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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Sep 17. 2022

고1 아들과 나누는 이야기

아이 픽업할 때..

아이가 가까운 거리는 버스 타고 다니지만 일주일에 2번은 갈 때 태워줘야 한다. 학교 마치는 시간과 학원 시작 시간이 애매해서 부득이하게 함께 간다. 의외로 학원을 데려다주는 시간...


고1 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시간이 확보된다. (피곤은 해도...)


차로 30분 거리. 어제는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 엄마는 그땐 몰랐는데 지금에 비하면 꽤 가난했더라고. 반지하에서도 살았고.


아들: 그랬다면서요?


나: 엄마는 생각할수록 인생이 참 불공평한 거 같아. 엄마 어릴 때는 지금이랑 달리 한국이 잘 살진 않았고.. 


아들: 맞아요. 그때 GDP 가 1만 달러도 안되었대요. 저 태어났을 때만 해도 2만 달러(2006년생)였는데 현재는 3만 달러가 넘어요.


한국 GDP : 1980년대 1.7(천칠백 달러)~ 6.5(육천 오백 달러)(1990년) <네이버에서 찾아봄>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이란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 영토 안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치의 합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1994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 2017년 3만 달러를 각각 돌파하는 등 꾸준히 늘어왔다. (한겨레)


무지한 엄마는 감이 잘 안 잡히지만 아이 덕에 공부를 해본다.


나: 엄마 때는 잘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다들 비슷비슷하니까 가난하다고 생각을 못했어. 행복했어.


아들: 그쵸. 지금 같지가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풍족하죠.


나: 응. 가난한 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은 거 같아. 태어났는데 전쟁통이거나 한국이 엄청 어려운 시절에

태어났으면 공부할 여건도 어려웠을 테고.. 만약에 태어났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그랬으면?


아들: 아이고. 지금 태어난 게 다행이에요. 그때였으면 지금 같은 혜택은 하나도 없고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나: 맞아. 배우지 못하고 만약에.. 운이 나빠서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사고가 나거나 장애인이 되면 생활비를 벌 수도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여러 번 좌절하면 열정도 식고... 너는 가난하면 게으르다고 생각해?


아들: 게을러서는 아닌 거 같아요.


나: 응. 무언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야 일할 맛도 나고 삶의 의욕도 생길 텐데..


아들: 아르바이트하다가 사고 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나: 응. 너무 안타까워. 엄마 때는 아르바이트 시급 3000원인가? 그거 벌다가 놀이동산에서 추락사한 학생도 있었고...


아들: 맞아요. 위험에 노출되기 쉽죠.


나: 그치. 그러니까 우리가 잘 나서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니까... 지금도 어려운 사람들도 많고.

우리 아들이 공부도 할 수 있고 누리는 것들 많으니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삶을 살면 좋겠어.


끄덕이는 아들.


아들: 엄마가 그런 얘기 해주니까 좋아요.


나: (별 얘기해주지도 않았는데 좋다고 하니 신기해하면서) 그래? 이런 얘기 들으면 좋아?


아들: 네. 공부할 때 도움이 돼요. 목표도 생기고... 의미가 있어 보여요.


나: (놀라서) 동기부여가 된다고?


아들: 네. 맞아요. 베푸는 거 나누는 거 하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요.




이 날은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떤 날은 아이가 즐기는 가요를 같이 들어보기도 하고.. 너무 피곤해 보이는 날은 몇 분이라도 자라고 조용히 있기도 한다. 저번에는 남학생반에서 있었던 우스운 농담도 들으면서 낄낄 웃었다.


최근에는 중간고사에 대한 부담을 이야기해서..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용기를 주는 말들을 해주었다. 집에선 말 수 없는 아들인데... 그래서인지 이 시간들이 특별해진다.


#청소년아이 #아이와대화 #가난 #가족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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