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이 특별함을 만든다.
터울 적은 세 아이를 기르다보니 매일의 일상이 똑같이 느껴지고 개인 시간도 별로 없어서 답답하고 때론
지루했다. (깨우고 밥 세끼 차리고 애들 챙기고 다시 자는 일상의 반복)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챙기고 큰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째랑 막내는 집에 데리고 있었다.
사실 막내가 태어나기 전까진 큰 아이도 데리고 있었는데 운 좋게 구립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서
6살 그 해부터 다닐 수 있었다.
그 당시는 집에 에어컨도 없어서 여름 내내 더웠던 기억이 있고 큰 아이가 3시쯤 하원하면...
유모차에 막내를 태우고 둘째, 큰 아이랑 놀이터를 가거나 산에 가기도 했다.
체력이 없는 날은 집에서 쉬는 날도 많았다.
두 아이를 항상 데리고 장을 보러 가고 어딜 가도 짐이 많았다.
그때 만난 것이 마주 이야기다. "아이와의 일상의 대화를 기록하기." 사진 찍듯이 대화를 기억하여 묘사하듯 적어내려간 일기. 1:1 아이와의 마주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록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집중을 하고 아이의 신선하고 아이다운 말들이
살아 숨쉬게 된다. 기억하면 특별해지고 특별해지면 그 시간이 생생하게 아름다워진다.
아이의 모습은 사진으로 기억될 수 있지만 말은 기록으로 기억해야 된다.
어느 날은 둘째가 내 발가락을 관찰하며 놀란다. 어린 아이의 입에서 시 같은 표현이 흘러나온다.
호기심에 가득해서 뚫어지게 관찰하는 어린 시인.
"엄마. 엄마. 이것 보세요."
"왜?"
"엄마.. 발에... 여기요 여기. 엄마 발에서 싹이 났어요."
아이는 내 발가락에 난 털을 보고 싹이 났다고 표현했다. 어른은 같은 장면에서 그런 기막힌 표현을
도저히 할 수 없다.
한 번은 큰 아이랑(첫째라 큰 아이라 부르지만 2돌~ 3돌 사이 아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몄다.
아이는 뿌듯해하고 불을 켜서 반짝이는 모습을 감탄하며 쳐다본다. 그러더니.. 대뜸... 컵에 물을 따른다.
눈 깜짝할 사이... 아이는 장식용 크리스마스 트리에 물을 부어주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놀란 우리 부부를 쳐다보며 말한다.
"엄마. 아빠. 이젠 나무가 무럭 무럭 자랄 거에요."
우린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웃었다. 아이는 어딘가에서 나무에 물을 주어야한다는 것을 배웠고
집에 장식용 트리도 나무라고 생각을 했던 거였다.
또 한번은 책으로 곤충의 짝짓기를 배우고 나서 아이가 나를 꼭 안아주더니..
엄마 이제 동생이 한 명 더 생기는 거죠? 묻는다.
곤충들의 짝짓기를 아이는 안아줌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시같은 말들을 적어내려갔다. 보석같이 반짝이던 그때의 어린 말들을 기록하길 잘했다.
그렇게 매일 순간 순간 아이의 말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