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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 Oct 30. 2022

열네 번째 레터. 프라하 올 댓 재즈

2022년 7월 29일 (금)

진심이 담긴 수첩

 안녕하세요, 마지막 레터가 조금 늦었지요. 저는 연착과 경유까지 장장 16시간이 걸려 방금 집에 돌아왔습니다.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경유지에서 틈틈이 레터를 쓰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고 직통 버스를 타고 편하게 와서 내렸더니 비가 엄청 쏟아지네요. 저도 제 짐들도 다 푹 젖어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이렇게나 우당탕탕이라니 어이없고 재밌어요. 프라하의 마지막 밤, 저는 '이보다 더 좋은 하루는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을 할 만큼 행운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어요. 빨리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서 계속 마음이 간지러웠습니다. 


 금요일 업무를 마치고 레터를 쓰러 가는데 '마지막'이라는 말 때문에 이틀 연속 간 프라하 성 스타벅스는 또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숙소 근처 골목에 숨어 있는 카페에 가봤죠. 아기자기한 중정을 가진 곳이라 글을 쓰기에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새로운 곳을 가보길 참 잘했다 생각하며 열심히 글을 보내고 예약해둔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어요. 지금 유럽에 입국할 때는 별 서류가 필요하지 않지만 한국에 돌아올 때는 48시간 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내 전문가 신속 항원 검사 결과 문서가 필요해요. 일부러 가보지 않은 길로 돌아 돌아 가 검사를 받고 15분 정도 기다리니 금방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다행히 음성이라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음성 결과도 받았겠다 마음이 가뿐해져 어딜 가볼까 구글 맵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저장해둔 장소를 봤어요. 주요 관광지랑은 좀 멀리 있는데, 여행 책에서 수제 노트를 파는 상점을 보고 별표 저장해둔 곳이 있었거든요. 아무리 봐도 동선이 꼬이는 쪽이었지만 토요일엔 문을 닫더라고요. 금요일 늦은 오후가 꼭 마지막 기회 같았어요.


 멀리 트램을 타고 십 분을 더 걸어서 도착한 SKOBA라는 가게는 아담한 작업실 같은 곳이었습니다. 풍채 좋은 아저씨 한 분이 수첩을 계속 만들고 계셨고 벽에는 서로 다른 그림의 수첩이 잔뜩 있었어요. 구경하는 사람은 저 하나. 들고 온 무거운 짐은 그냥 툭 바닥에 내려두고 수첩을 하나하나 구경했습니다. 유니크하고 정교한 수첩을 구경하는 중에도 퉁퉁 톡톡 수첩을 만들고 계셔서 그게 꼭 음악 같이 느껴졌어요. 딱 맘에 드는 사이즈는 내지가 다이어리길래 무지는 없냐고 묻다가 아저씨랑 잠시 이야기를 했어요. 아저씨는 그냥 이쪽은 뭐고 저쪽은 뭐다 설명해주신 건데, 제가 신나서 수첩들이 정말 예쁘다고, 저는 여행할 때 수첩을 들고 다닌다고, 이거 보시라고 런던에서 수첩 샀다고 새로 산 거 꺼내서 자랑도 했어요. 아저씨는 영어가 편하지 않은 눈치였는데, 뭔가 더 할 말이 있어 보이셨지만 제가 수첩을 보여드리니 'Oh, I know!' 하면서 눈이 반짝거렸어요. 얼굴만 봐도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알 것 같았죠. 수첩 하나를 고르고 골라 계산했는데 계속 고맙다고 하시는 거 있죠. 저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어요. 'Good Luck!'이라고 하고 우물쭈물 뭔가 말하시려다 생각이 안 나셨는지 그냥 한 번 더 'Good Luck' 하고 허허 웃으셨죠. 어쩐지 좋은 말을, 진심 가득한 행운을 담은 말을 해주려고 한 것 같아요. 그 작은 공간에서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수첩을 구경하고 진심 가득한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까 마음이 잔뜩 풍요로워졌습니다. 어떤 행운도 손에 쥔 것 같았고요. 진심을 담은 건 그게 무엇이든 참 따뜻하고 포근한 거구나 생각했어요.    



