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가 끝나고 주말이 되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음악 삼아 글을 써 내려간다
중학생 시절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전에 이번 주 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어떤 날은 나 자신이 너무 좋았다가 또 다음 날은 내가 너무 싫고 근데 이게 감정이란 것이 알 수가 없는 영역인 게 오전에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이 내 몸과 온 정신을 스며들 듯 붉게 물들였다가 퇴근할 때쯤 힘들다, 괴롭다, 쉬고 싶다는 부정적 감정이 몰려오면 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불안'해지면 안 돼 라는 생각에 나를 몰아붙인다.
특히 어제(2025-05-10)가 유독 그랬다.
어제의 나는 회사에서의 업무도 열심히 임했고 내 할 일을 누구보다 똑 부러지게 마무리했다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에너지를 일에 몰두해 쓰다 보니 몸이 지치고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그 감정들은 무시한 채 '힘든 감정은 가짜야 책 읽어야지 무언가를 해야 해'라고 하며 강변에서 집 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었다.
보다가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 집 근처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차에서 내려 집을 가는데 순간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긍정과 행복을 위해 다이어리도 쓰고 노력을 했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 답답한 질문들을 가슴 안에 꽁꽁 싸맨 채 집을 들어갔다.
우선 챗지피티한테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니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겪는 과정이라고 한다. 쓸데없는 소리다. 지금 이 감정에 휩쓸려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데 가슴만 답답하다 유튜브를 켰다. 유튜브에서 따듯한 물 한잔을 마시고 가만히 앉아서 감정에 집중을 해보라고 한다.
옆에서 들려오는 아빠의 '운동 가자'라는 말에 순간 감정이 올라와 화를 낼뻔했지만 참고 따듯한 물을 담아 부엌에 앉았다. 하지만 내가 담은 건 따듯한 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이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집에 퍼지는 아빠의 티비 보며 웃는 소리 왁자지껄한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티비 소리 여러 소음 중 제일 크게 들린 건 내 마음 안에 들리던 내가 나를 비난하던 소리였다
눈물이 터졌다 나는 단지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싶어 발버둥을 쳤다 여기서 내가 제일 놓치고 있던 건 사람은 하루 만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부터 99까지의 과정들이 쌓여 100을 만들어가는 건데 사람은 미래를 알지 못하니 두려울 뿐이다
눈물이 눈앞을 가리니 아빠가 "왜 울어?"라고 물어봤다. 요즘 나의 감정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부모님과 정말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 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야..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니 공감을 해줄 거 같던 아빠가 처음으로 화를 냈다. "요즘 너 진짜 이상한 거 알지 너 나이 때는 즐겁게만 살아도 되는데 왜 자꾸 너 자신을 힘들게만 하고 살아 친구도 좀 만나고! 그러면 안돼? '집중을 못해서 그래' 네가 잡생각이 많은 건 집중을 하지 못하고 사니까 그러 거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또 '집중'이라는 말에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참 감정에 충실한 나다. 기분이 상하고 나도 알고 있던 나의 약점을 아빠가 콕 집어서 이야기하니 마음속으로 극단적인 생각을 외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빠를 향한 또 다른 마음에서는 '꼭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했어야 하나?' '그냥 괜찮다고 이야기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어 다가오는 아빠를 향해 외쳤다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면 되잖아! 뭐가 그렇게 말이 많아?!" 화가 잔뜩 난 아빠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내 앞으로 쓱 다가오더니 "뭐 괜찮다고.. 참외 줄까?"라고 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참 난 이기적인 거 같다.
정작 나를 사랑하고 싶어 행복하고 싶어라고 하면서 내 가까운 가족한테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하고 있다는 걸 쓰면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운동도 다이어리 쓰는 것도 쉬었다 감사 쓸 내용이 없었다. 아빠가 엄마를 데리러 나가겠다고 하고 삭제한 유튜브를 다시 깔아 보고 있는데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내 문을 열고 안부를 물었다. 아마 엄마를 마중 나간 아빠가 내 이야기를 한 것이 분명했다.
아래부터는 엄마와의 대화 내용을 쭉 적어본다. 너무 기억하고 싶고 잊고 싶지 않고 대화가 끝나고 난 후 난 엄마한테 그랬다. "나한테 제일 감사한 건 애순이 같은 엄마가 있어"서라고 누군가한테는 이 이야기가 힘이 되어 줄거라 생각하고 분명 나중에 또다시 힘든 과정을 겪을 나에게도 나의 거울인 엄마와의 이 대화는 내 뿌리의 거름이 되어줄 거다.
문을 닫고 엄마가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엄마 : "딸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나 : "아니.. 아빠가 말했어?"
엄마 : "아빠가 오는 길에 너 울었다고 걱정된다고 하더라 왜 왜 울었어?"
나 : "흠...(이야기하려고 정리 중)"
엄마 : "외로워서 그래"
나 : "응?"
