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民間人)인 당신에게 왜 설명해야 하느냐.

전유성선배님을 추모하며...

by 서애가

2007년 면적 698.45㎢ 인구수 45,984명이었던 작은 도시에 한 노인(老人)이 이사를 왔다.

1949년생인 환갑이 가까운 나이였지만 결혼도 안 하고 기인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삶을 살며 야인으로 살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았고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여름 초복날 "개나 소나 콘서트"를 열어 개그 공연을 진행하였다. 입장료는 반려동물을 데려오면 되는 거였고 초복에 콘서트를 연 이유도 복날을 무사히 넘기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청도에 "코미디철가방극장"의 운영을 시작했다. 자신이 훈련시키는 단원들을 무대에 세워 그들에게는 무대경험을 그리고 오는 이들에게는 콩트형식의 개그공연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인구 5만도 안 되는 작은 도시에 사람들은 궁금함과 입소문을 믿고 공연을 보러 몰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식당가도 살아나고 숙박업도 살아나고 운수업도 살아나고 작은 시골도시에 사람사는 냄새가 넘쳐났다.나라도 하지못한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니 최소 2,3주 전에 예약을 안 하면 공연을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노구의 나이에도 외부활동도 쉼틈없이 이어 나갔다. 그는 후배들의 공연에 게스트가 아닌 관객으로 그 현장들을 지켜나갔다. 5살 차이나는 후배의 환갑축하전화에는 "환갑선물로 친구가 돼줄게. 이제 말 놔."라는 말하는 유머가 아직도 생기가 넘쳤다.


"코미디철가방극장"은 자신의 삶가운데 마지막으로 지필수 있는 불꽃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기도 하다.

나이를 잊고 후배들을 양성하고 활발하게 하루하루 정신없이 이어지는 삶. 그것에서 삶의 큰 활력을 얻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개그콘서트를 같이 기획하여 자리를 잡게 되자 후배들에게 자리를 맡기고 떠나고 또 다른

코미디극단을 만들어 안상태, 김대범, 황현희, 박휘순, 신봉선, 김민경 등을 뽑아 훈련시키고 세워 개그무대에서 자리를 잡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SM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연계하여 아이돌중 예능에 뜻이 있는 희철, 이특, 신동 등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누구든 개그를 할 수 있도록 그는 자신의 것들을 내어주었다.


1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으로 후배들은 그를 모시기도 했다. 존경받는 어른이었다.

이문세, 주병진, 김현식, 팽현숙, 박중훈, 조세호, 김신영 등 많은 이들을 발굴하고 길을 열어줬다.

혼자만을 생각한 삶이 아니다. 한 번의 사실혼을 끝내고 그는 비록 독신으로 삶을 살았지만 같이 사는 삶,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했던 어른이었다. 지금처럼만 살면 행복하게 죽겠구나 싶었을 듯하다.


2018년 그의 나이 거의 70이 다 되었을 때 청도군청의 지역활성화라는 명목하에 "청도세계코미니디아트페스티벌"이 기획되었다. 물론 그가 어떤 행정적 직분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소만 키우던 청도에 코미디라는

생명력을 부은 것은 오로지 그의 공(公)이었다. 그를 자문위원으로 세우긴 했으나 모든 행정절차는 아무런 질의도 없이 진행되었다. 모든 행사의 순서, 기획사선정 등은 철저히 배제된 체 일이 준비되어 갔다. 답답함에 일에 대해 질의를 했을 때 "민간인인 당신에게 왜 설명해야 하느냐"라는 답변을 듣게 되었고

"심한 모멸감과 존재감을 상실당하는 더러운 기분이었다."라고 나이 70 먹은 노인이 자신의 감정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들어낼 정도로 분노했다. 결국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노년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청도를

떠나 지리산 초입의 남원으로 이사 와서 국수가게를 개업했다. 일일 50그릇 한정판매라는 가게 운영철학은 물질이 목적이 아닌 오는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려는 마음을 나타내는 듯하다.


그 후 청도의 "코미디철가방극장"이나 "코미디아트페스티벌"은 어찌 되었을까?


없어졌다. 흔적 없이...


...


어찌 되었던 남원에서의 생활이 그래도 위로가 되었는지 2024년 김대희의 유튜브채널과 2025년 6월까지도 김용만, 지석진, 김용수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후배들과 함께하며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을 웃으며 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젯밤(2025.09.25) 한 시대를 즐겁게 살아갔던 그가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세상을 떠나 우리들의 마음속에 그의 삶을 한 부분 새김으로 다시 태어나셨다.


...


그제밤(2025.09.24) 1986년생 개그맨 이진호는 음주운전으로 입건된다.

그전에 이미 10억 원대의 불법도박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같은 시간을 살고 있으나 다른 기록을 남기고 있다.


당신의 개그맨이라는 이름은 전유성선배님이 만들어준 고유명사이다.

부끄럽게 생각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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