재즈가 흐르는 도시 


 프라하는 계속 음악이 흐르는 도시예요. 정말 뜬금없는 거리에서도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이 있고 기타를 치는 사람이 있어요. 첫날 보여드린 까를교의 재즈 공연은 언제 가도 한 팀은 있고요. 이제 주말이니까 근무 때문에 빨리 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여행의 마지막 밤이잖아요. 제가 틀지도 않은 멋진 음악이 늘 흐르는 이 도시에서 마지막은 재즈로 하고 싶어서 미리 재즈바를 몇 군데 찾아두었어요. 어디는 예약을 훨씬 미리 해야 하고, 어디는 여럿이 가야 하는 분위기이고 해서 고민하다 낮에는 일반 밥을 파는 레스토랑이다가 저녁이 되면 수준 높은 재즈 공연을 한다는 가게를 찾아가 봤어요. 예약하려고 해도 홈페이지에서 찾지 못한 곳이라 일단 퇴짜 맞더라도 가보자, 쫓겨나도 어쩔 수 없다 하면서 갔습니다. 9시쯤부터 공연이 시작되는데 저는 강가에서 야경을 좀 구경하다 9시 40분쯤 도착해서 한창 공연 중이더라고요. 


 라라랜드 간판 비슷한 네온사인 화살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 보니 생각보다 공연장은 더 아담했고 사람들이 한가득이었어요. 다들 음료 한 잔씩 쥐고 앉아 음악을 듣고 있더라고요. 대충 봐도 빈 테이블이 없어 보여서 바텐더 언니에게 저도 보고 가도 되냐고 술 시켜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가서 껴서 앉아보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었죠. 용기 내서 뒤쪽 테이블에 합석 성공했습니다. 재즈바 이전에도 한 번인가 가본 적 있는데, 보컬 없이 악기로만 잼을 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한국에서 출국하면서 비행기에서 틀어 놓고 잔 영화 <소울 Soul>이 생각나기도 하고 다른 세상에 들어간 기분이었지요. 혼자 2주를 여행하면서 말을 별로 안 하다 보니 남들이 엄청 멋진 영화를 찍는 걸 제가 조금 거리를 두고 구경하는 기분이었는데, 그 무대는 그리 크지 않아서 저도 조연쯤으로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았어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아이리시 아저씨랑 폴란드 커플, 프랑스 친구까지 인사도 나누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마다 이야기도 나눴죠. 꼭 오랜만에 대사 몇 줄을 받은 조연 같이 뭔가 어색하지만 열정적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폴란드 분들은 저를 한 번 보고 말 사람이 아닌 것처럼 참 정겹게 폴란드 여행지 추천도 해주고요. 저는 알아듣기 힘들고 잊어버릴 거 같아서 수첩에 적어달라고 했어요. 젊어 보였는데 아들이 20살이 넘었다고, 그 아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수첩 뒷 장쪽에 제 이름과 만나서 반가웠다, '한국에 오면 종로에 가보세요'하고 한국어로 적어서 뜯어주었어요. 한국어 공부하는 아들한테 물어보라고요. 종이 수첩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었죠.



