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마워!

효녀여름(孝女與廩)

by 서애가

"엄마, 고마워!"

하루를 마감하고 내 옆에서 엄마 이것 좀 해줘, 저것 좀 해줘라며 재잘되던 녀석이 뜬금없이 한 이 말 한마디

에 울컥함이 올라왔다. 우리 아이... 잘 크고 있구나.


2017년 7월 결혼한 지 5년 만에야 비로소 만나게 된 딸아이... 아이를 처음 만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에서 같이 지낸 지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이가 커가니 우리 부부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점점 많아진다. 이런저런 부분을 우리 부부의 마음에 흡족하게 자라나면 참 좋을 텐데라는 헛된 꿈..? 이 아이는 우리에게 선물인동시에 새로운 인격체라는 것을 말이다. 이 현실을 직시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먹고 비슷한 결의 옷을 입고 비슷한 결의 음악을 듣고 문화를 공유하지만

아이는 아이만이 생각하는 삶과 우리가 생각하는 삶은 분명히 괴리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려 가족들이 약속한 계획된 시간이 넘어간다든지... 모처럼 큰돈을 들여 뮤지컬을 보면 좋아할 줄 알았으나 머리 아프다며 나가버려서 생돈을 날린 적도 있고...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여기저기 공부해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려주면 자기는 컵라면이 더 맛있다고 라면하나 먹고 배부르다고 정성껏 만든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떤 식당은 그릇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가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으로 우리 부부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이고... 이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 앞으로

우리 부부의 머리가 이아이의 행동에 지끈거리는 시간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가 커있었다.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하느라 열심히 도시락을 준비했는데 도시락을 준비하니 도시락을 챙기면서 분명하게 "엄마, 고마워요."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항상 나에게 해오는 질문이고 나의 아이가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아까 이야기한 데로 아이는 우리 부부의 마음대로 커가지 않는다. 또 한 명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그 아이의 삶은 우리 부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이리 자라면 좋을 텐데 라는 욕심이 있으나 그 욕심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아이가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문화가 있을 테니 말이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그리고 놀이터에서 인간관계로써 받아지는 영향 중에 좋은 영향을 받기만을 바랄 뿐, 그 영향에 대해 무엇이 좋은지 무엇을 버려야 하는 것인지 하는 것은 대화로써 풀어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 대화라는 것은 우리 부부의 독일침공을 대비하는 프랑스의 마지노선과 같은 것이었다. 이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전쟁터에 놓여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어느 날 아이가 너무나 기쁘게도 아름다운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엄마, 고마워~!"

우리 부부의 모든 염려를 씻어버리는 결과물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행하는 행동을 이해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아이. 고마움을 표현한다는 것은 자신을 낮출 줄 안다는 것이다. 자신을 낮춘다는 것은 겸손함을 배워야

가능한 것이 것이고, 겸손하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소양은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우리 부부는 판단할 수 있었다.


"잘... 커가고 있구나.."

우리 부부의 걱정은 안도감이 되었다. 그래... 부모의 역할은 이 아이가 커가는 데 있어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

도록 우리는 거름이 될 뿐이다. 이 아이의 삶에 우리는 주역이 아님을 꼭 기억하고 살아야겠다. 언젠가는 우리

의 품을 떠날 아이가 사회에 나갈 나이가 될때즘 겸손하고 감사하고 도울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항상 깨어 준비하고 우리가 우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이런 다짐이 변색되질 않기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기도한다.


도울 여(與), 곳간 름(廩) 힘든 시기 구휼미를 쌓아놓은 곳간처럼 다른 이를 도우며 살기를 바라면서 우리 부

부가 직접 지은이름이다. 우선 감사할 줄 하는 것에 첫발은 떼었다는 생각이다.


효도가 별거인가.. 부모의 바람대로 살아가는 것이 효도라면 우리 아이는 이미 효녀(孝女)가 되어있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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