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피크는 지난 예비 중 3 딸과 설 연휴에 옷을 사러 근처 쇼핑몰에 갔다. 평소에는 인터넷으로 저렴한 옷들을 사주는 편인데 이번에는 직접 아이가 고르는 게 좋은 것 같았다. 옷에 관심이 적던 아이도 요즘에는 색에 맞춰서 나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 입는 취향이 생겼다.
가는 길, 날씨도 따스해서 30분 정도 걸어서 갔다. 의외로 이렇게 일상적인 산책을 하면서 진지하고 의미 있는 대화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딸: 엄마는 새로 일하는 거 잘 맞아? 난 엄마가 심리학과 나와서 상담했다고 했잖아. 그거 나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나: 너는 공감도 잘하고 이야기 잘 들어주는 편이잖아. 잘할 것 같은데...
딸: 그래서 좀 기가 빨리고 소진될 때가 있거든. 엄만 어땠어?
나: 지금 강사 하는 게 더 좋긴 해. 상담은 할 때는 성향이 잘 맞긴 했는데
나도 좀 소진이 되었던 것 같아. 너는 음악이랑 미술 쪽에 관심이 있잖아.
코딩 쪽으로 진로를 잡을까 고민도 하고. 지금은?
(딸은 컴퓨터 쪽으로 직장을 구하고 그러면서 예술 취미 활동을 하면서, 그쪽이 괜찮아지면 진로를 바꾼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니면 경제적인 돈을 벌고 그냥 취미로만 한다고 했다.)
딸: 응. 지금은 잘 모르겠어. 엄마는 진로를 어떻게 정했고, 지금 만족해?
나: 응. 너무 좋아. 어릴 적에 꿈이 세 개였거든. 하나씩 도전해 보면서 이게 맞고 안 맞고를 알게 된 것 같아. 처음에는 잘 몰랐어.
딸: 난 한 우물을 파서 끝까지 해보는 게 맞는 것 같긴 해.
이거 저거 하면 제대로 안 될 것 같아서.
나: 그것도 맞긴 한데..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봐야 나한테 맞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하나를 하다 보면 그 안에도 다양한 직업군이 있고..
내가 좋아해도 그 안에는 내가 싫어하는 영역이 있긴 해.
그래도 너무 좋고 관심이 많으니까 지속하게 되더라고.
딸: 그렇지. 근데 나는 부정적인 스타일인지 엄마는 뭐든 해보고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쪽인데 난 그렇진 않은 것 같아.
나: 그건 부정적인 거랑은 다르지. 너는 신중한 것 같아. 엄마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던 적이 있었어. 사람마다 다르니까 도전은 해봤으면 좋겠긴 해.
딸: 엄마는 진로에 대한 확신이 언제 들었어?
나: 음... 재밌고 좋다고는 생각했는데 긴장이 많이 되었었거든. 근데 하다 보니 긴장은 줄고 보람되고 신이 나더라고. 그건 경험해 봐야 아는 것 같아. 상상만으로는 알 수 없지.
엄마도 진로를 늦게 찾았잖아.
딸: 보람? 근데 엄마가 강의하고 교육해도 대충 듣거나 변화가 없을 수도 있잖아.
나: 응. 그렇지. 엄마는 사실 사람이 잘 변하기는 쉽지 않지만,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거든. 그리고 엄마가 반에 30명을 만난다면 그중에 두 세명이라도 용기를 갖거나 동기부여가 된다면.. 혹은 세상은 살만한 곳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면 엄마는 그것으로도 충분하고 의미가 있다고 봐.
딸: 아. 엄마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엄마 왠지 멋진 것 같아. 생각이 참... 엄마가 그런 마음으로 만난다면 정말 보람될 것 같긴 하네.
나: 응. 그리고 누군가가 안 좋은 결말을 갖게 되더라도 슬픈 일이긴 한데.. 그래도 엄마는 그 친구 인생에서 누군가가 따스하게 대해주고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해준 한 사람이 되어준다면 그 조차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적어도 말이지.
딸: 응. 의미가 있어. 맞아.
나: 거의 다 왔다. 오늘 재밌는 얘기 하다가 옆으로 새긴 했지만 그래도 딸이랑 깊이 얘기하니까 좋긴 해. 너는 말이 잘 통해. 많이 컸어. 기특해.
딸: ㅎㅎㅎ
딸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감정들, 생각들을 나누고 정리해 보게 되었다. 삼 남매가 자신이 맞은 소명을 이루고 그 길이 세상의 가치나 성공의 기준이 아닌 진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방향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