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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Oct 02. 2022

고통도 두배, 기쁨도 두배인 결혼?

중년결혼의 온도차

평소 사람들과 만나 술마시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한 남자선배는 고교생인 자식들의 학원간 픽업을 하느라 술을 같이 마시다가도 시간이 되면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같이 가서 자식을 이동시켜주고 다시 술자리에 복귀를 하곤 하여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대단해!'하는 경탄의 대상이 되곤 한다. 자상한 대한민국의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해내면서 그가 좋아하는 술자리도 놓치지 않는 그 선배는 어쨋건 창의적이고 책임있는 아버지이며 사회인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어느날 같이 술을 마시던 싱글 후배가 그렇게 바둥거리며 술자리를 드나드는 그 선배를 보며 안타까워 하면서  ‘나는 자식이 없어 편하고 좋다’고 말하니, 그 선배 왈 “자식이 있으면 고통도 두배지만 기쁨도 두배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 처음 듣는 표현이었는데 맞는 말인 듯하다는 생각을 그후 종종 하곤 했다. 자식이라고도 할수 있고 어느 경우 결혼이라고도 할수 있을 듯하다. 분명 누군가와 만나 좋은 감정을 나누고 가정을 이루면 자유가 다소 줄어들었을지라도 혼자 사는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안정감과 든든함, 둘이기에 가능한 행복한 순간들을 선물로 받는다.


그런 한편 자녀 양육이나 확대된 가족으로 인해 배로 많아진 의무 사이에서 다중의 역할 피로감 탓에 싱글 시절이 그립기도 한다. 특히 청춘시절 결혼했을 경우 더 그런 듯하다. 아직 사회 경험이 많지 않아 배워야 할 것, 적응해야 할 것도 많은 현실에서 남편과의 룸메이트로서도 적응해야 하는데 여기에 자녀를 출산하고 나면 너무도 큰 산인 양육이라는 산을 거칠게 넘어야 한다. 거기에 두배로 확대된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면 다중 역할에 대한 부담으로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하는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할 것이다.     


확실히 혼자 사는 것은 삶도 단조롭고 그만큼 고통스러울 거리도 적기는 하다. 그러나 그만큼 웃고 행복해 할 거리도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혼자 살면 직장생활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고요하고 잔잔하다. 그 잔잔함은 때론 평화롭지만 그닥 화통하게 웃을 일이 없는, 낮은 공기가 늘 감도는 삶이기도 하다. 힘들게 일을 하고 들어와 불을 켜면 그저 혼자서 아무렇게나 널브러지면 되는 편안한 독신 일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가 너무도 그리운 적막한 일상이기도 하다. 적막감을 안느끼려 일부러 티비를 틀고 지내도 보지만 티비의 소음이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다.  


더 많아진 고통을 감내하며 더 많은 기쁨을 얻을 것이냐, 아니면 기쁨이 덜하더라도 적은 고통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의 순간에 지혜로와져야 하고 또 양심적이어야 한다. 다 가질 수는 없으므로... 마냥 좋기만 하고 나쁜 것은 없는 선택은 없다. 모두 일정 부분 장점과 단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게 세상이치다.  


그러나 나는 중년 결혼의 경우 기쁨 두배, 고통 두배와는 다른 수치가 적용된다고 말하고 싶다. 다중 역할 밀도는 그닥 높아지지 않는 것에 비해 기쁠 일은 훨씬 더 많다. 고통은 1에 훨씬 못미치는 0.3 안팎의 소숫점 정도로 증가하고 기쁨은 몇배가 증가하는 것 같다. 자유 역시도 그닥 의미있는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계에 대한 배려를 위해 다소 행동반경을 줄이는 것일뿐 그게 딱히 박탈적인 의미는 아니다. 사실 중년에 결혼하면 결혼했다고 딱히 못하는 일은 없다. 원할때 여행가고 친구도 만나고 사회생활도 여전히 한다. 중년이 되어 만난 마당에 서로의 생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마음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상식적인 사람들끼리는 그렇다는 것이다. 


해서 나는 중년 결혼예찬론자이다. 중년에 결혼하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다 좋을 수는 없는게 세상 이치라는 점에서 나는 중년 결혼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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