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고등 아이들
드디어 두 녀석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동안은 방학엔 그냥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뒹굴거리는 자유의 시간이었다. 이번 방학은 좀 특별했다. 아이도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고딩 학부모로서 방학의 중요성을 익히 들어왔다.
우리집은 방학엔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었다. 아침도 늦은 아침을 먹는 시간까지 안 일어나면.. 그때 깨웠다. 오늘은 달랐다. 남편도 나도 이번 방학이 큰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알기에 동기부여, 약간의 압박을 주게 되었다. 집 근처 스터디 카페 한달 정액권을 끊어서 하루에 오전 3시간 공부를 제안했다.
아이는 평소와 같은 방학을 기대했는지 당황한 기색. 덩달아 옆에서 만날 노는 우리 둘째도 중 2. 이참에 너도 형이랑 같이 다녀보라고 슬쩍 권유를 했다. 공부를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둘째는 형이 하면 다 멋지고 부럽고 따라하고 싶어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하겠다고 끄덕인다. 아~ 잘됐다.
이렇게 오늘 오전 3시간 두 형제는 공부하러 갔다. 정액권으로 끊으니 10만원 남짓. 그래도 방학 한달 투자고열심히 한다면 아깝진 않다. 둘째는 아무래도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서 50시간 짜리 간이 정액권으로 반값을 등록했다.
큰 아이는 워낙 유순하고 말을 잘 듣고 조용한 성향이지만 나에게 만큼은 불평도 하고 자기 이야기도 많이 한다. 나는 아이가 하고 싶지 않은가 싶어서 아이 생각도 듣고 싶고.. 싫다하면 조율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뭔가 다른 의견 있으면 말해봐. 집에서 해보고 싶은 거니?" 내가 물었다.
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안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속 얘기나 스트레스를 말로 꺼내놓으면 해결이 되어서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 엄마도 그렇거든. 얘기하면 괜찮아지더라고. 너도 그런 줄 몰랐어. 신기"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땐 그냥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을 꺼내면 편해요."
나는 상담을 공부해놓고도 아이의 마음을 그냥 들어주면 된다는 것을 잊었다.
자꾸 해결책을 찾아주려 했다. ㅠ
집에 오는데... 아이가 또 이런저런 불만 섞인 구시렁을 한다. 방학에 다니는 학원은 괜찮은데 영어학원에서 보강을 오라고 하니 싫단다.
"보강 2번은 엄마가 생각해도 심하다. 그냥 한번만 가겠다고 말해봐." (난 자꾸 해결책을 찾아주고 있다.)
"한번에 쭉 보강한다고 말해보려고 해요."
"엄마가 말해주면 효과가 더 있을까? 혹시 방학 한달은 영어 학원 쉬고 싶어? 그만 두고 싶은 거 있어?"
(난 또 잊었다. 아이는 그냥 구시렁거리면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거라는 것을...
자꾸 방법을 찾고 있다.)
"아니요. 안 다니면 더 불안할 것 같아요. 근데 정해져 있는 꼭 해야하는 그 시간이 그냥 좀 귀찮고 싫은거 뿐이예요. 보강만 줄이면 될 것 같아요."
맞다. 나도 정해진 꼭 해야만 하는 그 무언가가 싫었다. 매일 아침 8시까지 가는 학교, 꼭 해야하는 모든 것들... 아이는 스터디 카페가면 공부도 잘 되고 좋은 점이 많다고 한다. 다만.. 좀 귀찮은 거가 있을 뿐...
"엄마. 난 옷을 입고 나가고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가야한다는 그 자체가 싫어져요. 3시간을 하고 와야한다는 그 정해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좀 그런 거예요. 막상 가면 괜찮고 사실 안 불편해요."
그래.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해서 3시간 넘게 하는 건 좋은데... 스터디 카페 '하루에 3시간 공부' 라고 하면 정해진 그 무엇이 싫었겠구나....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아이는 그냥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