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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an 21. 2024

정이 많은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이성적이고 선이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엄마와 찾아간 한의원 선생님께서

상담도 겸하시는 분이셨는데...

나를 보고 정이 많고 온유하면서

여리고 예민한 성향이라 하셨다.


화들짝 거부 반응이 올라왔다.

특히 정이 많다는 단어가 걸렸다.

엄마는 맞다고 끄덕이시고

난 반박을 했다.


"저 정 많은 편 아니에요. 우리 집에선 냉정하단 소리도

듣고.. 개인주의 성향이 있고요. 우리 엄마가 정이

많지 저는 아니에요."


내가 너무 아니라고 하니 선생님도 엄마도 당황했다.

겸손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이 많다는 소리가

이상하게 싫었다.


나에게 정이 많다는 의미는?(그 당시 이랬으리라)

정이 많다는...

1. 남 챙기느라 자신에게 소홀하고

2. 착하기만 하고 종종 손해를 보는 만만한 사람

3. 또는 오지랖이 넓고 선을 넘는 실수도 하는

     약간 부담스러운 그런 사람으로 느껴졌다.


정이 많은 건 사실.. 

따스한 면이 많고 나누는 걸 즐겨한다는

좋은 의미도 있는데...

그땐 부정적 느낌으로 새겨져

있었다.


착하다는 말도 칭찬이 아니게 된 시대.

개인주의적인 것이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누군가는 정 많고 오지랖인 사람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서로 침해하지 않고 부탁하지도

도움을 주지도 않고 서로 아쉬운 소리 할

필요도 없는 그런 관계만 있다면 좋은 세상일까?


때론 정이 많아 나의 아픔에 나보다 더 울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친구가 있다.

그녀가 좋으면서도 때론 유난스럽다

생각한 적도 있고 오버라 느꼈다.


문득 내가 유산끼 있을 때 먼 길을..

대중교통으로 아기띠를 하여

딸아이를 안고 온 그녀가

떠올랐다.

바리바리 나를 생각하며 만들어온

멸치볶음, 오이김치, 계란말이..

양손에 낑낑거리며 가져온 반찬 그릇.


친구가 집에 가고 그녀가 만들어 온 반찬을

꺼내 먹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친구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솜씨가

없었다. 물엿을 많이 넣어 굳은 멸치가

씹히지 않았다.

꺼억꺼억 안 씹히는 멸치를

입에 넣고 한참을 울었다.


먼 길 와준 친구가 고마워서..

지도 못하는 반찬.

날 위해 애쓰며 볶았을 그 마음.

어린 아기를 키우며 지 챙기기도 바쁠 텐데.,

나까지 신경을 쓰는 친구.

그 정스러움이 느껴져 입에 가득

반찬을 씹으며 그렇게 울었다.


맞다. 나도 정이 있는 편이고 내 친구는

나보다 더 하다. 오버가 많은 친구인 것도

맞고 친구는 해주고도 상대에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난 정 많은 사람이 좋아졌다.

개인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우린

정에,..  

그 온기가 그리운지 모른다.

 정, 그것에 굶주린 사람들 일지 모른다.


#정 #오지랖 #친구 #착하다 #개인주의


픽사베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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