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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Sep 26. 2022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

중년의 나홀로 이탈리아 한달여행


내일이면 드디어 출발이다. 지난 3주간 이탈리아 나홀로 한달 여행준비를 하며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특히 이번 이탈리아 여행준비는 이제까지의 여행에 비해 소매치기에 대한 대책과 그에 따른 마음의 준비가 별도로 더 필요한 준비 과정이었다. 사실 나는 7년동안 미국을 왕래하는 삶을 살기도 했고, 코로나가 있기 전까지는 일년에 한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해왔기에 여행 준비에는 어느 정도 단련이 된 편이다. 요긴한 여행필수템들도 다 구비하고 있고 나름 노하우가 쌓여 보통 열흘간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전날 한두시간내에 후다닥 캐리어를 싸는 편이며, 매번 빠트리는 것 없이 잘 챙겼음을 현지에서 확인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이탈리아여행 준비는 자못 비장한(?) 각오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는데 그건 소매치기 때문이었다. 악명높은 이탈리아 소매치기들 때문에 도난방지용품 몇개를 구입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공포감을 안고 가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시간이었다. 뉴스나 유튜브, 블로그에도 수없이 공개된 이탈리아 소매치기 실태는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다. 잠시라도 긴장을 내려놓았다간 소중한 내 지갑이며 여권, 가방, 심지어 캐리어도 싹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소매치기는 보통 이런 식이라고 한다.     


- 환경운동이나 기아방지 서명캠페인을 가장해 종이를 들고 접근해 서명 후 막무가내로 후원금을 내라고 협박하거나 서명하느라 방심한 틈을 타 가방에서 지갑이나 휴대폰을 슬쩍 빼가는 수법

- 웃으며 다가와 손목에 공짜 선물이라고 팔찌를 채워주고 나서 팔찌값을 내라고 하는 수법

- 식당에서 휴대폰을 올려놓고 잠시 식사나 대화에 한눈을 파는 사이 종이를 들고와 휴대폰을 덮고 슬쩍 물어보는 듯하며 종이 밑의 휴대폰을 집어가는 수법

- 붐비는 곳에서 한명이 길을 물어보며 접근해 주의를 분산시키고 이때 다른 한명이 슬쩍 가방 지퍼를 열고 소매치기하는 수법

- 지하철역 ATM기에서 표를 구입하느라 해매고 있을 때 먼저 도와준다고 접근해 도와주고 이후 돈을 달라고 하는 수법

- 밀리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2-3인이 접근해 한명은 앞서서 차를 타는 척하며 진로를 막아 몸이 부딪히는 사이 한명이 뒤에서 가방을 소매치기하는 수법

- 사진 찍거나 검색을 위해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이를 채가는 경우

- 기차의 짐칸에 둔 캐리어를 훔쳐가는 경우

- 기차나 버스가 잠시 정차했을 때 재빨리 가방이나 휴대폰을 낚아채서 내려버리는 경우

    

이외에도 여러 수법이 있을 수 있지만, 소싱에 일가견이 있는 내가 알아낸 정도는 대략 이 정도인 듯하다. 소매치기가 강력사건은 아니지만 애써 큰 맘 먹고 여행 갔다가 여권이며 지갑을 도난당하면 그것처럼 낭패인 것이 없을 것이다. 특히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현대인에게는 휴대폰 도난은 재앙과도 같다. 아직 출발도 안했지만 남일 같지 않아서 이런 경우를 방지하는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소매치기의 타겟이 일단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타겟으로 선점되면 전문화된 그들의 솜씨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라고 한다. 해서 여행자처럼 보이지 않도록 행동할 것, 값비싼 물건을 들고 다니거나 비싼 옷을 입고 다니지 말 것, 어떤 경우라도 내 물건을 내 손의 영향권 내에 두도록 할 것이 기본인 듯하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더 명심할 것은 타인의 친절을 의심부터 하고 떨쳐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먼저 도와준다고 다가오는 사람은 대부분이 소매치기라고 하니, 슬프지만 친절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자세로 여행을 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전철역 등 대중교통 장소에서 두리번 거리며 여행자티를 내지 않아야 한다.

- 값비싼 옷이나 핸드백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 핸드백을 늘 앞으로 매서 손으로 사수해야 한다.

- 휴대폰은 안전한 곳에서만 보고 테이블 위에 잠시라도 올려놓지 않는다

- 다가오는 낯선 사람과 말을 섞지 않는다     

- 렌트카일 경우 차안에 물건을 절대 놓고 내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소매치기의 영향권에 들더라도 다소 방지를 할수 있는 용품도 구비하는게 좋다. 이번 여행을 위해 내가 구입한 도난방지용품은 아래와 같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주문도 했지만 대부분 다이소에 다있다.      

- 돈과 여권을 넣고 바지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전대

- 지퍼가 달려 돈이나 여권을 넣고 다닐 수 있는 도난방지 팬티

- 휴대폰과 핸드백/허리벨트 고리를 연결할수 있는 휴대폰 연결고리

- 캐리어 자물쇠(일부 전철에는 1유로를 맡기면 자물쇠 기능이 되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고 하는데, 없을 경우 캐리어를 선반에 고정시키는 자물쇠가 필요함)          



이렇게 대비한다고 해도 소매치기를 안당한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사실 여행을 코앞에 두고 이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내 귀중한 한달여행이 소매치기로 엉망이 되지 않아야 할텐데 말이다. 어쨋거나 유비무환의 정신이 빛을 발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는 점검하고 또 점검하며 여행날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 고정된 것은 없다. 위험에 대비할수 있는 부분은 대비하고 나머지는 그저 닥치면 대처하는 것일뿐.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사실 아무것도 안한다는 것은 0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삶이다. 굳이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속에서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은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인 것이다.


중년, 앞으로 남은 생에 대해 큰 욕심이나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마이너스 삶은 살지 말자 오늘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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