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보조강사로 수업에 참여하고 **강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시니어 방문 수업이 연기되는 바람에 저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선생님 수업 전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헤어질 즈음 선생님께서 명절 전이라고 봉지 하나를 쓰윽 내미십니다.
지난주에도 선생님께서 '명절 전에 저랑 밥 한번 먹으려고 했는데..'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있긴 했었는데 시간이 안 되어서 만나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깜짝 선물을 가져오셨더라고요. 저는 준비도 안 했고 요즘은 어느덧 명절에 주고받는 거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기도 했고요.
훈훈하고 따스한 정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드릴 것이 없는지라 가방에 있던 비타 500 한 병을 건넵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정이 있는 사람이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전에 제가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고 싶지 않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헤어짐과 오해, 서운함, 미묘함으로 인해 소진이 잘 되는 편이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다운될 때면.. 저는 그런 제가.. 정이 많은 제 자신이 참 싫었던 적도 있었거든요.
근데 요즘 들어 내가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초, 중, 고등학생을 보면 기특하고 귀여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요.
시니어 어르신들을 뵈면 약간 우리 부모님 나이 같은 분들도 계셔서 뭐라도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마음이 많이 있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제가 사람을 좋아했기에 관계 속에서 힘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요. 이 사람의 마음도 느껴지고 이 사람도 생각나고 안쓰럽고 등등이요.
그리고 신경을 쓰는 부분과 헤어지거나 어쩔 수 없이 이사나 환경 등으로 조금 멀어지는 과정들도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 간의 관계 맺음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선생님께서는 저의 건강을 생각해서 두유를 선물로 준비하셨다고 해요.
근데 제가 보조 강사 끝나고 시니어 방문 수업을 바로 가야 할 것 같아서 너무 무거울까 봐 일부러 가벼운 것을 챙겨 오셨다고 했어요.
참 배려와 따스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제가 뭐라고 말이지요.
정이 있다는 거는 어떤 의미에서는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다는 거잖아요.
아파트 옆 집 아주머니께서도 가끔씩 채소랑 사과 등을 주실 때가 있어요. 주시면서도 항상 부담 주는 건가 싶어서 망설이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 집 베란다 물이 역류하여 고생하고 있을 때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집이 걱정이 되셨는지 우리 집 세탁물까지 집에 가져가서 돌려주고 싶어 하셨어요. 그런데 혹시 오해할까 봐 차마 말씀을 못 하셨다고 해요.
이번에 재활용장에 가서 정리하는데 옆 집 아주머니께서 인사하시고 가시다가 다시 조심히 돌아오시며 저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신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주머니: 우리 딸이 거의 안 입은 재킷이나 코트 같은 거 있는데 내가 줄 곳이 없어서 그냥 재활용통에다 넣기도 하거든요. 새것 같은 거라서요.
나: 네. 좋죠.
아주머니: 근데 여기가 아들, 아들, 막내가 딸이니까 혹시 그런 거 안 싫어하면 내가 딸 줘도 돼요?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안 입어도 되고요. 부담 없이 마음에 드는 것만 가져갈래요?
나: 아.. 네. 주세요. 사이즈 맞으면 아이가 보고 마음에 드는 거 입을 것 같아요.
아주머니: 아이 키가 몇 센티 정도예요? 나는 우리 딸 어릴 적에 물려 입고 그랬는데 요즘 엄마들은 싫어한다고 해서 말을 못 하고 있었어요.
나: 아. 저는 괜찮아요. 그런 적 있었어요. 딸이 지금 161 정도요. 저랑 몸무게도 비슷해요. 감사해요.
그리고 인사하고 가셨다.
그 후론 따로 말씀은 없으셨고 내가 찾아가서 달라고 하기도 좀 애매해서 시간이 흘러가긴 했다. 아무튼 마음만이라도 고마웠다.
이런 정 있고 따스한 분들이 있어서 그래도 세상이 덜 삭막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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