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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08. 2023

아이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진실

취소 수수료 내고 환불을 받자니 속이 쓰렸다.

엄마인 내 생각에 아이에게 필요한 캠프가 있었고 2일 전에 아이에게 슬쩍 말을 꺼냈다.

아이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그 정도의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비용은 엄마가 파트로 일해서 여유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너에게 필요한지 아닌지만 생각해 봐.'


곧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


캠프 관련 홍보 영상을 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나는 전에도 그랬듯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이는 마지못해 말했다. '생각해 볼게. 알겠어. 알겠어.'


마음이 급한 엄마는 알겠어를 진짜 알겠어로 알아듣고 그날 밤에 등록을 했다.

다음날 아이에게 등록했다고 말하니 아이는 '벌써? 벌써 등록을 했다고?' 하면서 놀란다.


'너 어제 알겠다고 했잖아.'


'엄마. 그 알겠다는... 엄마가 계속 조를 것 같아서 생각해 보겠다는 알겠다였단 말이야.'


생각해 보겠다는 알겠다를 해보겠다는 알겠다고 들은 나. 우리나라 국어가 어려운 이유다.

아니 듣고 싶은 것만 들은 내 실수다.


등록 다음날.. 동안 캠프 관련 문자와 메일을 받고 아이와 관련된 것들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어쩌지?' '내가 왜 이리 성급했지?' 후회가 올라왔지만...


'그럼 하루만 더 생각해 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렇게 하자.'라고 말을 해버렸다.  


아이는 이번에도 마지못해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음날 다시 물어보았다.

엄마인 나의 끈질김.

마음 한편에는 너무 몰아붙이며 사정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미안함도 있었다.

아이를 위해 아무리 필요한 것 같아도 엄마인 나는 아이를 하도록 강요할 권리는 없다.

하나도.


아이는 싫다고 다시 한번 말을 했다. 그렇게 결국 캠프를 취소했다. 환불은 전액 받지 못하고 일부만 받게 되었다. 쓰렸다. 자식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구분하는 건 어렵다. 아니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려고 내 욕심이 앞서 부단히 애를 쓴다. 아이를 위한 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어떤 것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아이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건데...

캠프를 보내려는 생각 자체가 엄마인 나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아이는 말했다.


'엄마. 거기가 그렇게 좋은 곳이면

엄마가 가면 되잖아.'

'엄마. 캠프는 가고 싶은 사람이

가야 되는 거잖아.'


아이의 말이 맞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환불 #캠프 #아이의견 #존중 #선택 #부모 #욕심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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