 재즈를 보니까, 재즈는 음악이지만 귀로 듣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선율과 순식간에 바뀌어버리는 분위기, 음악가들의 표정과 호흡까지 다 보면서 들어야만 재즈인 거 같아요. 음악 그 자체도 황홀했지만 천사가 웃는 것 같은 얼굴의 드럼, 음악을 벨벳을 만지듯 손으로 쓰다듬는 거 같은 베이스, 입을 하! 으아 벌리며 탄성을 뱉으며 치는 피아노, 땀을 뻘뻘 흘리는 트럼펫. 그 열정에 압도되는 기분을 잊을 수 없어요. 소름이 돋아서 입을 막고 보다가 '나는 뭔가 저렇게 심취해서 하는 일이 있던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짜릿해서 순수한 미소가 나오고, 잠이 든 것 같이 평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즐기고, 땀을 흘리며 숨을 쥐어짜고, 스스로 열정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이요. 아무래도 저 재즈에 완전히 빠져버린 거 같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듣다가 '재즈 같이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즉흥적인데 미칠 듯 조화롭고 나른하고 귀엽게요. 어쩔 땐 자신 있게 앞에 나와 흐름을 이끌고 주인공이 되어 춤을 추다 살짝 빠져 줄 땐 다른 이를 빛내주고 어느 순간 힘을 빼고 다 함께 조화로운 선율을 만들죠. 그렇게 돌아가면서 주인공을 하는 삶이면 즐겁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악기가 몸속 저 안까지 파고들어 둥둥 울리는 밤을 보냈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어 끝난 공연을 끝까지 다 듣고 나오면서 이 보다 더 멋진 마지막 밤은 없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퇴짜 맞아도 좋으니 일단 가본 제가 참 자랑스러웠죠. '아님 말고'라고 생각하며 재고 따지지 않고 시도해볼 때 나빴던 경우는 거의 없던 거 같아요. 아무 미련도 남지 않는 최고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엔딩 크레딧  


 어떤 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강렬하게 느낀 점이 무엇이냐' 물어봐주셨는데요. 저는 이번 여행에서 '절망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알아온 거 같아요.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얼마나 많아요. 여행에서만 해도 날씨 때문에 사람 때문에 내 몸 상태 때문에 하려던 것을 하지 못하는 날이 얼마나 많나요. 반대로 뭔가 포기하고 잃으면서 하려던 것보다 멋진 걸 얻는 날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당연하고, 그 안에서 실망하고 돌아가는 길, 포기하는 길이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상냥한 사람과 눈인사로 응원을 나누고 기대하지 않은 풍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었던 거.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작은 용기와 시도로 엄청난 경험을 만들어본 거. 그걸 기억하면 나쁜 일이 있어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뭘 배우고 깨닫고 와야지 한 건 아니었는데도, 오래 힘이 될 뭔가를 잔뜩 들고 온 거 같아요. 


 지난 2주, 제 삶에서 가장 긴 2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벌써'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전 긴긴 14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하루가 갈 때 이 레터를 쓰면서 꼭 무빙워크에서 저만 혼자 뒤로 조금씩 걸어서 지나온 풍경을 다시 보고 있는 기분을 느꼈는데요. 함께 해주셔서 건강하고 즐겁게 정말 알이 꽉꽉 찬 모험을 하고 온 거 같습니다. 이제 당장 내일부터 여독을 풀 틈 없이 직장인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여행지를 출발해 돌아오는 동안 그게 괴롭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고 행운이란 걸 저는 이제 알아요. 또 한동안 열심히 일을 해서 다른 모험을 궁리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대범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건 여러분들께만 보여준 비밀로 감춰두고 평범한 저로 돌아가 적당한 하루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이 레터는 여러분의 메일함에 오래 남아 어느 날 갑자기 떠올라 읽어보는 경우도 생기겠죠? 일상이 답답한 날 잘 풀리지 않는 날 기억되는 글이 되길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함께 여행해주신 구독자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특히 보여주는 글을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준 우리 씀 에세이 클럽, 열심히 답장을 보내주어 힘을 주신 분들께 특히 이 프로젝트를 완주한 공을 돌립니다.


모두들 절망하지 않는 여름 보내세요! 전 언젠가 다시 모험을 떠나는 날 찾아오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오늘의 질문] 

: 오늘은 마지막이니 제가 질문받은 것에 답을 할게요  :)


-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원은??

: 프라하의 비밀 정원으로 소개했던, 블타바 강에 떠있는 섬이요! 조용한데 사람들의 활기가 가득 느껴지는 평화롭고 희망적인 곳이라고 느꼈어요.  


