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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ul 15. 2022

다소 무도한 도전이 필요한 때?

마흔 중반 처음 도전하는 그것

 당신에게 가장 두려운 도전은 무엇입니까? 묻는다면....


 가장 자신 없는 분야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였다. 소수의 몇 사람 앞에서는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하지만 일단 8명이 넘어서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은 두려움, 공포였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사회 공포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딱 나의 이야기였다.


 사람 앞에 서는 건 누구나 떨린다고들 한다. 내 경우는 실제로 여러 번 아무 말도 못 하고 하얗게 질려서 내려온 경험이 있다. 준비한 것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식은땀이 나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극단의 공포.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리는 현상.


 그랬던 나는 사실... 그전부터 강사에 대한 꿈이 있었다. 내 상태를 아는 지인들에게는 차마 말도 꺼내기 어려운 강사 도전. 나 스스로도 확신하기 어려웠던 오랜 소망.


 생각해보면 항상 늘... 강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자리에서건 사회 공포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 노력들은 꽤나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첫째, 어느 모임이건 첫 시작 질문이나 대화의 문을 여는 이야기 주도는 내가 하려고 한다. 그렇게 매번 모임 때마다 질문 한 가지 하기를 실천하였다. 처음엔 앉아서 하기. 이왕이면 맨 앞자리에 앉아서 질문하면 덜 떨린다. 강사 한 명만 눈에 보이니까.


 두 번째, 일단 모임에 들어서면 처음 보는 사람 두 세명에게 인사를 하고 말문을 터 놓는다. 소수는 괜찮은 탓에 처음 말 걸기는 어렵지 않았고 그렇게 익숙한 사람들을 만들고 나면 모임 자체에 대한 편안함, 자연스러움이 생겼다.


 세 번째, 말하는 훈련을 한다. 녹음기를 틀고 혼자 떠들기, 영상으로 찍기, 글로 쓰는 것은 편하니까 먼저 말하기 전에 글로 생각을 정리하기, 발표를 하는 순간에는 키워드를 재빨리 적어서 말할 때 빼먹지 않고 키워드를 보면서 말을 했다. 종이가 없으면 손가락 위에 한 자씩 슬쩍 적기도 했다.


 네 번째, 가장 도움이 된 것인데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는 영상 찍는 것이 어색했지만 혼자 말하기만 익숙해지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훌쩍 넘는 동안 육아 관련 동영상 200개 가까이 올리면서 5~ 10분짜리 설명이나 경험담, 북튜버 등 말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유튜브를 꾸준히 하다 보니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고 100개가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의외의 댓글을 보게 된다. '목소리가 차분해서 좋아요.' ' 말씀을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게 잘하세요.' '설명하는 게 귀에 쏙쏙 들어와요.'


 늘 바라기만 하고 직접적으로 들어보지 못했던 피드백들을 받으면서 나의 강점을 강화시켜갔다. 또 목소리가 작다. 마지막에 핵심을 한번 정리해 주시면 좋겠다는 글 등은 보완하여 올리기 시작했다.


 짜자잔~~~~


 그렇게 도전하던 중에 운명처럼 청소년 교육 강사 구인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 공고를 보면서 '내가 이 날을 위해서 훈련했구나.'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도전하게 되었다.


 가보니 나 빼고는 강사 경험이 풍부하시거나 적어도 남들 앞에서 말을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었다. 생 초짜는 나 하나였다.


 강의 영상도 찍어 보내야 했고 면접에 강의 시연에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들이었다.


 강의 영상... 그건 베테랑 강사들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 분야였다. 나는 유튜브로 만날 하던 것이어서 그 부분은 유리했지만 강의 시연이 문제였다. 드디어 수년간 노력한 일. 그 공포를 넘어서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1시간 가까이 되는 강의 내용을 반복해서 외우고 길을 갈 때도 연습하고 동영상으로 찍어서 연습하였다. 1번의 떨어지는 고비도 있었지만 창피하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생 초짜니까 도전 자체가 꽤나 용기 있는 거니까.


 누구나 원하는 것이 있다. 말로 꺼내기에는 민망한 꿈. 그런데 그 꿈은 나이가 들어도 절대로 사그라들지 않더라. 오히려 나이가 드니까 '못하면 어때?' '괜찮아. 난 처음이니까.' 이렇게 생각하게도 되더라.


 사실.. 도저히 미룰 수 없게 되는 시기를 만나면...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더는 미룰 수 없다.' 정신이 번쩍 든다. 

 

 청심환의 도움도 필요했지만 첫 강의 시연 영상을 모니터링해 보니까 '정말 아깝게 떨어졌겠구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내 상상보다) 훨씬 더 잘했다. 괜찮았다.


 나이 들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거 누구나 할 수는 있겠지만 막상 누구나 하지 못하는 거니까. 지금 당장 도전하면 늦은 나이라도 괜찮지만... 나중으로 지연시키면 그땐 진짜....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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