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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1, Level 5 - 마리우폴에서의 20일

by 정원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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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에 대한 짧은 요약

러-우 전쟁은 22년도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전쟁이 아니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해체된 소련은 유렵 전역에 방대한 양의 가스와 에너지 공급망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붕괴 이후 새로운 독립국가들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권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에너지 패권과 군사적 영향력 회복을 위해 수차례 군사행동을 감행해왔다.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 크림반도 강제 병합이 그 전초였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시작하였다.


당초 러시아는 키이우를 단기간에 점령하고 친러 정권의 수립을 기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과 간접적인 서방의 지원으로 전쟁은 장기화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전쟁만 연장된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향하는 총구가 점점 길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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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에 대하여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위치한 마우리폴은 전략적, 산업적, 문화적 의미로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는 도시다. 아조우해에 접한 항구 도시이자, ㄷ네츠크주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마리우폴은 구 소련 시절부터 중공업과 제철 산업의 핵심지로 불렸다.


이후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세력 간이 접경 도시가 되었다. 이후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의 최전선 도시가 되었고, 전쟁의 긴장이 일상화된 삶이 지속되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되자,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최우선 점령 대상 중 하나가 되었다. 이곳을 점령하면 러시아는 남부 전선의 병참로를 안정화하고, 아조우해 전역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과 민병대의 저항으로 인하여 마우리폴에서의 전장을 장기화 되었다. 또한 전기, 물, 식량이 끊기며 수많은 민간인들이 고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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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고 남은 사람들

2022년 2월 러시아군의 공세가 본격화되던 시기, 거의 모든 외신 기자들이 마리우폴을 떠났다. 전기와 통신이 끊기고, 목숨마저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끝까지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AP통신 소속의 므스티슬라브 체르노프와 사진기자 에브게니 말로레트카 그리고 프로듀서 바실리사 스테파니코바였다.


이들은 거의 유일하게 가짜 뉴스 없이 세계에게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총 대신 카메라를 들어 도시 전체가 봉쇄된 상황에서 생존과 기록을 남겼다. 일부 언론이나 기관들은 이들의 활동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들은 분명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모든 촬영 기록은 외부로 뻗어가야 의미를 가지게 된다. AP 보도팀은 USB에 저장하고 몰래 전달하거나, 메모리카드를 숨겨 탈출시키는 방식으로 전 세계에 실제 상황을 보도하였다. 이들은 끝까지 살아남았고, 결국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란 제목으로 전 세계에 진실된 정보를 나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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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있었던 일

1. 마리우폴 제3병원(산부인과)가 폭격을 당해 임산부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들것에 실려 나왔다. 일부는 임신한 채로 극심한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보도를 가짜 뉴스라 주장하였다.


2. 병원과 영안실의 공간이 모자르자 운동장, 공터, 정원에 직접 담요로 쌓아 사람들을 묻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예의였다.


3. 병원 응급실로 급히 들어오는 피범벅이 된 어린 남자아이를 목격했다. 의료진이 살리고자 노력했으나, 아이는 결국 사망했다.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오열했다.


4. 영화의 후반부에 러시아 전차들은 병원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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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네바 협정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9년 제정된 제네바 협약은 전쟁 상황에서 민간인과 비전투원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국제 인도법이다. 민간인엔 당연하게도 병원 시설, 어린이, 언론인, 구조 요원과 같은 대상이 포함된다. 하지만 오랜 갈등과 전쟁이란 상황은 제네바 협약을 환상으로 받아들인다.


마리우폴의 20일에서 볼 수 있듯, 러시아는 산부인과 병원에 대한 폭격을 실행한다. 이는 제네바 협약 제4조 및 추가의정서 제1조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민간 의료시설에 대한 고의적 공격으로 간주된다.


그 외에 정말 많은 전쟁 범죄들이 있었으나, 제네바 협약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진짜로 작동하기 위해선 전쟁 범죄가 밝혀졌을 때 외부에서의 개입이 필요로 하지만, 정치적 문제라는 이유로 가장 기초적인 것조차 지킬 의지가 없다. 법이란 울타리는 강제성이란 못으로 유지된다. 그 못이 없어지는 순간 약한 바람에 전부 무너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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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때때로 철학자들이 말하는 ‘평화’가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이를 편하게 ‘안락 의자 평화’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반면 실제로 현장에 나가 진실을 흐리는 것들을 넘어 선명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주로 펜 대신 카메라를 들고, 의자에 앉는 대신 현장에 나선다.

물론 이를 후에 가공하고, 이론화하는 과정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현장에서 진실을 담는 이들의 시선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그 무엇도 과장하지 않고, 그 누구도 연기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때때로 우린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보고 감명 받곤 하지만, 그마저도 기저에 현실을 목격할 때 비로서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문헌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마리우폴에서의 20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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