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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Aug 30. 2022

우리 집 피아노에선 불이 납니다.

아이들이 피아노에 진심이 된 비결

우리 집엔 야마하 보급형 전자 피아노가 한 대 있다. 둘째가 피아노를 배운 지 2년쯤 되던 해에 샀고 2년간은 방치된 채로 있었다. 먼지가 쌓이고 가구로서 전시된 양.

난 아이에게 피아노 연습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무언가 하라고 해서 하게 되면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또 내가 피아노 칠 때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강제적으로 연습을 시키셨던 것이 싫었다.


어린 시절에 안 좋았던 기억은... 내 아이에게도 절대로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막내가 1학년이 끝나갈 무렵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했다. 아이는 집에 와서 그날 배운 곡들을 연주하길 즐겼고 기타와 바이올린을 배우던 큰 아이도 피아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큰 아이는 6학년이 끝날 무렵 딱 1년만 피아노를 배우기로 했고 이미 두 가지 악기를 다뤘던 탓에 10개월 만에 체르니 30번을 치게 되었다.


이제 우리 집 피아노는 두 아이가 번갈아 치면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둘째가 끼어들어 피아노를 치겠다고 했고 원래 자기 때문에 산 거니까 자기 방에 놓기를 바랐다.


그 당시 세 아이 모두 피아노에 진심이었다.


결국 피아노를 서로 치고 싶어서 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 되겠는지 자기들끼리 차례를 기다리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자피아노여서 헤드셋으로 밤에도 칠 수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두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그 열기는 식고  차츰 피아노는 막내의 전유물이 되어갔다.


그렇게 다시 2년이 흘렀다. 어느 날 피아노에 손을 놓았던 큰 아이가 (자신이 쓴) 소설 작곡 음악을 만들겠다고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막내는 특기로 해금과 기타를 치니까) 피아노는 큰 아이가 즐겨 치게 되었다.


어느 날 헤드셋을 끼고 미친 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궁금해서 나왔더니.. 다시 둘째가 2년 동안 쉬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회에 나가서 쳤던 곡을 어떤 날은 1시간 연습하기도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시 연주 재미에 흠뻑 빠져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무아지경...


결국 세 아이 모두 피아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고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다. 


<참고>

여기서, 내가 아이들에게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 이 외에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1. 학습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어릴 적 밀려서 고생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아이들 한 권짜리 문제집은 초등학교 4학년쯤 처음 샀던 것 같다. 자기가 스스로 정해서 풀면 되니까 좋았다.


2,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를 관찰해서 아이가 관심 있는 내용이 담긴 책을 빌려다 아이가 머무는 공간에 펼쳐놓았다. 또 내가 아이들 책을 먼저 읽고 식탁에서 이야기를 해주다가 중요한 순간에 '다음에~' 하면서 멈췄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도록.. 아이들은 못 참고 읽기 시작했다.)


#악기 #음악 #피아노 #육아 #예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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