수는 고학력의 여성들이고 성격이며 능력, 인간성... 대부분의 면에서 꽤 괜찮은 여성들이다. 해서 나는 고학력 여성만 싱글로 사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때도 있었다.
실제로 30대 즈음이었나? 당시에 '골드미스'라는 단어의 난데 없는 부상과 함께 '결혼시장의 ABC이론'이라는게 꽤 널리 퍼져 있었다. 사실 ABC 이론은 유명한 인지주의 심리학 이론인데, 이 이론과 전혀 상관없이 오직 등급의 의미인 A,B,C의 의미를 살려 만들어진 결혼시장 풍자였다.
지금도 이 풍자가 유효한지는 모르겠는데, 오직 사회경제적 지위로 남녀 모두 A,B,C로 등급을 매겼을 때 A등급 여성만 나중에 홀로 남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A등급 남성은 반드시 직업적으로 성공한 A등급의 여성만을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성공도는 낮더라도 B등급 여성과 만나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B등급 남성도 역시 B등급 여성만 고수하지 않고 C등급 여성과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많아 결과적으로 B, C등급 여성만 결혼하고 A등급 여성과 C등급 남성이 남는데, 이때 C등급 남성은 당시 바람이 분 국제화에 힘입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A등급 여성만 남게 된다는 말이었다. A등급 여성은 대부분 그 등급이 되었을 때 이미 대부분 나이든 노처녀가 된 경우가 많아서 외모나 출산능력 면에서 탐탁치 않기에 이보다는 사회적 성취는 덜하지만 젊고 이쁜 B급의 젊은 여성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가부장적 기운이 남아있던 당시의 다수의 남성들은 자신보다 동등하거나 자신보다 성공한 여성을 배우자로서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 자신보다 나이 어리고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의 여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등장하기 시작한 성공한 여성들 중 미혼이 부쩍 눈에 띄는 현상이 많이 관찰되기도 하였고, 이런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하였는데, 아쉽게도 이들 성공한 노처녀들은 소비의 주체로서만 매력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는 어떨까? 통계 자료가 말하는 한국의 중년 싱글여성은 어떤 상태에 있을까?
일단 국내 싱글여성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국가통계포탈을 검색한 결과 가장 최근인 2021년 9월 현재 시점으로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중 40대 여성(40-49) 규모는 3,920,496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여성인구의 15.2%를 차지했다. 50대는 전체의 16.1%로 나타나 40-59세까지의 중년 여성 인구는 전체 여성인구의 31.3%를 차지하고 있었다.
40대 전체 여성 중 결혼상태에 있는 여성 비율이 77.9%였고 미혼이 12.1%였다. 50대 여성의 경우 결혼상태에 있는 여성이 77.8%로 40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미혼인 경우는 4.39%로 40대보다는 거의 1/3로 줄어든 수치를 보인다. 이는 40대와 50대에서 결혼한 비율은 비슷했으나 50대의 경우 결혼을 아예 안한 사람이 40대 보다 1/3 수준으로 적었다는 의미이다. 대신 50대는 이혼이나 사별이 늘어 배우자 있는 여성의 비율은 비슷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10년 단위 세대별 비교를 위해 40세 이상 노인여성까지 포함하여 수치를 비교한 결과 40대에서 50대 사이가 거의 3배 차이가 나는 것을 제외하곤 50대 이후엔 10년 단위로 미혼 인구 비율이 거의 절반씩 감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즉, 현재 우리나라 중년과 노년 여성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여성들이 매 10년마다 2배씩 늘어나다가 현재 40대 세대에 와서는 갑자기 거의 3배가 늘어난 것이다.
40대 여성에서 미혼 비율이 이전 세대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려는 여성들이 이 세대에 들어 크게 증가한 것인지, 40세 이후에도 결혼을 하는 만혼화 현상에 기인해 아직 결혼을 안한 상태에 있는 여성들이 많아서일 뿐인지는 정확히 알수 없다. 그러한 구체적 사실을 담은 연구조사나 통계자료는 없기 때문이다. 내 견해로는 아마도 두가지가 다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10년 후에도 가속화될지, 어느 시점에 다시 평균으로 회귀할지 무척 궁금할 따름이다.
어쨋거나 전체 40-59세까지의 중년 여성 중 8.1%의 여성이 미혼상태에 있는 것이다. 10명 중 1명이 채 안되는 상황인데 이는 근년들어 매우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인구학적인 규모에 비해 싱글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태부족이다.
여성들을 위한 공신력있는 조사는 매우 드문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전국 규모의 패널조사인 ‘여성가족패널조사’이다. 여성가족패널조사는 2007년도에 전국 9,068가구 내 만 19세부터 64세 여성 9,997명을 표본으로 시작하여 격년마다 추적 조사를 하여 2020년 8차 조사까지 발표된 상태이다.
