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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Feb 27. 2023

이제야 엄마의 선택에 버럭 하지 않게 되었다.

엄마의 인생은 엄마 거니까...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다. 일주일 만이었다.

애들 방학이라 정신이 없긴 했다.


작은 숨죽인 목소리. 엄마는 병원에 계셨다.

이모 수술 병간호를 하게 되셨고 큰 딸인 내가

엄마가 왜 이모 병간호를 하냐고 할까 봐...

눈치 보며 좋게 좋게 말을 끊으시는 엄마.


전화를 끊고 동생과 통화가 되었다.

동생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

이모가 아프신 건 마음 아픈 일이지만 몸도 약하신

70 넘으신 울 엄마가 일주일 병원에서 간호를 하시는 건..

솔직히 딸로서 속상하고 화도 났다.


아니. 나는 화도 나지 않았다. 엄마는 항상 그러셨고

엄마가 그러실 것 같았다. 소리에 예민하고 잠자리만

바뀌어도 이틀은 뜬 눈으로 지새우시는 엄마.

허리도 다리도 안 좋으신 엄마.

일복이 항상 많고 거절도 못하는 엄마.


엄마가 하실 선택과 결정. 오늘에서야 이제야

받아들이게 된 건가?  아니.. 내 눈치까지 보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엄마의 삶이고 선택이니.. 내가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 엄마의 인생이니까 그냥

그런 엄마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담담한 내 목소리에 동생도 그랬다.

동생: 언니.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몸도 아프고 힘들다고 말해서 거절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엄마가 결국 선택하신 거야.

엄마 마음에 그게 편하고 좋은 거니까.

최선이셨을 거야.


나: 응. 나도 엄마가 원하신 거 같아서. 엄마에게

뭐라고 안 하려고. 이모네 자식도 있고 며느리들도 있고

남편도 있으시고.. 사실 돈도 많으시니 간병인을

들이시면 되는데... 그렇지?


동생: 간병인을 들일 생각조차 안 하시는 거 같아.

엄마가 편하신(만만하신) 것 같고 또 말하면 해주니까.


나: 응. 근데 선택은 엄마가 하신 거고 우리가 아무리

말려도 하셨을 거고... 안 하고 미안해하고 눈치 보는 것보다

몸이 힘드셔도 그게 엄마 마음은 편하실 거긴 해. 그렇지?


동생: 근데 다음에는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

이모들도 왜 너희 엄마가 간병을 하냐고 이해 못 하셔.

엄마. 왜 그러실까?


나: 나도 모겠어.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물어봤더니..


남편: 왜 장모님이 간병을 하셔?

나: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 자식도 있고 남편도 있고

돈도 너무 많잖아. 잠깐씩 엄마가 보러 가시거나 반찬 만들어드리거나 그런 거면 모르겠는데...

엄마 상황 이해가?

남편: 잘 이해는 안 가긴 해.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하셔도..

내가 막을 길은 없다.

보기에 이해가 안 가지만

엄마만의 방식과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해할 수 없음에도..


#선택 #엄마 #친정엄마 #병간호 #속상함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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