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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Oct 20. 2023

엄마. 아니다. 사실..

둘째 아들에게 생긴 희(?) 소식.

현재 중 3 아들. 중2 병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작년에 나름의 사춘기를 괜찮게(?) 보낸 아들.

올해는 조금 나아져서 자기 얘기도 가끔 하고

표정과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극내향인 큰 아이는 조용한 성격이고 중학교 시절엔 코로나로 거의 학교를 못 가서 썸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 둘째는 좀 기대가 되었는데..

전에 한두 번 물어보기도 했었다.

중 3 둘째에게 좋아하는 여자애 있냐고

아이는 없는 것 같다며 시큰둥했었다.


:

마스크를 써서 얼굴이 다 똑같아.

우리 반은 남자애들이 말수가 없고 여자 애들이 활발하고

목소리가 커. 너무 시끄러워.


이런 소리만 하더니.. 오늘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왔다.


아들: 엄마.. 저기... 아니다.

나: 왜?

아들: 이런 말 해도 되나?

나: 뭔데? 못할 말이 어딨어?

아들: 우리 반에 나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어.


나: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그.. 래? 고백받은 거야?

아들: 고백은 아닌데 나하고만 자꾸 사진 찍자해.

나: 사진? 그걸로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았어?


아들: 그리고 시험 끝나고 자기랑 어디 가재.

나: 둘이서?

아들: 아마도?

나: 어딜?

아들: 몰라.

나: 햄버거 사 먹으려나?(엄마들 머리에선 그게 제일 먼저 나옴.)


아들: 나 가도 돼?

나: 가고 싶어?

아들: 응.

나: 너가 괜찮다고 생각한 애였어?

아들: 응. 우리 반에서 괜찮은 애야.


나: (꼰대질문 ㅎㅎㅎ) 많이 노는 친구는 아니지?

아들: 응.

나: (더 심한 꼰대 질문 등장) 엄마가 좋아할 스타일?

아들: 그럴 것 같아.

나: 한 번 낮에 잠깐 만나는 건 괜찮을 듯.

아들: 응.

나: 어색하진 않겠어?

아들: 괜찮을 것 같아.

나: (웃은 참는 거 실패할 뻔) 그래라. 근데 사귀자 하면 어쩔 거야?

아들: 설마 그런 말 할까? 에이.

나: 모르지. 뽀뽀하자고 하면..?(놀리고 싶은 마음 작동해 버림.)

아들: 나는 스킨십은 절대 안 해. 그건 안 할래.

나: 2달 후면 졸업이라 사귀어도 두 달 후에 헤어질 텐데..


아들: 엄마는 중학교 때 사귀었어?

나: 남녀 분반에 엄마는 여고, 여대. 20살 넘어서 사귀었지.

아들: 진짜?

나: 성숙해져서 만나면 사람 보는 눈도 커져서 더 괜찮은 좋은 사람 만날 확률이 높은 점이 있긴 해.


아. 내가 고른 남편이 스친다. 내 말에 확신이 희미해질락 말락. ㅎㅎㅎ


아들과의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어른 심리가 놀리 싶은 마음 가득 하나

솔직히 말해준 순진한 아이를 생각해서..

남편에겐 신신당부해야겠다.


*애. 놀리지 않기. 나도 안 놀리고 싶은데 자꾸 놀리고 싶었거든. 당신은 원래 둘째 놀리고 싶어 하니까

100 프로 놀릴 테니...

당분간 절제하시오!*


#여자친구 #아들 #썸 #중학생 #연애


엄마 눈엔 항상 귀엽기만했던 아들.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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