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반수를 하고 올해 대학에 다시 입학을 하였습니다. 최근 들어 입시 이후의 소식이 궁금하여 연락이 오시는 분들도 생깁니다. 처음에는 어느 대학 갔는지 서로 묻질 않는 것이 룰이 되지만 우리는 서로 압니다. 결국 그 질문이 올 것이라는 것을요.
우리 각자는 알지요. 시대가 바뀌었고 학벌은 더 이상 우리에게 보장해 주는 것은 없다는 것을요. 그냥 성실하게 공부 잘했구나 정도로 인정받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물론 SKY라는 학벌이 아직도 취업에 유리한 면들도 있고 기회라는 측면에서 첫인상을 좌우하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우리 아이도 제법 좋은 대학에 입학을 하였지만 저도 여전히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아깝게 떨어진 1 지망 대학에 붙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나중에 돌아보면 아무 일도 아닐 것을 알면서도, 한 번씩 누군가가 우리 아이가 아깝게 떨어진 대학에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순간 부러움과 아쉬움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제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순간입니다.
지금 함께 반수나 재수를 하던 친구들 중에 많은 수가 다시 삼수를 하고 있어요. 공부를 아주 잘하던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 수준이 높다 보니, 포기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도 됩니다. 자신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던 친구들이
자신보다 좋다고 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들도 있으니까요. 내가 그동안 공부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그만큼 대학 입시가 생각처럼 쉽지 않고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니까요.
얼마 전 한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 친구는 작년에 대학에 갔고 우리 아이 소식이 궁금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구의 어머니는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아이의 대학을 물었고 저도 대답을 하였습니다. 잠시 침묵.. 일부러는 아니지만 그 어머님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급한 일이 있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게 되었어요.
그 친구도 공부를 꽤나 잘했던 친구여서 항상 대학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고 한 번 더 입시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대학이 뭔지.. 아직도 우리가 이런 마음이라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삼수를 하는 엄마들에게는 아예 전화를 걸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그 마음이 얼마나 쉽지 않을지 알기도 하고 저의 위로가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하물며 신앙으로 모인 교회에서조차도 대학을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닌 지경이니까요.
작년에 저도.. 우리 아이가 반수 할 생각으로 넣은 3 지망으로 붙은 대학명을 말할 때 망설임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은 아이 능력의 극히 작은 부분을 보여줄 뿐인데 말이지요.
대학 레벨을 나누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변해야 할 부분들이 많음을 느낍니다. 저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이제 우리 둘째가 고3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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