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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진 Nov 15. 2022

민사고의 퍼큘리어한 아이들

 민사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이라는 소설에서 Peculiar이라는 단어를 '특별한'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별난' 아이들이 맞겠다. 제각기 기묘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 영화속의 아이들을 보면, 민사고에서 뽑는 인재상의 모델과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제도가 맞춰내지 못하는 전혀 다른 사이즈를 가진 아이들이다.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 키워진 아이들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아들도 참 이상한 아이였으니까.






 수능이나 준비하세요


 3학년 수시 준비가 물건너 갔을때, 담임에게 들은 말이었다. 남들은 민사고에 들어갔으니 당연히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가는 걸로 알고 있지만,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정부가 자사고, 외고, 특목고 폐지를 결정한 2022년 수시는 없어진거나 마찬가지였다. 5등급 이하는 수능으로 돌리라는 말이 돌았던 고1 첫 중간고사를 치고나서 현타는 이미 왔었지만, 민사고 아이들은, 그리고 민사고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서울대를 보내려고 온것이 아니니까, 이 특별함을 감당해 줄 수 있는 학교를 찾아온 것이기에 개의치 않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민사고 선생님들은 미스 페레그린 처럼 아이들을 잘 다루어 주셨고, 플러스 알파를 끌어내며 아이는 무한 성장했다. 성적은 한두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A를 받았지만 등급은 바닥이었다. 90점을 받아도 7.8 등급이 나오는 과목도 있으니, 내신이 무슨 의미인가.


 개론, 원론 자가 붙어있는 대학 교재로 공부하고, 원서를 구입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참고로 민사고 퇴소일에 기숙사 건물 앞에 쓰레기 통에 가면, 책만 몇수레를 담아올거다. 아들도 3년내 사다 바친 원서책들을 모두 버리고 몸만 나오셨으니 그 많은 책들이 어디갔을까. 국어와 수학을 제외하고는 교과서를 구경해본적이 없으니 수능이 뭔지도 모르고 3년을 보낸다. 그런데 고3때 만난 담임은 갑자기 돌변해서, 내신이 안좋은 아이들을 루저 취급을 하고, 수업시간에 쓸데없는 책을 보지 말고 수능이나 공부하라고 했단다. 이런 취급을 처음 받아본 아들은 충격이 컸다.


 줌으로 진로상담을 했을때도, 이 선생은 나와 남편을 안쓰럽게 쳐다보며 아이의 내신이 하위권인 것에 대해 부모가 머리를 조아릴줄 예상하신 모양이었다. 실제로 아이의 성적은 3년내 수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A를 받았다. 문과다. 세특도 훌륭하고, 영어 과목 우수상도 여러번, 교내 영어논술대회에서도 2년내내 금상과 은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혀를 끌끌차며 수능이나 준비하라는 담임을 대면하는건 쉽지 않았다.


 선생님 3학년 2학기인데 갑자기 수능을 독학하라는 건지, 제안은 감사한데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는 마세요. 그 아이는 특별한 아이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 그 표정과 눈빛은 기억할거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아이도 부모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있어야 민사고에서 살아 남는다.


그리고 가끔 민사고에 이런 교사도 있다.








 왜 뽑혔을까?


 대학을 가는 방법은 많다. 그리고 하위권 대학에 가게 되더라도 그 대학을 빛내는 인재가 되면 된다. 민사고에서 공부한 아들을 입학생으로 맞이할 대학은 대박인거다.  


 그런데 한국 중학생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학실력을 가지고 어떻게 100분 면접을 통과한걸까? 총 4개 분야 25분 면접에는 본교 교사와 교육청인사들로 꾸려진 면접관이 면접을 진행한다. 국어과목에서는 김춘수의 꽃을 읽고 질문에 답하는 면접이었는데, 아들이 중2때 좋아하던 여학생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원래 처음 보는 어른들과 수다를 잘 떠는 능력이 있는 아들이라, 성인 서예모임에서 60대 회원들과 함께 중학교 시절 내내 서예를 하다가, 스승님 권유로 대한민국 서예대전에 출품해서 입선을 여러번 했었다. 수학과목에서는 총 5문제를 풀고 칠판에 설명을 하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3문제를 풀었다고 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수학면접관은 아이의 고1 담임이 되셨고,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아는게 없어서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를 내주었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을 조리있게 잘 설명하는 것에 점수를 줬다고 했다. 사회과목에서는 다짜고짜로, 네가 알고 있는걸 아무거나 설명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아들은 대한제국사에 관심이 많아, 이야기를 하듯이 편안하게 썰을 풀고 나왔다고 했다. 영어면접에서는 물만난 고기였고, 혹시 합격을 하면 12년 특례를 포기하는 것인데 굳이 왜 민사고에 오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가족이 모두 해외에 거주중인데, 홀홀 단신 한국생활을 하겠다는 고집을 꺽을 수는 없었다. 늘 부르짖었으니 자신은 진짜 한국인이 되고 싶었다고 했을 거다. 체력검사는 꼴지를 했다. 체육관에서 셔틀런 40회를 실시하는것 같았는데 거의 초죽음이 되서 돌아와서는, 꼴지 했어요, 라고 했다.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우승을 하고 공부를 너무 잘해서 대통령상을 받는 친구들과 한방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본 아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아이들은 서로의 퍼큘리어한 능력을 잘 알고 있어서 누구도 '내가 너보다 잘한다' 는 생각을 한적이 없다고 한다. 잘한다는 기준은 또 무엇인가. 수천개의 별이름을 외우는 아이가 에미넴의 랩을을 외우는 아이보다 잘한다고 말할수 있나?





   민사고 절반의 아이들은 세상이 알고 있는 '공부만하는 잘하는 아이들'은 아니다.  현실은 적어도 2,3등급내 아이들이 서울대 연고대를 가고, 나머지 절반 이상의 아이들의 진로는 일반고나 별반 차이가 없다. 학교에서 발표하는 입결에는 거의 전교생이 연고대 이상에 진학하는 결과표를 제시하지만, 다음해에 재수를 해서 입학한 아이들의 결과들과 병합된 기록이므로 당해 현역 고3들이 그런 결과를 낸다는 건 아니다. 절반은 혹은 그 이상이 재수를 선택한다.  So what ?  


 내일 모레 수능일이다. 아들이 전화가 와서 그동안 감사했다며 수능장 교실확인차 잠시 기숙학원에서 나와 전화를 했다. 재수를 하는동안 정말 많은  배웠다고 했다. 다른 부모들 처럼 수능장에 가지는 못한다.  치고 올해 연말엔 4년만에 가족이 모여 인도네시아에 들어와서 실컷 회포를 풀자. 엄마가 민사고의 숨겨진 이야기를  써나갈  있도록.  화이팅, 너희들은 모두 퍼큘리어 한 아이들이다. 모든 재수생, 3 수능 대박 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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