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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an 20. 2023

사춘기 아들의 뜻밖의 고백

다 이해할 수 없음에도....

최근 들어 고민과 생각이 많아진 아들. 학원에 가는 일은 귀찮고 무언가 제대로 해내고 싶은 마음의 공존.

아이를 묵묵히 조금 멀리서 지켜본다. 아이가 먼저 다가와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랑 자신은 성향이 많이 다르다고 하면서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


아이: 엄마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상처도 잘 받는 성격이라서.. 내가 하는 말에 상처를 잘 받는 거 같아.

나: 그렇게 보여? 뭐 좀 신경을 쓰는 편이긴 하지.

아이: 나는 아빠랑 성격이 비슷해서 엄마랑 다른 거 같아.

나: 응. 그런가? 그럴 수도.. 똑같은 성격이 어디 있겠어? 서로 사랑하니까 맞춰가는 거지.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아이가 속상했던 지점에서 눈물을 흘렸다. 생각보다 잘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각보다 강한 아이.


그러더니 얼마 전 그 일로 엄마한테 짜증을 냈던 이야기로 흘렀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아이가 갑자기 말을 꺼낸다.


아이: 엄마. 그 제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나: ... 엄마도 그때 너를 다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아.

너 무지하게 잘하고 싶었나 보구나? 속상했어?


아이: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린다.) 잘하고 싶었는데 엄마, 아빠 앞에서 멋지게 해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나: 그 정도도 대단한 거지. 너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나 보구나...

아이: 응. 내가 하려고 했던 대로 하지 못했어. 너무 속상해. 너무 중요한 거였는데... 망쳤어.


아이가 그렇게까지 속상해할 줄 몰랐다. 

오히려 그때는 엄마 때문이라고 해서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넘겼는데... 사실 아이는 자기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던 거였다.


아이가 달라 보인다. 내가 생각했던 마냥 귀엽기만 했던 아들이 아니라 아이는 나름대로 인생을 고민하고

무언가 해내고 싶은 욕구와 현실에서의 격차로

인해 힘들어한다.


아침에는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아이: 나는 핸드폰으로 아침을 보냈어. 나는 변화가 없어. 달라져야 하는 걸 아는데..


저녁 무렵에는...


아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무언가 해야 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위로나 말은 모르겠다.

다만 이 과정 속에 엄마도 옆에 있다는 거...

엄마가 하는 말이 아이에게 별로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고.. 괜히 내 방식대로 이야기하면  아이는 더 이해받지 못한 느낌만 커지지 않을까 싶다.


남편도 그랬다. 아이에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자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맞다.

고민하는 시간, 생각하고 성장하는 사춘기의 뇌.


나는 누구인가?
그 고민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 컸구나 싶다.


어딘지 뭉클한 건 왜일까?


#사춘기뇌 #나는누구인가 #자아정체성 #10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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