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 엄마 이야기
민사고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은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것 같다. 갑자기 첫 글을 올리자마자 조회수가 1000을 넘었다는 알림을 보고 화들짝 놀래서 얼른 2편을 써본다. 지난편에 성적표 준비가 되었다면 1차 합격을 무리없이 받을 것이지만, 관건은 2차 합격이 만만치가 않다. 복불복이라고 해야하나, 딱히 정해진 합격기준이 없다 보니까 자사고 입시 컨설팅을 하시는 분들의 영상을 보다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제일 좋은건 민사고 엄마들한테 물어보는게 쵝오 ! 자 민사고에 아이들 놀러보내실분은 주목하시길.
물론 엄마다. 아버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민사고에 합격하고 1학년 1학기 첫 엄마모임에 참여했을때
우리는 모두 손에 손을 맞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했다. 장하다 어디 한번 얼굴좀 보자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했었다. 이 엄마는 얼마나 대단한 엄마길래 애를 민사고에 보냈을까 ?
아참, 가장 먼저 민사고 엄마들을 만난건 그날이 아니었다. 5-6월부터 시작되는 전국투어 민사고 입시 설명회가 열린다. 나는 그때 아이들 중간 방학과 시기가 맞아서 6월 광주 과학기술원에 방문했었다. 설명회 입구에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민사고 엄마들이, 모든걸 가진자(?)의 여유로운 미소를 띄며 설명회에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다과를 대접하고 있었다. 잊을 수 없다. 아, 저 얼굴이 민사고 엄마들의 얼굴이구나.
일년후 민사고 엄마가 된 나는 그 미소가 어떤 미소였는지 알고말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입에 머금어지는 해탈의 미소였다.
서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엄마들에게 중간중간 김빠지는 추임새는 도움이 안될지 모르지만, 민사고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면 이 모든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시라는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1. 자기소개서
솔직히 나는 아이 자소서에 손을 댔다. 현직 논술교사이기도 하고, 방송작가에 기자경력이 있기도 해서 투박한 문장에 기름칠 정도라고 해두자. 아니아니 그래 맞다. 최선을 다해서 아이와 함께 머리를 굴리고 남편까지 가세해서 자소서를 탄생시켰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당시 주변에 아이에게 무한 신임을 보여주셨던 중학교 선생님들도 감상평을 덧붙여주셨다. 아이가 자소서를 준비할때 연필을 잡고 있는 건 아이이지만,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가족들과 오랜시간 가르쳐오셨던 선생님들의 조언을 듣고 소스를 찾아내야 하는것은 공동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로서 할말이 많다면 걱정하지 말길. 6번에 학부모 기재사항이 있다.
2. 학부모 기재사항
팔불출이 되는 순간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 아이가 왜 민사고에 적합한 학생인지를 부모로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서류이다. 자유롭게 써라. 자랑할 부분은 자랑하고, 부족한 부분은 쓰지 말고, 무한한 가능성을 피력해라.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어필해라. 그런데 내 자식 잘난걸 다 써놓고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경험을 했다. 결국 모두 다 지우고 백지상태에서 마음을 정리했다.
민사고에 서류를 내는 아이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했느냐를 어필하는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실제로 후에 민사고 선생님들에게 들었는데, 어느 대회 나가서 상받고, 1등하고, 반장하고 등등의 스팩은 모두가 넘치게 가지고 있는 스팩이라서 아예 눈길을 보내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난 아이가 당시 3월쯤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한 여학생의 편에 서서 교장선생님과 교감을 설득하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지켜줄테니 걱정말라' 며 안심시켜주었다는 말을 들었을때, 아이가 얼마나 두렵고 함께 겁이 났을까 생각하면서도 그 두려움을 딛고 약한자 편에 섰던 용기에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썼었다. 당시 꽤 큰 사건이었고, 그 아이의 엄마가 우리 애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울면서 고맙다고 하셨고, 나도 당시 정의롭지 못한 일에 똘똘뭉쳐있던 3학년 엄마들 모두에게 맞서 목소리를 높혔던 때였다.
3. 추천서
아이를 가장 오래 지켜봐왔던 교사 한 분에게 추천서를 받아 제출할 수 있다. 대부분 대학입학 서류에서는 폐지된지 오래이지만, 민사고만은 추천서를 여전히 받고 있다. 강남의 대치동 선수 엄마들은 추천서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모르겠지만, 강남 근처도 못가본 나로서는 당시 3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이 가장 올곧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교장선생님이나 교감, 그리고 각 과목 선생님들 모두가 아이의 민사고 입시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기에 기꺼이 추천서를 써주시겠다는 연락을 해오셨지만, 그래도 내 아이를 최근까지 가장 가까에에서 보고 있는 담임선생님께 부탁드리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추천서는 방금 발송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직접 원서접수 링크로 접속하셔서 개인 메일로 추천서를 보내는 시스템이라 나도 아이도 그분이 어떤 내용을 쓰셨는지 지금도 가늠할 수가 없다. 후에 합격 소식에 함께 눈물 흘려주셨고, 교내 식당 앞에서 만나 양손을 잡고 부둥켜 앉고 함께 기뻐해주셨다.
4. 생기부 재단하기
얼마나 화려한 수상실적과 세특 코멘트가 있을지 민사고에 응시한 학생들의 생기부는 보나마다 일것이다. 학급 및 전교 임원, 각종 경시대회 입상, 과목우수상 등은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그냥 넘기는 페이지이다. 민사고 입학사정관들은 톡특하고, 묘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생기부에서 찾아낸다. 수학 천재이면서, 시를 쓰고, 작곡을 하는 아이이거나, 평생을 외국에서 자랐으면서 고무신에 한복만 입고 학교를 다니던 우리 애도 그중 하나다. 외국에서 선생님을 찾기도 힘든 이민 나와계시는 국립국악원 출신의 가야금 선생님을 찾아 가야금을 켜고 다녔고, 서예가를 찾아 붓글씨를 쓰던, 한국말도 어눌한 애다. 덕분에 교내 예술제에서 단연 아들의 국악공연은 필수였고, 한인회 행사에도 불려다니며 아리랑을 연주했다. 그냥 이런 아이는 민사고를 가야했다. 한국이 너무 좋다는 그 이유 하나로 충분했으니까. 과연 이런 생기부가 먹힐까 싶었는데, 결론은 먹혔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해야할일은 면접시험 준비이다. 제 아무리 화려하고 독특한 서류라 해도, 사람을 보고 됨됨이를 평가하겠다는 민사고의 면접시험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편은 면접시험 대비에 대한 경험을 써보려고 한다.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리며, 좀더 디테일한 질문이 있으시면, 저도 브런치에서 댓글을 경험하는 행복을 맛보게 해주시길 기다리며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릴것을 약속드립니다. 더불어,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고 공감 해주시고 계실 민사고 선배 어머님들께도 안부인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