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마를 때, 대화는 물처럼

by 옆길

어제 오랜만에 아는 오빠를 만났다. 점점 좁아지는 인간관계와 대화하는 대상이 항상 비슷한 나에게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의 대화는 마른 목에 물 세 방울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불안하면서도 새삼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 오빠도 나와 같이 요즘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대화하면서 정말 놀랐던 건 나는 내가 불안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안정적인 사람으로 비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너는 혼자 정말 잘 지내는 거 같더라고 뭐 하냐고 물어보면 혼자 사케동도 먹으러 가고 만화카페도 가고 나도 그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 되게 감정도 잔잔하고" 이 말을 듣고 하루 전, 울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티를 안내서 그렇지 감정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고 어제도 울었다고 하니 전골을 뜨던 그 오빠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크게 담겼다.


혼자라는 게 즐겁지는 않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29년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였던 시간이 길지 않았다 항상 옆에 남자친구가 있었거나 사람들 사이에 있으려 했다. 장기간 연애를 끝내고 정말 '혼자'가 되고 느낀 건 내가 사람에 대한 '의지'가 심했다는 거다. 다행히 의존은 하지 않았다. 남자친구의 사랑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니 그 사람과 헤어진 후 나의 낮아진 자존감을 채워줄 사람을 찾아다니는 내 모습이 어느 순간 구역질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내고 싶다. 뭘 하지 않아도, 유튜브만 보고 있더라도 ‘이런 삶도 나쁘지 않잖아?’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는 거다.


어제도 울었다는 내 말에 그 오빠는 티도 안 나는 것도 신기하다며 나한테 또 다른 질문을 해왔다.


"그럼 내가 힘들 때 너한테 계속 며칠 동안 전화했잖아 그걸 왜 듣고 있어 줬어? 나 같으면 바로 전화 그만하고 싶었을 텐데 계속 듣고 있더라고"


어제 대화 중 제일 포인트가 되는 질문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에게 힘든 일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게 된다. 내가 성인이기 때문에 모든 걸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 자신조차도 속이며 속으로 곪고 스스로 약을 발라주고 또 상처를 낸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자신에게 가혹한 존재가 되어버렸을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건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이라 여기며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매일 쏟아내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 힘들어'라고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훌훌 털고 일어나면 된다.


남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난 나에게 자신의 힘든 이야기 해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외동이었던 나는, 내 슬픔과 힘듦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부모님이나 연인밖에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때의 소중함을 잘 안다. 그래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들어주고 싶다.


이전 ep3에서 이야기한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사람마다 걸어온 길이 다 다르고 삶은 쉽지 않기에 그 힘듬을 겪고 올라올 그 자리가 얼마나 찬란할지 기대되는 거 같다.


내가 힘듦을 그저 별 거 아니야라고 넘길 수 있는 사람들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이걸 누군가에게 말하고 위로를 받고 털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이야기하길 추천한다. 너무 앓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도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이 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나 자신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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