엄마 : "딱 너 나이 때 (29) 외로워서 그래"
나 : "흠 사실 장기 연애도 끝나고 회사에서도 힘들고 나이는 들었고 미래가 두려운 것도 맞는 거 같아"
엄마 :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 시기 때는 다 그래 엄마도 그랬고 그래서 그게 힘들었어?"
(오늘 들었던 감정들을 정리해서 이야기함)
엄마 : "아~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는데 근데 사실 그럴 필요는 없어 모든 감정은 그저 그 감정 그대로 두는 게 제일 좋아 힘든 것도 아 내가 좀 힘들구나 하고 넘어가고 다만 그 감정에 너무 사로잡힐 필요가 없어서 관점을 바꾸는 게 좋으니 긍정적이게 생각해 보자라고 판단하는 거지"
나 : "나도 알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
엄마 : "이게 다 성숙해 가는 과정이기는 해 네가 감사일기를 쓴다는 것도 행복에 집중하는 것도 삶의 변화를 주는 건 다 힘들어서 거든 엄마도 처음에 5년 전에 감사일기 처음 썼을 때 그 감사한 줄 쓰는 게 3시간이 걸렸어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근데 지금은 아니거든 5년 전과 엄마는 많이 달라졌고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엄마가 있는 거야"
엄마 : "엄마가 어린 너를 키울 때, 공부를 잘하면 '착한 애' 공부를 못하면 '나쁜 애' / 엄마말 잘 들으면 '착한 애' 안 들으면 '나쁜 애' 이런 식으로 이분법적 사고로 가르쳤는데 이거 때문에 네가 더 생각을 할 때 내가 뭔가를 성공하면 잘한 거 못하면 실패한 거라고 두 가지 경우만 두는 거 같아 근데 모든 상황이 다 그렇지는 않거든 사람은 여러 상황에 놓이고 잘할 수도 , 못 할 수도, 중간 일수도 그 어느 게 아닐 수도 있는 거야
아마 지금의 엄마가 어린 너를 키웠다면 그런 것부터 먼저 알려줬을 텐데 말이야"
나 : "그러니까 엄마는 지금 만물을 꺠우친 거 같아 엄마 난 요즘 자존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회사 언니가 나랑 다르게 자존감이 되게 높아 보이고 할 말도 다 하는 성격이라 처음으로 '언니는 자존감이 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어보니까 '자존감 그게 뭔데? 내가 우월하고 우위야 모든 사람은 태어난 순간 소중해'라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들은 엄마의 눈이 희번뜩해지며 눈이 커진다
엄마 : "엄마가 예전에 한여름에 산책을 갔는데 너무 더운 거야 그때 그늘진 나무 밑을 계속 돌고 있었는데 가만히 그 나무 아래서 쉬고 있으니 나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이야.. 그때 인간이 위대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어
그 더운 날에 나무는 똑같은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계속 지구의 공기 순환을 위해 자기 할 일을 하잖아? 그리고 꽃을 피울 때를 기다리지 하물며 나무도 그런데 사람은 더 위대하지 않겠어?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도 본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본인들의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지켜주고 있는 거야
엄마는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너희 아빠를 존경하고 널 존경해 아빠가 요즘 수금이 안 돼서 힘든 거 알고 있지 예전에 엄마였으면 아빠가 수금이 안 됐다는 걸 알았으면 바로 불안해하면서 아빠를 달달 볶았을 거야 근데 우리 재정 상태를 계산해 보니까 6개월 정도는 괜찮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아빠한테 그랬지 여보 괜찮아 당신은 할 수 있어 어떤 방법으로 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 보자라고 그렇게 할 수 있던 이유는 엄마가 너희 아빠를 존경해서 그래 고맙거든 너도 마찬가지야 가끔 집 어질러 놓은 거 보고 엄마가 너한테 잔소리 한 적 한 번도 없잖아 왜냐면 그럼에도 널 존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이야
딸도 그 마음을 꺠달았으면 좋겠어 그 언니 말이 맞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소중한 거고 80억 명 인구 중 넌 딱 한 명이야 그걸로 충분하지 않니? 얼마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뭘 증명해 너는 너로 충분해"
아마 나는 이 대화를 언젠가는 잊고 살 수도 있다
좋은 말들과 글들은 항상 보고 있지만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내 감정을 깊게 파고들었던 엄마의 사랑은 내가 잊을 수가 없을 거 같다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고 인간 그대로를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사람
어제 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 나에게 얼마나 빛이 났는지 모를 거다
시간이 흘러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 내 자식에게도 저 이야기를 해줄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때 내가 느꼈던 순간의 시간, 숨결, 감정, 눈물 그 모든 감정은 오로지 내 가슴속 깊이 새겨져 가시가 내 몸과 정신을 찌를 때 방패와 같이 나의 살결을 막아주길 바란다
난 위대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