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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an 13. 2024

진짜 놀이의 실종

놀이치료사, 요즘 아이들의 놀이가 걱정스럽다.

놀이치료사로 방문하여 아이를 만나곤 한다. 엄마들이 원하는 것은 대충 이렇다.

"아이가 같이 놀지 않고 만날 놀이가 똑같아요. 놀이 확장을 원하고요. 아이가 산만해요.

놀이가 단순해요. 주의력이 짧아요." 등등이다.


 첫 회기에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아이의 놀이를 관찰한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와

놀이하는 모습을 살핀다. 

엄마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하자고 부르고

아이는 관심을 가졌다가 금방 시들해진다.

엄마는 당황하여 다른 놀잇감을 꺼내오고

아이를 부른다.

아이는 이미 다른 놀이를 하고 있다.

여러 번 불러도 대답이 없고

아이 엄마는 아이 쪽으로 가서

아이의 주의를 끌려고 시도한다.

그리곤 나를 쳐다본다.

무언의 의미는 이러하다.

'우리 아이가 이래요. 이렇게 혼자 놀고 저랑 같이 놀려고 하지 않아요.'


 관찰하는 나에게 아이는 지극히 괜찮아 보였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1. 아이는 자신이 놀고 싶은 놀잇감으로 놀고 있다. 자발적이다.

2. 엄마가 시선을 끌며 유도하고 아이를 계속적으로 부르지 않으면

아이는 자기 놀잇감에 집중하여 오래 논다. 주의집중력이 있다.

3. 또 엄마를 불러서 같이 놀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엄마가 다른 놀잇감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같이 놀 수 있다. 


 전혀 문제가 없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하는 것일까?


 아이의 주의집중을 끊는 건 엄마의 주도성이고

엄마가 재밌어 보이는 또는 아이가 좋아할 거라 예상되는 놀잇감을 시도하면서 일어난다.

아이는 지금 현재 자기 앞에 놀이에 관심이 있다. 스스로 결정한 놀이로 자기만의 놀이를 구상하고 실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엄마가 볼 때는 멍하니 있는 것 같고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거나 놀아야 할 정해진 방식으로

놀지 않기에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놀잇감은 정해진 방식으로 꼭 놀 필요가 없다.

미취학 시기에는 상상놀이를 하면서 놀이가 확장되고 놀이의 가장 큰 목적은 학습이 아니라

놀이 그 자체의 즐거움과 재미다.


 짜인 놀이프로그램, 키즈카페, 한 가지 방식으로만 놀 수 있게 만들어진 장난감은

아이들의 놀이를 재미없게 하고 스스로 노는 방법을 방해한다. 그리고 단순해져서 오래 놀기에 지루하다. 자유놀이만큼 좋은 놀이는 없다.

어른이 주도하는 놀이는 처음에는 재미가 있을 때도 있지만 놀이의 학습화가 되어버린다.


 아이가 혼자 충분히 놀고 함께 놀 상대를 찾을 때 부모가 그 놀이에 참여하는 게 가장 좋은 놀이다.

아이가 원하는 방식을 따라가 주는 놀이.

=> 놀이치료, 부모상호작용 치료의 목적이다.


 사실 아이와 놀이치료를 하다 보면 아이보다는

부모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

사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자유놀이가 주를 이뤘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수영강습도 스키강습이나 스케이트 강습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냥 아빠한테 사촌한테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넘어지면서 배우며 즐겼다. 그러면서 시도하고

좌절하고 다시 해보는 도전정신도 길러졌다.

관찰력과 유연성은 덤으로 얻었다.

배움의 기술은 그렇게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해 시작되었다.


 지금처럼 축구나 농구 학원에서 배우지 않았고

줄넘기 학원이 생기리라곤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놀이가 학원 프로그램으로 바뀔 때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놀이와 학습을 분리시킬 수는 없지만 순서를 정하자면 놀이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놀이를 경험한 아이가 배우고 학습하는 데도 두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친구들과 놀이방법을 결정하고 서로 양보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타협하고 설득하는

과정들은 협상의 기술이자 공감능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다 정해진 규칙안에서 노는 것은

그 이후에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아이가 아이답게 놀고 실컷 놀다 보니

배고픈 줄도 모르게 크는 세상...

그런 세상이 다시 오기를 소망한다.

놀다 보니 밤이 되어 친구들과

헤어져 돌아오던 때, 동생과 집으로 가서

허겁지겁 밥을 먹던 그 시절

놀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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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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