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Jan 03. 2024

컬투쇼 단원증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이유

출산 후 우울증. 그 시절 나만의 극복 방법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라디오 컬투쇼 단원증.

26살에 결혼

28살에 큰 아이 출산

30살에 둘째 출산

33살 막내 출산


그 시절 흔히 말하는 독박육아를 했다.

혼자 섬에서 아이랑 나랑 지내는 느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사람이 없었다. 남편은 10시가

훌쩍 넘어 퇴근을 했고 친구들은 미혼이었다.


아이는 참 신기하고 예뻤지만 육아가

처음이라 서툴고 막막했고 외로웠다.

산후 우울증 기간이 지속되면서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Kbs부터 Sbs까지 아침에 켜놓고

원하는 프로들을 듣기 시작했다. 티브이는

아이 낳고 치운 상태였고 지금처럼 유튜브도

안 보던 시절. 유일한 낙이 라디오였다.


듣기만 하다가 사연을 보내기 시작했고

연이어 사연이 소개되고 받는 상품들이 다양해졌다.

호텔 투숙권, 마사지이용권, 화장품 세트,

호텔 뷔페 2 인권, 펜션이용권... 문화상품권

..

어떤 날은 3개~4개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지금과 달리 그땐 라디오 협찬이 많았고

사연만 소개돼도 상품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학창 시절 글을 재밌게 쓴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매일 쓰다 보니 글도

적당한 길이에 위트도 있어졌다.

아이와 남편과의 소소한 일상

맛깔나게 쓰는 스킬이 늘고

어떤 류의 사연이 인기가 있는지

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선물이 많아지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일들도 생기면서 뿌듯했다.


컬투쇼는 그 당시 인기가 많아서 

사연으로 뽑히려면 쉽지 않았고.

사연 순위를 매기는 때도 있었다.

조건이 되면 단원증을 주기도 했다.

몇 번 사연을 보냈지만 낙방하던 중

어느 사연이 뽑히게 되고 결국 단원증

도 받게 되었다.


이 단원증은 종이로 만들어진 낡은 추억일

뿐이고 '이걸 왜 안 버렸어'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그냥 종이쪼가리가 아니다.


육아로 홀로 힘들어했던

때의 나. 20대 후반의 젊었던...

나름대느라 애썼던 내가 있었다.


하나의 출구였던 라디오 사연 보내기.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던 시기에 유일한

그 무언가였다.


상품들을 선물하면서 뿌듯했고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니 소소한 것까지 하면 거의

100개 가까이 사연이 소개되었다. 경험을

재밌게 풀어내고 겹치지 않아야 하니

생각을 많이 했었을 거다. 또 일상의

소소한 소재를 포착하려고 노력하며 그

순간순간을 버티고 살아냈을 거다.


내 소중한 그 시절... 2년 가까이

단짝 친구가 되어준 라디오.

지금은 16년 가까이

연락도 못하는 의리 없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다.

문득 떠오르는 라디오는

여전히 따스한 친구로 간직되어 있다.


고맙다. 라디오 친구야.


반갑다. 아직 너 기억한다 아이가.


#두시탈출컬투쇼

#라디오

#산후우울증

#독박육아

#육아일기

#라디오사연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464



매거진의 이전글 노션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