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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진 Nov 17. 2022

놀러가는 민사고 면접준비

민사고 엄마 이야기

 면접 준비는 어떻게 해야할지가 가장 난감했다.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니 하는데 까지 해보자고 결심은 했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하루종일 인터넷만 붙들고 살았다. 홈페이지에서 면접평가요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시사항만 가지고는, 아무런 감도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귀인을 만났다.




대치동 양대 민사고 면접학원


 민사 아이들이 강남에서 키워진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대치동은 가본적도 없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 중에도 민사고를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이미 중3 5월달이니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한국에 들어가 면접학원을 한달이라도 다녀보는게 막연한 전략이었다. 구글을 열고 '민사고 & 면접 준비' 등의 키워드를 돌리고 샅샅이 찾아 블로그, 카페, 합격수기 모든 문서를 다 찾고 읽었다. 그러던 중 어느 특목 자사고 준비카페에서 내 질문에 답변을 달아준 고마운 분이 있었다. 민사 면접학원은 두 곳이 가장 유명하고, 그 두 학원출신 합격자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는 말도 해주셨다. (독자님들이라면 구글링으로 쉽게 뜨는 학원이름정도는 찾으실수 있을것이라고 믿고)


 학원명을 알았으니 홈페이지를 찾아서 이메일 상담을 요청했다. 특수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아이가 민사고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여름방학 7월 한달을 기해 한국에 머무르면서 면접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 PDF 파일 두개 정도를 보내주셨다. 시간을 맞춰놓고 보내준 시험지를 풀어서 내일까지 보내라는 거다. 아차, 학원등록 자체가 원한다고 다 받아주는게 아니었던 것. 착각을 해도 한참 하고 있었다.






1번부터 못풀겠어요


그래도 문제파일을 받은게 어디냐 싶어서 아들에게 풀어보라고 주었더니, 약 5분정도 들여다 보더니 못풀겠다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순전히 대한민국 중3교과 과정만 그 이상도 이하도 배워본적이 없는 아이였는데,  내가 봐도 1번부터 막히는 문제들이었다. 어떡하지, 포기해야하나?


 다음날 문제를 보냈냐며 연락이 왔는데, 한번 매달려보자는 심정으로 그냥 경험상 지원해보는 거니까 한달만 데리고 있어달라고 부탁해봤다. 개인적으로 민사고에서 그렇게 과하게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을 뽑을것 같지 않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대한민국 중3이면, 교과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될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판단이었다. 학원은 아무래도 학원이니까,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선행을 시킬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xx이 혼자만을 위해서 반을 꾸릴 수는 없어요. 이미 진도도 많이 나가 있고, xx이가 들어와서 따라가기 힘들겁니다. 보내준 문제를 시간내에 만접 가까이 풀어낼 정도 아니면 곤란합니다. 선을 분명하게 그어주셔서 오히려 포기가 빨랐다. 감사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


 민사고 면접을 비롯해서 전국의 특목자사고의 면접 기출문제와 면접 비법을 담고 있는 서적들도 많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어떻게 면접을 하는지 시뮬레이션을 그릴수 있는 것과는 달랐다. 준비과정에서 이미 이 학교에 합격을 하는 것은 정말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점점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칼을 뽑았으니 수박이라도 찔러봐야했다.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가 그때 울렸다. " 우리 xx이가 어떤 친구일까요? 안녕하세요 xx 학원 원장입니다. 어머니 도움이 필요하시다구요. 멀리서 연락주셨네요"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까 하던 순간에, 이 메시지 한줄이 얼마나 따뜻하게 의지가 되던지.  " 안녕하세요 원장님이신가요... 제 아이가 많이 부족한데, 꼭 한번 민사고에 지원해보고 싶어해서요. 떨어지고 학교구경만 하고 와도 괜찮으니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너무 몰라서 그런데 도와주세요 원장님"  


 7월에 만나기로 하고, 일단 그 전까지 면접학원에서 매일 녹화방식으로 민사고 준비반 학생들의 면접 영상을 저장해둔 파일을 대용량 파일저장소에 링크를 걸어 공유해 주셨다. 그리고 7월에 만나기 전에, 이 영상에 나오는 강의를 모두 듣고, 녹화영상도 잘 숙지하라고 당부해주셨다. 은혜를 잊지 못한다. 그 원장님은 앞선 대형학원보다 훨씬 이전부터 민사고 면접대비반을 대치동에서 운영하고 계셨고, 수년전 젊은 후배들이 대치동에 대형학원을 꾸리고, 다른 지역 분원까지 열어 거의 대치동 모든 특목자사고 입시면접을 독점하는 곳이 앞서 PDF 파일문제를 보내줬던 학원이었다.


 학원비가 얼마가 나오더라도 상관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으니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대치동에서 한달살이


 민사고 합격수기를 찾아 읽다가 어느 아버님이 아이를 민사고에 보내고 나서 이런 학교라면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아깝지 않았다고 쓰셨던 기억이 났다. 도대체 어떤 학교길래 저렇게 말씀을 하실까?  자신은 강남 부자도 의사, 변호사도 아닌 평범한 아버지인데 아이가 저렇게 학교를 다니며 행복해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부모라면 그러고 싶을 것이고, 나도 그랬다. 뭐든 해주고 싶었다.


 7월 방학을 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학원에 가서 마음씨 좋은 원장님과 상견례를 하고, 그 즉시 아들을 학원에 넣어두고 한달살이를 할 숙소로 살림을 꾸렸다. 원장님이 학원에서 지하철 두정거 되는 거리에 오피스텔을 소개해주셨고, 아이 혼자 지하철로 매일 학원에 올수 있도록 하라며, 외국생활하던 아이가 서울 지리도 모르고 어머님이 매일 데려다 주실수도 없을테니 아이 혼자 다니기에 제일 좋은 자리 일거라고 했다.