중년 싱글여성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개한 2021년 8차년도 조사자료를 다운로드하여 이중 40세 이상 64세이하 여성들 중 미혼인 여성들로 케이스를 한정해 spss 통계프로그램으로 직접 데이터 분석을 해보았다. 전체 중년 싱글여성을 전수조사한 자료는 있을수 없기에 이렇게라도 분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결과 40세 이상 65세 미만 여성 중에서 현재 배우자가 있지 않은 케이스는 전체의 10%가 안되는 총 797명이었다. 이중 미혼이 157명으로 20% 가까이 되었고, 이혼이 42.3%인 337명, 별거가 28명(3.5%), 사별이 34.5%인 275명이었다.
이들의 학력은 초졸 이하가 11%, 중졸이 14.2%, 고졸이 46.2%, 전문대졸이 8.9%, 대졸이 18.4%, 대학원 이상이 1.2%로 나타나 혼자 사는 중년 여성의 학력은 고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전문대졸 이상이 28.5%로 그 뒤를 이었다. 대학원 이상이 불과 1.2%에 불과해 놀라웠다.
특히 싱글 중년이라면 경제력 확보가 관건이어서 대다수 일을 하고 있을거라 짐작하기 쉽다. 여성가족패널에서 중년 싱글여성들 중 미혼인 여성 157명만을 따로 분리해 분석한 결과 현재 돈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68%였고 나머지는 가사일이나 취업준비, 교육중이라고 응답했으며, 아무 일도 안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도 16.6%였다. 응답자 중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종사상 지위를 물어본 결과 회사에 고용된 임금노동자라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은 65.9%를 차지했고, 내 사업(개인사업, 프리랜서, 식당 등 자영업, 농림축산업 등 비임금로자자)인 경우가 26.7%, 보험모집인,레미콘 및 화물지입차량기사,학습지 교사,골프장 보조원,가정a/s기사 등이 3.6%, 일주일에 18시간 이상 가족(친척)의 일을 돈을 받지 않고 일하고 있는 경우도 3.6%나 되었다. 임금노동자 중에 정규직이 45%, 비정규직이 55%였다.
또한 싱글 중년여성 중 혼자서 가구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34%밖에 돼지 않았고, 나머지는 가족들하고 같이 살고 있었다. 금융소득이 있는 경우가 7.9%, 이중 연간 100만원 이하가 60.9%, 100-200만원이 21%, 1000만원 이상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부모나 자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모님으로부터 받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4%였다.
이상과 같이 현재 우리나라의 중년 싱글 여성의 자화상은 한동안 메스컴에서 골드미스라고 명명하며 싱글 여성을 찬양한 결과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비록 표본수가 많지는 않으나 공신력있는 연구기관에서 과학적으로 설계된 표집틀에 의해 표집되었다는 점에서 이 표본은 전체 중년 싱글여성을 대표하는 자료로서 취급될 만하다.
그렇다면 골드미스는 어디 갔지?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던 골스미스는 실제 올드미스일 뿐이었나? 나 역시도 이러한 통계 결과가 몹시도 당황스럽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2016년 보고서의 중년 싱글여성에 대한 결과는 더 비관적이다.
서울거주 4050 여성가구를 분석한 이 연구는 중년기 여성 1인 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 비중이 8%를 넘을 정도로 다른 세대보다 빈곤계층이 높고, 근로능력이 있는 비취업자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년기 1인 가구의 증가는 비취업으로 인한 빈곤유입 가능성이 큰 계층의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진단하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독신생활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은 50대와 사별집단의 경우 청년 1인 가구에 비해 부모형제와의 교류도 낮고, 이성파트너가 없는 비율이 현저히 증가하는 등 사적 네트워크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결혼한 여성들이 가족 중심으로 좁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비혼 여성들이 더 광범위하고 활발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산다'고 발표한 최근의 서구 논문들과 반대되는 결과이다. 왜 그럴까? 왜 한국의 미혼 중년여성들 중 상당수가 처한 상황이 이렇게 녹록치 않을까?
이같은 실제 자료는 비혼이 시대적 트렌드처럼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도 남는다. 물론 비혼과 사회경제적 지위의 인과관계가 어떤 방향인지, 어떤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지 등... 조심스럽게 해석되어져야 할 부분이 있으나, 이러한 자료가 말하는 것은 현재의 중년 싱글여성들이 처한 현실이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멋진 싱글과는 격차가 있다는 점에서는 너무 명확하다.
중년 싱글여성, 그 규모면에서도 무시할수 없는 이들 여성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보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활용자료 출처: 국가통계포탈( https://kosis.kr/search/search.do), 여성가족패널조사 8차 자료(한국여성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