- 딱 일주일만 더 지내라고 하면 가고 싶은 곳은??

: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동선 상 유럽으로 생각하면 독일 라이프치히요. 이번 베를린 갔을 때 교환학생 때 버디였던 친구를 만나고 오려고 연락했는데, 그 친구가 딱 이 타이밍에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 못 보고 왔거든요. 그런데도 친구는 자기 라이프치히 집에 얼마든지 머물러도 된다고 했어요. (베를린과 가까운 도시) 그 친구가 있을 때 친구 집에 가서 며칠 더 묵고 오면 힘들지 않고 즐거울 거 같아요. 긴긴 이야기도 나누고요. 


- 이번 여행에 가져간 책은 총 몇 권인지??

: 총 3권입니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 남미 여행도 가보고 싶은지!!?

: 겁이 많아서 치안이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곳은 꺼려지는 편이에요. 일단 남미 가려면 배짱을 더 키워야 할 거 같고, 다음에 긴 여행을 가면 북미부터 가고 싶습니다. 남미의 엄청난 자연은 궁금해요.  


- 사람 사이에도 운명적인 만남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 그럼요! 스치듯 만나는 사람, 오래 힘이 되는 사람 다 운명이라고 믿습니다. 


- 어떤 노래를 들으면 어떤 경험이 생생히 떠오른 적 있는지? 

: 예전에 멜론으로 노래 하나하나 담아 들었을 때는 많았던 거 같은데, 요즘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듣다 보니 별로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이번 프라하 여행에서 맘마미아 노래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서 이제 맘마미아 OST 들으면 프라하의 여름이 떠오를 거 같습니다. 


- 또다시 유럽을 혼자 여행할 의향이 있는지? 

: 혼자 여행하는 거 너무 재밌어서 계속할 거고, 유럽은 아직도 제가 못 가본 나라가 많아서 언젠가 또 갈 거 같아요. 편안하기도 하고. 하지만 다음엔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 가보고 싶습니다.  



RE: [나니의 빨간수첩] 14. 프라하 올 댓 재즈

2022년 8월 01일 10:37 

- from J


안녕하세요 나현 님 오늘도 좋은 글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나현 님의 이번 레터를 읽으면서 긴 여행을 끝내고 내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왔을 때 기분 좋은 아늑함, 그리고 그 사이에 느껴지는 이곳은 그대로인데 나는 여행 간에 어느 정도 바뀌어졌음을 느꼈을 때의 묘한 느낌이 느껴졌어요. 분명 나현 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계시겠죠?


사실 저번에 보내주신 레터에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답장을 드리고 싶었는데 주말 간 너무 바빠서(느릿느릿 흘러가던 저의 삶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저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답니다.)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요, 제가 프라하에서 먹었던 많은 음식들 중 유일하게 아직도 생각나는 게 짬뽕이에요 ㅎㅎ 프라하 시가지 정말 한가운데에 한국식 중국집이 있는데요, 마치 연남동에 있을 것 같은 한국풍의 세련된 인테리어에 정말 훌륭한 해물 짬뽕과 꿔바로우를 파는 곳이에요! 나현 님이 김치찌개가 생각나신 것처럼 저도 2주 간의 여행 동안 칼칼한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찾고 찾다가 간 곳인데 정말이지 제 인생 최고의 짬뽕이었어요. 나현 님 프라하 가시는걸 미리 알았더라면 추천드리는 건데 아쉽네요 ㅎㅎ 


장장 2주라는 기간 동안 낯선 공간에서 낯선 얼굴들은 혼자 마주하며 여행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동시에 본인이 느끼고 본 것을 저희 독자들을 위해 꾸준히 글로 공유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존경합니다. 제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고 게으른 저는 나현 님의 레터를 때론 이른 아침에, 때론 한 밤 중에 받아보면서 제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 두꺼운 생각을 짧게만 하다 보니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고, 앞으로도 계속 모를 것 같지만 여렴 풋이 드는 생각은 그냥 '살아보는 방법밖에 없겠다'라는 점입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내 앞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고, 가고 싶은 곳으로 뚜벅뚜벅 걷다 보면 나현 님에게 이번 여행이 그랬듯이 삶도 제게 어떤 형태의 행복을 선물해주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는 그 행복을 기억이라는 형태로 예쁘게 가꾸고 보관해 더 걸어갈 힘을 얻을 테고요. 


