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로 마음을 달래고 끄적이던 때는 중학교 시절이었다. 나만의 방은 없었지만 동생이 없는 시간....
홀로 나만의 글을 쓰는 순간은.. 그곳이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고등학생 시절 야자를 10시 넘어서까지 하고 돌아와서 답답한 마음, 공부에 대한 고민, 친구관계, 어려운 가정형편 등 힘든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갔다. 그렇게 끄적이면서 내 마음을 위로하고 스스로 힘을 얻었던 시간들...
대학교 때도 어려운 형편에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되도록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학생식당을 이용하거나 매점에서 도넛 하나 또는 이삭 토스트 하나로 배를 채웠고 그때도 나만의 커피우유 사랑은 큰 즐거움이었다.
그때도 글을 끄적이고 싸이월드를 시작하면서 매일 글을 써 내려갔다.
상담을 공부하고 책을 읽으면서 노트에 글을 썼고 내 마음속을 들여다봤다.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가 치유자가 된다.
누군가에게 말보다는 글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 당시에 나이 차이가 제법 났던(지금은 그렇지도 않지만) 남편과의 만남도 작은 편지들을 주고받고 마음을 전하면서 이어져갔다. 글엔 사람의 마음에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었다.
다가가기 어려운 교수님이나 동아리 대표 선생님께도 나는 말보다는 글로 감사나 생각들을 쓰는 걸 좋아했다.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마주하기 힘든 이야기도 글로는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하게 표현이 가능하여 내 성향에 잘 맞았다. 글을 쓰다 보면 정리가 되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너무 감사했던 분을 생각하면서 시를 적어서 드리기도 했다. 내가 읽어드리다가 어린 나이에 감수성 폭발로 눈물바다가 되긴 했지만...
결혼 후에도 나의 글쓰기는 계속되었다. 아이를 낳고는 매일 육아일기를 싸이월드에 올리다가 싸이가 시들어지는 시점에는 카카오스토리에 일상을 기록했고... 아이와의 마주이야기도 기록하여 책으로 만들었다.
큰 아이를 낳고 둘째 때까지는 라디오에 사연을 자주 보냈고 100개가 넘는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 엄마학교라는 책을 읽고 수기를 썼는데 1등을 하여 다른 분들 수기까지 모아져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써 내려간 글쓰기는 육아 동기였고 스승이었고 수다 떠는 친구였다.)
나에게 글쓰기는 매일의 중요한 습관이자 내가 살아갈 힘이고 가장 몰입이 잘 되는 작업이었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현재 here and now에 머물러있게 된다.)
산후 우울도 라디오에 사연을 쓰면서 극복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순간에도 글을 썼다.
어려운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편지를 썼고 사춘기 때도 감정의 소용돌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글쓰기였다.
서울시에 수기를 내서 상을 받기도 했었다. 지금 봐도... 글 자체는 별로 잘 쓰진 않았다. 그 당시 내 글엔 하나도 멋들어진 표현이나 문학적인 감각이 담겨있지 않다. 대신 그 글엔 온전한 진솔, 담백하면서 세밀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노트에 끄적이며 쓰던 습관이 이제는 예수동행일기앱으로 매일 쓰게 되었고 지금은 브런치를 하게 되어 매일 그렇게 쓰고 있다. 발행을 하기도 하고 그냥 홀로 써서 작가의 서랍에 담기도 한다. 문득 거닐다가 생각나는 것들은 핸드폰 메모장에 키워드만 적고 중간중간 사진을 찍어서 기억하기도 한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밥을 먹듯 자연스럽고 나를 살아있게 한다. 멋진 작가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내 스스로가 글을 쓰는 재미와 기쁨이 크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저절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곤 한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어 몹시 즐겁다. 조회수나 좋아요 수도 좋지만 그냥 계속 글을 쓸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주는 황홀감이 크다. 또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또 다른 생각들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