 오피스텔 위치는 너무 좋았다. 한달에 100만원으로 원룸을 얻었고, 말로만 듣던 대치동 살이를 시작했다.



면접 시뮬레이션과 기출자료집


  학원에는 이미 초등학교때 부터 민사고 준비를 하던 아이들도 있었고,  국어, 영어, 수학, 사회과목과 과학과목 면접, 그리고 인성면접 강사까지 드림팀이었다. 이론수업과 실전면접을 매일 오후 5시 반 부터 밤 10시까지 돌렸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을 위한 주말반도 오전 10시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민사고 입시를 이렇게나 많은 학생들이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막연히 아이가 똑똑하니까 잘할거라고 믿고 민사고 입시를 준비한다면, 그건 예의가 아닐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치열하게 준비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재수나 요행으로 혹은 독특한 스팩으로 쉽게 민사고에 합격해서는 안될것 같았다.


 아들이 특히 국어와 수학이 약해서 개인 수업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정규 면접수업시작 전까지 꾸렸다. 학원선생님들이 서로 머리를 맞댔고, 전문가들은 달랐다. 아들의 뒤처진 실력을 끌어올리자는 합의를 하신후 중1 수학부터 기본개념서, 응용서, 고난이도 교재까지 매일 일정을 짜주셨다.  우리는 불합격도 상관없으니 한국에서 대치동 학원다녀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들은 휴일도 반납한채 토요일 일요일까지 학원에 나와서 일대일로 수업을 해주셨다. 물론 학원비는 많이 들었다.





면접 수업


국어 면접은 ' 우리말의 이해' 영역이다. 시, 수필, 소설, 비문학 지문들을 분석하는 수업이 주를 이루었다. 면접관이 약 7분정도 시간을 주고 학생에게 읽게 한 후, 분석할때는 문법, 비유적 표현에 대한 기술적 질문과, 작품에서 느낀점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때 공부하던 국어면접 자료들은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왠지 버릴수가 없을 정도로 선생님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뽑아놓은 자료였다. 내가 공부하고 싶어질 정도로.


실용영어는 민사고의 독특한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학생이 적응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면접이다. 민사고 수업은 국어, 수학, 한국사 등 몇몇 과목을 제외하고는 영어로 진행된다. 아들은 외국에서 자라서 영어수업에 익숙하니 이부분은 그래도 한 시름을 덜었고, 마음껏 날개를 달고 잘난척을 한것 같다. 그나마 영어면접 수업에서는 기를 펼 수가 있었다. 면접 방식은 국어면접 처럼 지문을 읽고, 외국인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토론으로 확장 시켜 20분 동안 디스커션을 진행한다.


수학면접 수업은 워낙 실력이 대단한 친구들이 많아서 아들은 주눅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에 한두 문제는 다른 아이들이 못푸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서 풀어내기도 했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연필로 종이에 푸는게 아니라 앞에 나가서 칠판에 쓰면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연습을 시켰다.


사회나 과학 선택과목은 각자의 관심분야가 뚜렸한 아이들이라 '전공'이라고 부르는 영역이기도 했다. 아들은 역사전공이었다.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량의 독서와 오랜기간 가져왔던 관심사가 있다면, 이부분은 아이에게 맡겨도 좋을 것 같다.


인성면접은 재미있는 문항이 많았다. 기숙사에서 한방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가 내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이성교제에 대한 의견, 한복 교복에 대한 비판 혹은 옹호, 왜 자신이 이 학교에 어울리는 인재라고 여기는지 등등 이다.


면접 기출자료집은 학원의 선배들이 면접시험을 치고 와서 기억을 더듬어 기록으로 남겼던 소중한 자료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이런 자료는 입시서적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비법서였다. 외부유출 금지라며 원장님이 면접 복기자료들을 보내주셨다. 지금도 가지고 있다.



 7월 한달은 금방 지나갔다. 한달 이었지만, 학원에서 한국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아들도 민사고 입학이 희망만으로 가능한건 아니라는 현실에 눈을 뜨고 돌아왔다. 민사고 면접 시험이 12월 크리스마스와 맞물려서 치러지기 때문에 중 3 기말고사를 마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시기에 다시 한국으로 나와야 했다. 그리고 그 전까지 약 3개월정도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논술수업과 수학과외를 해줄 선생님을 찾아 이 무모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면접학원에서는 계속 수업이 진행되었고, 학원측에서는 수업 동영상 파일을 지속적으로 공유해 주셨다. 선생님들도 자주 아들과 소통하면서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학원이지만 이렇게 부족한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잡아주시는 모습에, 어떻게 학원 선생님들이 이렇게 할 수 있지? 떨어질 가능성이 더 많은 아이이고, 학원도 한달밖에 다니지 않은 아이를 이메일로, sns로 메시지를 보내주시며 긴장을 놓치지 않도록 자극해 주셨다. 12월 15일쯤 우리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1차 합격자 발표는 12월 20일 경이었고, 2차 면접일은 12월 24일정도의 일정이었다. 그러니 1차가 합격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을 가는건데, 만일 20일에 1차 불합격이 통보되면 모든걸 접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시 무슨 용기였는지, 우리는 횡성으로 가겠다고 갈수 있다고 믿었던것 같다. 그 어메이징한 학교에 무엇에 홀린듯 했다.


 다음편은 최종 면접 대비 과정과, 4일간 치러지는 면접은 어떻게 치러졌는지 자세히 알려드리려고 한다. 오늘은 수능일이다. 아들이 시험을 잘 치르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모든 수험생들에게 행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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