아마도 나현 님의 레터 프로젝트가 끝났으니 저도 나현 님께 이메일 답장을 보내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아쉬운 마음을 담아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의 모험은 여기까지였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RE: [나니의 빨간수첩] 14. 프라하 올 댓 재즈

2022년 8월 01일 13:28 

- from MJ


우와 한국으로 돌아오셨다니...!! 정말 고생 많으셨고 무사히 귀국하셔서 다행이에요 :-)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서 일상생활을 하셔야겠지만, 약 2주간 여행하셨던 날들은 절대로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자 재산이 될 것 같아요!

저도 나니 언니의 레터를 보면서 혼자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혼자서 유럽 여행하는 게 무조건 위험하고 안 좋은 것'으로 생각을 했었거든요, 너무 뉴스를 많이 보고 극단적인 사례를 많이 봐서 그런가요 ㅎㅎ

하지만 레터를 읽고 나니까, 한번 도전해볼 만한 것 같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독일 교환학생 가면, 한 번쯤은 친구들과 시간이 맞지 않거나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 혼자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텐데, 이 상황을 저는 무작정 무서워해서 그냥 안 가려고 마음먹었을 것 같거든요.

근데 이제 한 번은 도전해보려고요!! 


주변 사람들과 주변 환경이 저에게 끼치는 영향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요즘 느끼는데, 

언니가 저에게 주는 영향은 매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라 감사하고, 정말 좋아요!

배울 점도 많고, 스스로도 되돌아보면서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무언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나아갈 방향에 작고 큰 안내판이 되어주시는 느낌이랄까요!! 


여행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고요, 저도 언니의 유럽 발자취들을 곧 따라가 보아서, 가을/겨울의 유럽은 어떤지도 느껴볼게요!! 여행 레터 재밌게 잘 읽었어요!! 이번에도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셔서 감사해요.



RE: [나니의 빨간수첩] 14. 프라하 올 댓 재즈

2022년 8월 01일 15:39 

- from L


나현 님!!!!! [나니의 빨간수첩] 14화까지 레터로 보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레터는 혼자 카페에 있을 때, 늦은 밤 혹은 새벽에 보통 읽으려 했는데 이유는 온전히 유럽에 대한 감상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문장을 통해 최대한 세세하게 적어주시려는 마음도 느껴져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보내주신 레터들 중 맨 마지막에 기록해 주신 질문들을 아직 기록 중에 있어요...!!! 반 정도 기록했는데, 13화 레터까지 완료하면 보내드리려고 해요. 


메일함을 언제 열어 보시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더 보실 거란 생각으로..!! 조만간 발송해드릴게요! :) 

안전히 한국까지 다시 오셨다니 다행이에요! 

소중한 편지들은 모두 별표 표시해두었습니다 

왜인지.. 펜팔 친구가 생긴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그럼 이만...!!! ^_^



RE: [나니의 빨간수첩] 14. 프라하 올 댓 재즈

2022년 8월 02일 12:52 

- from E


마지막 레터까지 잘 읽었어 나현!

베를린, 런던, 프라하 모두 마침 나도 혼자 여행했던 곳이라 옛날 생각을 더듬어보고

네가 이야기해주는 대로 지금 풍경이 어떨지 상상도 하면서 너무 재밌게 읽었어 ㅎㅎ 

마지막엔 일까지 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알찬 레터 보내줘서 고마워

덕분에 유럽여행 대리만족도 하고, 내가 가진걸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소중한 마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됐네

앞으로도 블로그나 유튜브나 여러 채널로 종종 소식 전해줘!

오늘도 힘찬 하루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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