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도쿄에서의 시간이 3주나 흘렀다.
오늘은 하라주쿠를 혼자 걸었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 낯선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니 문득 외로움이 스쳤다.
연인들, 친구들, 웃고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나처럼 혼자 맛있는 걸 먹으며 거리를 걷는 사람을 보았다.
‘저 사람도 나처럼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렇게 익숙해져 갔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어제는 회사 세일즈 팀 분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한 팀원이 퇴사를 한다는 말에 그녀와 함께 오래 일했던 분들이 모여 처음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그 자리는 조금 버거웠다.
알 듯 말 듯 선을 넘는 말들과 욕설이 귀를 불편하게 했고, 그들만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웃고 있는 내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마 학창 시절 어린 마음에 받았던 상처가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어서일까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 자꾸 나를 숨기게 되고 어딘가 불편해진다.
그들과 내가 맞지 않는 성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시간이 필요하고 깊은 인연을 맺는 데 서툴다.
가끔은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낙천적인 사람이 부럽기도 하지만 결국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나와 맞는 사람은 어디엔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퇴사하는 친구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 친구가 말했다.
“이미 전부터 6월 말에 퇴사할 거라고 너랑 미아님한테 말해놔서… 계속 일하면서도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일하니까 마음이 불편했어 너랑 미아님한테 피해 갈까 봐…”
그 말이 얼마나 남을 배려하는 말인지 알기에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나도 미아님도 아니고 너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존중했을 거고 남았어도 우리는 너랑 같이 일해서 좋았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걸 선택했으면 좋겠어.”
그 말을 하고 나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저런 따뜻한 말을 나 자신에게 해본 적이 있었나? 남에게는 따뜻하고, 걱정하고, 위로해주고 싶어 하면서 정작 내가 힘들 때는 나를 어떻게 대했었나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준 적이 있었나.
타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나 자신에게는 손가락질하며 괴롭히진 않았나
그래서 그 말을, 그대로 나에게도 속으로 돌려줬다.
그 말을 속으로 돌려주며 깨달은 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결국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겨야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고 그들을 웃으며 지나칠 수 있다는 것.
모든 사람은 태어난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다.
그러니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들은 내 세상에서 지우고 내가 좋아하는 작고 소중한 것들로 내 삶을 천천히 따뜻하게 채워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