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은 독립적인 성향이 있고 감정 공감을 잘하는 F 형입니다. 오빠들 밑에서 커서 남자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도 잘하는 편이고 일부 남자 친구들의 장난기나 허세 등도 귀엽게 웃어넘기는 쿨함도 장착하고 있지요.
딸의 사춘기는 중 1 때가 피크였고 보여지는 양상은 간섭을 싫어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고 감정기복이 있을 때는 냉랭하고 차가운 말투에 틱틱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얼마 전 아이가 수련회를 다녀온 이후 몸도 피로하고 소진되어 학원을 쉬고 싶어 했습니다. 머리도 좀 아팠고요. 저는 지난주에 수련회기간이라서 학원도 빠지고 그 직전에는 감기몸살로 쉰 적도 있어서 특강기간에 연속적으로 빠지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습니다. 진도도 비용도 아깝고요.
우리 때는 전염병만 아니면 아파도 그냥 학교 가서 아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아주 많이 아픈 거 아니면 조금이라도 하고 정 힘들면 그때나 조퇴를 하거나 했기에, 아이가 그냥 좀 버텼으면 싶은 마음도 내심 있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아파서 조퇴를 한 적이 없었고 감기 정도로 학교나 학원을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굉장히 무식한 방식일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감기몸살로 빠지는 딸이 어딘지 나약해 보이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쉬는 건 알겠다고 했지만 제가 딸에게 네가 학원에 직접 전화를 걸라고 하였고 아이는 그게 싫었던 모양입니다.
딸: "나는 아픈데 엄마가 좀 걸어주면 안 돼? 엄마 지금 안 바쁘잖아.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나: "네가 하면 되잖아. 너의 일이고. 전화 한 통 못할 정도로 힘든 건 아니잖아?"
딸: "나 아프단 말이야~~~ 엄마가 좀 해줘. 선생님 개인 번호도 몰라서 문자도 못 보내고 하니까 통화는 엄마가 해줘."
나: "나도 학원 번호밖에 몰라. 걸어줄 테니 네가 말하면 되잖아."
딸: "나 지금 좀 그래. 아픈 딸이 꼭 전화를 해야겠어?"
나: "오빠들도 본인이 연락을 하고 그런 적 많아."
딸: "엄마는 오빠들이랑 나를 비교하고 있잖아."
나: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잠들어 있으면 엄마가 하지. 근데 너 지금 할 수 있잖아."
대충 이런 말들이 두어 차례 반복이 되었지요. 결국 딸이 눈물이 조금 흘렀고 저도 전화 한 통 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알겠다고 하고 방을 나와서 전화를 했습니다. 괜히 아픈 애를 붙들고 전화가 뭐가 대수라고... 제가 아픈 아이까지 울렸나 싶기도 했고요. ㅜㅜㅜ
제 자신을 곰곰이 들여다보니, 저도 (내심) 또 학원에 전화 걸어 사정 이야기하는 게 번거롭고 또 빠지는 아이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었더라고요. 학원에서 또 빠지냐고 물어보면 사정 이야기하기가 난감해할 상황을 마주하기 싫었고요. 딸도 저도 결국은 비슷한 이유로 전화를 걸기 싫어했던 거지요.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서 시간이 30분쯤 지났고, 저녁밥때 즈음 딸의 방문을 노크했습니다.
나: "엄마가 전화 한 통 가지고 너한테 좀 너무 했던 거 같아. 미안."
딸: "아냐. 엄마.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전화 거는 게 부담이 있었어."
나: "전화 한 통 30초도 안 걸리는데 그냥 내가 좀 하면 되는 거였지 뭐. 누가 하는지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딸: "선생님이 내가 자꾸 빠지면 나를 좀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더 그랬던 것 같아."
나: "엄마도 사실 좀 그랬어. 미안할 일도 아닌데.. 사정 이야기하는 게 싫었나 봐."
딸: "나도 그랬어. 엄마."
이렇게 아이도 나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받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자녀와의 관계에서 아주 사소한 작은 일로도 감정 갈등, 싸움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더 중요한 건 갈등을 아예 피하자가 아니라 그랬더라도, 한번 더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화해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 가족만의 싸움 이후의 룰이 있는데요. 일부러 만든 건 아니지만 갈등의 해결에 있어서 이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1. 화해는 일단 사과로 시작하기
2. 오래 갈등 상황을 두지 않고 1시간 이내로 풀기입니다.
정말 갈등 시 하루를 넘긴 적이 없고 사실 반나절 말을 안 하고 지나간 적도 없었네요. 1시간 아니 그 전에 풀면 좀 더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게 되니까 좋더라고요. 화해하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어느새 스르륵 풀려서 함께 웃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지레짐작하지 않고 들으면서 알게 되니까 오해도 풀리고 이해가 되는 지점을 만나게 됩니다.
갈등은 그냥 묻어두면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 거니까요. 해결되는 것처럼 보여도 그냥 묻고 가서 언제 터질지 모르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고 가는 거는 진짜 화해가 아니니까요. 정신건강에도 해롭고요. 돌아보면 기억도 안 나는 사소한 일로 사랑하는 관계를 망치면 후회가 클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춘기 자녀와 어떻게 지내시나요?
화해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