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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an 01. 2024

아들의 간절한 소원

곧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

또래보다 다소 순진하고 늦된 아이에게도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중3 가을부터 외모에 조금씩 신경 쓰기 시작한 아이.

밥 먹다가 진지하게 묻는다.


아들: 엄마. 있잖아. 인기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나: (너무 옛날 사람이 된 나. 내 경험담이 요즘 통할 리 없다.) 우리 때는 모범생이거나 재밌거나 잘 생긴 애. 키도 크고... 음... 너 정도면 인기 있을 스타일인데.. 진짜 없어?


아들:  응. 하나도.

나: 인기 없다는 기준은 뭐야?

아들: 여자애들이 말을 안 걸어.

나: 고백받은 거 없고?

아들: 없어. 그랬으면 좋을 텐데... 아직...

나: 고백받으면 사귀게?

아들: 응.

나: 뭐 하고 놀 건데?

아들: 사진 찍고 식사하고..

나: 손도 잡고?

아들: (눈을 크게 뜨며) 손 안 잡아. 스킨십은 절대 안 해.

나: 니가 말을 걸어. 기다리지 말고.

아들: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해?

나: 일상 얘기. 너 유머러스하니까. 그냥 편하게 말해도 될 듯. 아. 노래 잘하면 좋아해. 운동 잘하거나.

아들: 운동도 보통보다 조금 잘하는 정도고.. 공부도 애매하고.. 노래? 나 목소리 안 좋지?


나: 음색 괜찮아. 한번 노래 불러봐.

아들: 근데 무슨 노래 연습할까?

나: (요즘 유행 노래를 모르는 나.) 음... 아로하. 그거 가사 좋던데. 그거 연습해 봐. 조정석이라고 노래 잘해.


아들은 그날 이후 아로하만 듣고 있다. 중년의 엄마 말을 귀담아듣고 연습하는 예비 고1아들.


엄마 눈엔 나보다 훌쩍 큰 175 키의 아들이 여전히 귀엽다.


이번에 그 숫기 없는 녀석이 뮤지컬 남자주인공을 맡았다. 자기가 하겠다고 했단다. 아이는 기대한다.

뮤지컬 무대에 서면 반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생기지 않을까... 무지하게 기대하며 대사까지 완벽하게 외우고 춤도 제법이다. 민망함도 내려놓고 남편과 내 앞에서 춤을 추는 아이를 보며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이 아이가 몇 년 후엔 대학에 가고 군대도 가고 언젠가 여자친구라고 데리고 올 텐데...

아직은 내 눈엔 귀여운 아들이다.


#아들 #이성 #인기 #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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