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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Mar 22. 2023

유일한 일본인 친구, 그녀의 말!

난감한 상황. 듣고 싶은 말.

5년 전.. 몰타라는 곳에서 지낼 때였다.

Jun이라는 일본인 친구를 알게 되고 둘 다 영어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공통점과 비슷한 성향이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아이 나이도 같았다.


그동안 일본인에 대한 편견이 몇 가지 있었다.

그들은 남에게 돈을 안 쓰고

겉은 웃고 있지만 속은 다르다.

자기 집에 잘 초대하지 않는다.

선물은 본인에게 애착이 있는 물건으로 준다?


이런 이야기가 출처도 없이 마흔이 된 내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다. 사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낯가림이 없는 나였지만... 일본에 대해 어릴 때부터

싫어했던 정서, 역사를 배우면서 알게 된 억울함과

울분이 스며있었다. 유관순 언니, 안중근 의사 이야기만

들어도 (일본에 대해) 화가 났었다.


사과하지 않는 민족.

선전포고 없이 전쟁했던 나라.

인체실험..


인도엄마가 우리랑 있을 때 식민지 시대, 광복절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아. 그 이야기는 흥미를

위해 아래 다시 꺼내겠다.)


일본인 그녀와는 편했다. 서로의 어눌한 표현을 충분히

기다리며 들어줄 수 있었고 아시아인들만의 느낌적인

느낌이 통했다.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잘 맞았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속 감정까지 다 아니까..


여러 나라들과 섞여 놀러 다니면서도 나는 그녀가 있으면

좋았고 그녀도 항상 나를 은근히 챙겼다.

 

몇 달 후 다시 한국에 가야 했을 때 가장 아쉬운 존재 

하나가 그녀였으니까. 편지를 주고 마음을 나눴다.


인도인 엄마가 8월 15일 날 인도가 영국 식민지를

벗어난 이야기를 꺼냈다. 모르고 한 건지 일부러

물은 건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광복절을 묻는다.


나: 우리 8월 15일이 광복절이에요.

인도: 우리도. 엄청 기쁜 날이죠.

나: 네. 그렇지요.

일본인 엄마는 난감해하며 평소에도 조용했는데

말이 더 줄었다. 사실 나도 그 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일본인 그녀: 영(거기서 불리던 이름). 나는 우리나라(일본)가 했던 행동들이 너무 부끄러워.

한국에도 많이 잘못했다는 거 알고는 놀랐어.

좀 커서 알고 일본역사가 너무 창피했어. 충격이고..

너에게도 너의 나라에도 많이 미안해.


놀랐다. 그녀가 어렵게 꺼낸 미안하다는 말이 진심임을

알았다. 그녀가 나에게 잘못한 것은 없었다. 그저 우리

관계를 위해 한 말도 아니고 (그녀는) 진짜 부끄러운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어깨를 두드리며 걸어갔다.



그녀가 한 그 말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듣고 싶은
그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
학폭 피해자도 가해자의
진정 어린 뉘우침과
사과를 원하는 것이지 않나?
건성건성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변명이 아니라..


그녀가 보고 싶다. 그리고 그녀가 해준 말이 고맙다.


#일본 #광복절 #일제강점기 #사과 #일본친구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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