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외향적이며 긍정적인 선생님이 있다. 나는 내향적인 면이 있고 긍정적인 편이라 서로 만나면 대화가 술술 잘 된다. 선생님은 주저함이 없고 무언가 시도하고 자원하는데 적극적이다.
나는 조금 망설이는 편이고 자신감은 크지 않다.
선생님은 상담선생님으로 일하고 계셔서 서로 아이들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아이들을 유독 예뻐하고 동기부여, 지지를 잘 해주시는 선생님이 참 귀하게 보였다.
선생님이랑 자존감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자존감은 높은데 자신감은 적은 편이라고 하셔서 조금 놀랐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나는 자존감은 높은데 자신감은 적어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조금 놀랐다.
둘이 이야기를 하다가 높은 자존감을 가졌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확장되어 대화가 진행되었다.
선생님: 저는요. 제 자신이 너무 사랑스럽고 좋아요. 사람들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제 자신도 좋고요.
나: 어머. 저도요. 제가 참 좋아요. 어려서부터 제가 그냥 왠지 참 좋았어요.
선생님: 저도요. 저는 저의 좋은 점 뿐 아니라 부족한 약한 부분도 감싸고 싶을 만큼 저를 참 좋아해요. 샘도 그러세요?
나: 저도요. 저도 저의 부족한 부분들이 속상할 때는 있지만 그것이 안쓰럽고 보듬어 주고 싶은 부분일 뿐이에요. 저보다 능력도 외적인 부분도 여러가지로 뛰어난 누군가가 있어도 부러운 적은 있지만 저는 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냥 제가 제일 좋아요. 대단하고 멋져서가 아니라 그냥 저라서 좋은 그런 느낌이요.
선생님: 저도요. 저도 그냥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제가 참 좋고 각자의 다름이 귀하게 느껴져요. 샘도 그러시구나. 샘도 자존감 검사 하시면 높게 나오시겠어요.
나: 근데 자신감은 생각보다 높진 않아요. 존재 자체는 좋아하고 만족하는데 능력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나는 아주 잘 해낼 수 있다고 확신을 갖고 있진 않아요.
선생님: 저도 그래요. 그래도 저는 빼진 않고 맡겨지면 열심히 해요.
선생님이랑 대화하면서 높은 자존감을 갖는 건 어쩌면 너무 쉽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참 어려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의 공통점은 완벽주의자가 아니라는 거였다. 어쩌면 결과에 있어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완벽한 것을 추구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혹독하거나 몰아세우지 않는다는 점이 있었다.
자신감도 자존감도 높다면 정말 좋겠지만 높은 자존감을 가졌다는 것은 마음에 깊은 안정감을 준다. 어떠한 결과를 받아들일 때 의기소침해지고 속상한 순간들도 있지만 그것이 내 자존감을 흔들만큼 큰 사건은 아닌 것이다.
나는 여전히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뒤흔들만큼 중요한 것들은 없는 것이다.
진짜 자존감은 내가 어떠한 상황과 어떠한 모습이어도 나는 여전히 살만한 존재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아닐까 싶다. 사회에서 주어지는 평가로 인해 시작점부터 등급이 매겨지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 움츠러든 아이들의 어깨를 조금이라도 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강사활동이 대단한 활동도 아니고 강의스킬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한 부분들도 여전하지만 내가 강사일을 즐기고 계속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
너희들은 살아있는 것만도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어. 그리고 숨만 쉬어도 되니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살아달라고 말해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